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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 (36) 연령별 노후준비 | 20대] 선저축·후소비를 몸에 익혀라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dongho@joongang.co.kr
예금·펀드에 강제저축을 … 행복주택에 관심 가져 볼만

100세 시대가 되면서 20대 젊은 시절이 인생 전반의 기초를 쌓는 결정적인 시기로 떠오르고 있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조금이라도 젊을 때 재무적 토대와 커리어 기반을 마련해야 나이가 들수록 탄탄대로를 달 수 있게 되면서다. 토끼가 아무리 빨라도 부지런히 목표를 향해 달리는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소득 3만 달러에 육박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요즘 20대는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업통계에 잡히지 않는 취업준비생 62만 명을 포함하면 실질 실업률은 훨씬 높아진다. 6개월 과정의 인턴에도 수십 명이 몰려들고, 합격만 시켜주면 휴학을 해서라도 인턴 경험을 해야 취업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 됐다.

이렇게 분투하고 있는 청년들 앞에는 기나긴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저성장이 본격화하면서 기성세대보다 오히려 노후 준비는 더 어려워졌다. 3포다, 5포다, N포다 해서 취업과 결혼이 모두 늦어지고 있다. 경제성장에 따라 쌓인 부(富)의 대물림이 본격화하고 양극화의 심화로 계층 사다리가 끊어진 것도 청년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 난관을 돌파하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경쟁률이 높은 대기업이나 금융권을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다. 사실 이런 기업들은 당장 폼 날지 몰라도 발전 가능성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 막상 입사하면 큰 조직의 부품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50세를 넘겨 임원이 되지 못하면 퇴직 압력에 시달리는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오히려 성장 가능성이 큰 중소기업을 찾는 것이 100세 시대의 실속 있는 취업 전략이 될 수 있다. 숨어 있는 중소기업은 적지 않다. 시야를 넓혀보기 바란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20대 때는 대기업과 공기업의 문을 두드리다 30대에 접어들면 중소기업으로 발길을 돌린다. 성장 가능성이 큰 중소기업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취업 관문을 넘어섰다면 종자돈을 마련해야 한다. 취업 관문을 뚫느라 대학을 7~8년씩 다니게 되면서 20대 새내기 직장인의 목돈 만들기 환경도 어려워지고 있다. 부모가 교육뿐 아니라 자녀의 종자돈 마련에 관심을 가졌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그럴 여유를 가진 부모가 얼마나 되겠나. 금융에 밝은 유대인은 자녀가 받은 용돈을 잘 모아두었다가 사회에 나올 때 손에 쥐여 준다. 맨손으로 출발한 경우와 비교가 안 될 만큼 경제적 안정을 누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십중팔구 맨손으로 출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선저축·후소비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 저축 목표액을 정해놓고 예금·펀드에 자동이체하면 강제로 돈을 모을 수 있다. 정부가 비과세 금융상품을 축소하는 것이 추세지만 새내기의 재산 형성을 돕는 비과세 금융상품은 여전히 많다.

주택은 일반주택뿐 아니라 행복주택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행복주택은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대학생 등 사회활동 계층의 주거불안을 해소를 위해 대중교통이 편리한 부지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새로운 공공임대주택이다. 올해까지 총 14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인데 여기에 생활하면서 종자돈을 불리는 기회를 만들면 된다. 사회 초년생은 직장생활 5년 이내의 미혼이면 자격이 생긴다. 직장이 행복주택 근처에 있으면 특별공급 기회를 가질 수 있다. 20대 때 빨리 시작할수록 재산 형성이 빨라지고 노후도 풍요로워진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후 준비도 빨라진다는 역설이다.

필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dongho@joongang.co.kr).

1373호 (2017.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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