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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시장도 소비·투자 절벽 우려우선 패션 시장에서도 인공지능과 가상현실과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패션 업계는 외국, 특히 중국을 눈여겨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광군제 당시 하루 매출 신기록(약 21조원)을 세운 것뿐만아니라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시선을 끌었다. 패션 시장의 근본을 뒤흔드는 유통 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알리 샤오미’라는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와 가상현실 기술을 도입한 ‘바이플러스(Buy+)’ 서비스를 선보였다. 알리바바의 경쟁자인 징동(京東)은 100% 자동화로 운영되는 무인 창고에서 자체 개발한 로봇이 화물 운반과 분류, 포장을 맡는 이른바 ‘삼무(三無)’ 기술을 선보였다. 무인 창고, 무인기, 무인 배송 드론을 의미한다. 이런 기술 혁신을 통해 고객들은 자기만의 개성과 취향을 반영한 소비를 쉽게 할 수 있게 된다.이런 소비 변화에 가장 빨리 반응하는 곳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다. 소비자의 마이크로화 취향을 저격해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인디 브랜드와 동대문 기반의 편집숍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송희경 차장은 “소비자는 오히려 브랜드가 추구하고 제안하는 문화가 본인 취향에 부합되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따질 것”이라며 “브랜드의 개성을 확실히 드러내는 차별화 콘텐트, 즉 ‘자기다움’이 브랜드의 가치를 좌우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패션 시장에서 브랜드의 가치와 스타일이 변하는 가운데 개인 맞춤형 정보와 편의 제공 서비스를 뜻하는 ‘퍼스널 컨시어지(Personal Concierge)’가 떠오를 전망이다. 소비자가 패션 정보를 탐색하거나 구매하는데 모바일 활용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연령·상황·취향별로 소비자의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업계 매출을 좌우할 수 있다.‘아재슈머’는 올 한해 패션 시장을 뜨겁게 달굴 키워드다. 아재슈머는 아저씨를 낮춰 부르는 말인 ‘아재’와 소비자인 ‘컨슈머’의 합성어다. 1990년대 초 사회문화 트렌드를 이끌었던 X세대가 구매력을 갖춘 40~50대가 되면서 패션 업계의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를 잡은 현상을 뜻한다. 아재슈머는 패션 트렌드를 잘 알고, 스스로 꾸미는 것에 능숙하다.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개성에 더욱 가치를 두는 특징을 보인다. 남성복 매장에 들어온 지 30초 만에 “마네킹이 입고 있는 대로 주세요”라고 했던 과거 아재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유행에 민감하고, 다양한 브랜드와 복장을 믹스매치(혼합)할 줄 안다. 과거에는 사고 싶은 상품만 구매하는 목적 구매가 남성 소비자의 소비 패턴이었지만 이제는 백화점과 마트에서 쇼핑을 즐기며 다양한 제품을 구매하는 식으로 변했다. 게다가 기존 남성복 브랜드의 철수로 매장 공석이 생긴 만큼 유리한 조건으로 아재슈머를 공략할 신규 브랜드의 입점이 가능해졌다.
‘가성비’ 패션은 올해도 인기 끌 듯이화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미 패션 업계는 아재슈머라는 흐름에 발맞춘 남성복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며 “신세계인 터내셔날이 새롭게 선보인 7개 브랜드 중 2개가 남성복”이라고 분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내놓은 남성복 브랜드는 자체 남성복 브랜드인 ‘맨온더분’과 신세계톰보이의 ‘코모도’다. 맨온더분은 자체 제작한 남성복과 엄선한 해외 브랜드 상품을 6대 4의 비율로 판매하는 멀티숍 형태로 운영해 남성 소비자 수요를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LF도 남성복을 집중 육성하는데 ‘알레그리’와 ‘질스튜어트 뉴욕’ 매장을 확대하고, 젊은 감각을 내세운 ‘미스터헤지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이후 남성복을 강화하고 있는 한섬 역시 ‘타임옴므’와 ‘시스템옴므’와 같이 좋은 원단과 한국인 체형에 딱 맞는 패턴을 앞세워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지난해 패션 시장 키워드가 올해도 계속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난해 큰 인기를 끈 불황기 아이템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 패션은 올해 더욱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체감 경기가 더욱 나빠지면서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가 지난해 못지 않게 올해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길어진 여름과 빨라진 추위로 간절기가 실종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날씨 변화로 여러 시즌 입을 수 있는 활용성 높은 패션이 인기를 모을 수밖에 없다. 남성복 시장은 초저가 신사복을 잇따라 출시하고, 여성복 브랜드는 다양한 TPO(시간·장소·상황)에 착용 가능하면서도 활용도 높은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런 소비 트렌드 변화로 온라인 브랜드와 스트리트 브랜드가 작지만 강한 브랜드로 부각되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먼저 인지도를 쌓은 뒤 가성비로 젊은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또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애슬레저(Athleisure)가 여전히 패션 트렌드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애슬레저는 애슬레틱(운동경기)과 레저(여가)를 합친 패션 업계의 용어다. 스포츠 활동을 할 때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착용 가능한 용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즐겨 찾는 브랜드로 유명해진 언더아머는 조만간 국내에 직접 진출할 예정이다. 애슬레저 시장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아성을 넘볼 태세다. 한풀 꺾인 듯한 성장세의 아웃도어 업계도 ‘애슬레저 트렌드’에 맞게 일상 생활과 외부 활동시 모두 착용 가능한 용품 라인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슬레져 트렌드와 함께 경계가 모호해지는 패션 트렌드가 스타일과 디자인 측면에서 동시에 힘을 모을 전망이다. 성별과 나이의 경계가 무너지는 보더리스(Borderless) 현상으로 불리는 데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는 젠더리스(Genderless), 엄마와 딸이 같이 입을 수 있는 에이지리스(Ageless) 스타일이 올해도 인기를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