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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딜러 19년 경력 바탕으로 창업중고차 딜러에게 오토업은 유명한 서비스다. 차량 번호만 조회하면 모델·연식·색상·연료·배기량 등의 기본 재원과 휠·에어컨·에어백 같은 옵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서비스를 선보인 후 회원으로 가입한 중고차 딜러만 2만여 명이다. 김 대표는 “차량 번호 조회 서비스는 유료인데 건당 1000원을 받고 있다”면서 “딜러뿐만 아니라 SK엔카 같은 중고차 판매 플랫폼과 보험회사 등이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한화손해보험·헤이딜러·현대글로비스·카포스 같은 차량 관련 기업 20여 곳이 오토업 서비스를 쓰고 있다. 그는 올해 매출 목표를 12억원으로 잡고 있다. 그는 “창업 초기부터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투자를 받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다. 오토업은 꾸준하게 매출을 올릴 것이기 때문에 사업 확장을 위해 B2C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며 웃었다. 현재 오토업에 등록된 차량 정보는 1000만 건에 이른다. 김 대표는 “트럭을 제외한 한국의 자가용 정보는 거의 등록했다”고 말했다.오토업의 김선황 대표처럼 사회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창업에 도전해 성공한 창업가들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숙박 플랫폼 선두주자 야놀자의 이수진(40)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는 천안공업전문대(현 공주대) 금형설계학과를 졸업한 후 처음에는 금형 제품을 디자인하는 회사에서 일했다.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에 도전한 것이 모텔이었다. 친구 소개로 모텔에 취직했고, 청소부터 주차 등 모텔에 관련된 일을 모두 배웠다. 모텔에서의 경험을 살펴 2005년 야놀자를 창업했고, 지난해 68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5년 창업 10년을 맞이해 야놀자의 ‘리스타트’를 선포한 이후 야놀자 아카데미‘를 시작으로 다양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파킹클라우드 신상용(46) 대표도 주차장 관련 업계에서는 유명한 창업가다. 그는 명지대 전자공학과를 나왔지만, 사회 경력은 주차장 관련 회사에서 시작했다. 주차장 관련 시스템을 만드는 아마노코리아를 시작으로 월슨파킹코리아, GS파크 24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2009년 파킹클라우드라는 주차장 관련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처음 주차장 관련 컨설팅을 하다 주차장의 빈 공간 중개판매 등의 일을 했다. 그러던 중 주차장 사용의 편리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고, 자동출입차와 자동결제서비스 등의 서비스를 하는 아이파킹을 2015년 론칭해 호평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100억원 정도의 투자를 받으면서 아이파킹의 성장성도 인정받았다. 신 대표는 “주차장 관련 직장에서 10여년 정도 경력을 쌓으면서 ‘절대 강자가 없는 시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일하면서 느꼈던 불편함을 해결하고 싶었다”고 창업 이유를 밝혔다.대구에서 활동 중인 이스트컨트롤 김의영(28) 대표는 경력과 전공을 모두 살린 창업가로 꼽힌다. 그는 대구 계명대학교에서 작곡과를 전공한 후 한 게임 개발사에서 배경음악을 삽입하는 게임음악 엔지니어로 일했다. 직장에서 일하면서도 그는 ‘돈이 없어도 음악이나 가창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을 계속 했다. 김 대표는 “학교 다닐 때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집이 어려웠다”면서 “그 친구는 음악회 준비할 때 돈이 없어서 반주팀과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2013년 6월 이스트컨트롤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클래식 음악가들이 좋은 환경에서 마음껏 연주할 수 있는 인공지능형 음악 교육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포케스트라를 선보였다. 포케스트라는 연주가나 성악가가 마치 80명의 반주단과 함께 합주를 하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앱에는 2200여 개의 클래식 콘텐트가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 연주가의 연주 속도를 참고해 클래식 곡이 스스로 속도를 맞추는 기능도 있다. 클래식 전공자가 아니면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서비스다. 그는 “기술을 이용하면 클래식 전공자가 저렴하게 연주 연습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창업에 도전했다”고 창업 이유를 밝혔다.
꼼꼼함은 장점, 기술적 기반 약하다는 게 단점자동차 운전자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모바일 앱 서비스 차비스를 창업한 김지태(40) 대표도 현장 경험을 살린 창업가다. 그는 해양대학교에서 선박엔지니어를 전공한 후 5년 동안 배를 탔다. 이후 우연히 중고차 판매 플랫폼 기업인 SK엔카에 취직했고, 중앙매입센터 매입실장, 법인 영업본부 팀장 등을 하면서 10년 넘게 중고차 판매 시장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중고차 시장의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은 생각이 생겼다”는 이유로 지난해 ‘차비스’를 창업했다. “현재는 차계부와 중고차 매물 올리는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는데, 유저를 좀 모은 후에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현장의 경험을 살린 창업가들의 장점은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이기 때문에 ‘꼼꼼하다’는 게 장점이다. 오토업의 김선황 대표가 차량 번호 분석 시스템을 선보인 것도 그동안 중고차를 매입하고 팔면서 정리해놓은 중고차 데이터베이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자동차 정보가 어디어디에 흩어져 있는지 알기 때문에 5년 동안 데이터를 다양한 곳에서 수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장 상황과 불편함을 잘 알고 있다는 게 현장형 창업가의 장점인 셈이다.하지만 현장 경험을 살린 창업가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바로 기술적인 부분이다. 이스트컨트롤 김의영 대표의 경우 클래식 연주가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어떻게 구체화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회사에 합류한 후에야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기술적인 능력이 없다 보니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방법을 파악하지 못한 게 내 단점이었다”면서 “개발자 네트워크도 없어서 개발자 구하는 게 너무나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