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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체리블라썸 원료 채취 현장 가보니] 칠곡 벚꽃이 스타벅스와 만났을 때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한정판 벚꽃 음료 판매량 역대 최고치 … 매실·오미자 등 한국 전통색 살린 음료 반응 좋아

▎스타벅스는 야생에서 채취한 벚꽃을 이용해 봄 시즌 한정 체리블라썸 음료에 넣는다. 올해 수확한 벚꽃은 내년 음료에 사용한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봄 한정 메뉴로 잘 알려진 체리블라썸(벚꽃) 음료 3종(체리블라썸 라떼·화이트초콜릿·그린티크림프라푸치노) 판매량이 역대 최고치인 145만 잔을 기록했다. 3월 21일부터 4월 17일까지 28일간 판매한 결과다.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딸기향을 베이스로 맛을 개선한 결과 전년 대비 판매량이 58%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체리블라썸 판매는 끝났지만 음료의 원료인 벚꽃 채취는 지금이 적기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매년 4월 중순~말경 경상도 일대의 야생 벚나무에서 꽃을 채취한다. 높은 산에 피는 벚꽃을 주로 채취하는 까닭에 도시보다 개화 시기가 보름가량 늦다. 말린 벚꽃잎 100g당 가격은 30만원에 이른다. 야생화를 수확할 수 있는 협력업체 인력이 소수인 데다 짧은 개화 시기를 맞추기 어려운 탓이다.

4월 13일 오전 7시 경북 칠곡군 유학산 자락에서는 스타벅스 체리블라썸 음료에 들어갈 벚꽃 채취가 한창이었다. 이들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야산에 드문드문 있는 벚나무를 옮겨가며 꽃을 땄다. 20년째 벚꽃 등 야생화를 수확해 식음용으로 제조하는 나봉연(56)씨는 “꽃봉오리가 막 터질 때 꽃을 따서 말려야 상품가치가 있다”며 “사람들이 많이 찾는 벚꽃길이나 유원지에 핀 꽃은 매연 등에 오염돼 쓸 수 없어 공기가 맑은 깊은 산속에서 채취한다”고 말했다. 벚꽃 상태가 시시각각 달라져 적당한 꽃을 찾기도 쉽지 않다. 나씨는 “온종일 이 산 저 산에 다녀도 바구니 하나를 가득 채우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말린 벚꽃잎 100g당 가격 30만원


이렇게 수확한 꽃잎을 갈아 덱스트린 등 다른 원료와 배합해 ‘벚꽃가루’를 만든다. 올해 수확한 벚꽃으로 만든 재료는 내년에 판매하는 음료에 들어간다. 스타벅스코리아에서 벚꽃 음료 개발을 담당하는 황성진 대리는 “꽃잎을 곱게 갈아도 원물이 씹히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10개월 넘는 연구 과정을 거쳤다”며 “원물은 소량이 들어가지만 음료 향을 느끼기에 최적인 황금비율을 찾았다”고 말했다. 올해 스타벅스 벚꽃 음료 제조에 들어간 벚꽃가루(600g 기준)는 약 2만 봉지로 12만t 분량이다.

체리블라썸 음료의 원조는 일본이다. 일본 스타벅스는 2010년부터 벚꽃 음료를 개발·판매하고 있다. 한국 스타벅스가 콘셉트를 벤치마킹해 2014년부터 선보이고 있지만 음료에 들어가는 원재료나 레시피는 일본과 전혀 다르다. 매년 레시피도 조금씩 바뀐다. 론칭 초창기(2014~15년)에는 고객들로부터 ‘화장품 맛이 나는 음료’라는 평을 들었다. 꽃 향이 지금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체리향을, 올해는 딸기향을 넣어 음료를 제조했다. 그 결과 지난해와 올해 매출이 각각 전년 대비 25%, 58% 늘었다. 황 대리는 “체리블라썸이 벚꽃이지만 체리를 먼저 연상하는 고객이 많아 지난해 레시피에 체리향을 첨가했다”며 “올해는 봄 제철과일인 딸기를 넣어봤는데 반응이 여느 때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맛만 바뀌는 게 아니다. 매년 마케팅 콘셉트도 트렌드에 맞게 바꾼다. 올해 글로벌 트렌드 컬러로 꼽힌 ‘그리너리(Greenery)’를 음료에도 녹였다. 스타벅스의 상시 판매 메뉴인 그린티프라푸치노 위에 핑크빛이 도는 체리블라썸 휘핑크림을 올렸다. 벚꽃과 초록 잎사귀를 본뜬 이 메뉴는 체리블라썸 시리즈 중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매년 30여 종의 자체 개발 메뉴를 내놓는다. 글로벌 본사와 별개로 한국 사람 입맛에 맞는 음료를 연구한 결과다. 전 세계 스타벅스 가운데 자체적으로 음료개발부를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일본·중국뿐이다. 홍창현 음료개발팀 대리는 “국내 음료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고객들도 유행에 민감한 편”이라며 “본사에서 판매하는 메뉴를 그대로 쓰면 우리 입맛에 맞지 않아 차별화한 음료를 계속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사가 각국 지사에 메뉴를 제안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2012년 한국에서 개발한 망고바나나 음료의 경우 역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원물을 넣은 벚꽃 음료가 인기를 끌자 4월 18일부터 새로 선보인 음료 2종에도 원재료를 넣었다. ‘광양 황매실 피지오’와 ‘카라멜팝콘 프라푸치노’에는 각각 황매실과 카라멜팝콘을 갈아넣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칠곡 벚꽃, 문경 오미자처럼 올해도 전국 산지에서 수확한 원재료를 사용해 한국 전통색을 살린 음료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스기사] 스타벅스코리아의 시즌 음료 전략 - 본사 메뉴는 30%, 나머지는 한국인 입맛 맞춰 자체 개발


▎스타벅스 슈크림라떼와 유니콘프라푸치노.
전 세계 70여 개국, 2만40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스타벅스. 그러나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메뉴를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아메리카노·라떼 등 기본이 되는 커피 음료를 제외한 시즌 음료는 각국별로 차이를 보인다. 스타벅스는 연 평균 11번의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하고, 그때마다 최소 3종의 신메뉴를 출시한다. 계절별 콘셉트에 맞춰 정해진 기간에만 판매하는 일명 ‘시즌 음료’다.

미국 스타벅스에서 개발한 메뉴는 전 세계 스타벅스와 공유하는데, 신메뉴를 도입할지 여부는 한국 스타벅스에서 결정한다. 실제로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미국 음료를 그대로 도입하는 경우는 30%가 채 되지 않는다. 스타벅스 측은 “우리 입맛에는 너무 달고, 느끼하거나 계절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예컨대 올 2월 본사에서 아시아 지역에 코코넛워터를 베이스로 한 시원한 메뉴를 제안했는데 한국은 아직 추울 때라 선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15년 미국에서 큰 히트를 쳐 도입한 ‘스모어프라푸치노’는 국내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패인은 문화 차이다. 회사 측은 “미국에선 캠핑장에서 구운 마시멜로를 초콜릿과 함께 크래커 사이에 끼워먹는 간식이 향수를 자극한 반면 우리에게는 낯선 문화”라며 “음료 자체의 맛도 중요하지만 정서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3월 15일 봄 프로모션 음료로 선보인 슈크림라떼는 한국 스타벅스에서 개발한 메뉴다. 대부분의 음료 업계가 딸기를 베이스로 한 ‘분홍색 음료’에 매진할 때 스타벅스는 개나리와 병아리를 연상시키는 노란색 메뉴 개발에 나섰다. 1년 간의 개발을 거쳐 바닐라 빈을 넣은 슈크림라떼를 선보였다. 이 메뉴는 출시 3주 만에 100만 잔 이상이 판매돼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4월 초에 판매를 종료할 예정이었지만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4월 중순까지 판매 연장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국 스타벅스에선 알맞은 당도에 귀여운 병아리를 떠올리게 하는 슈크림 열풍이 한창이지만 미국에선 알록달록한 색감의 유니콘프라푸치노가 인기다. 이 음료는 망고 시럽에 핑크 파우더와 프라푸치노 크림을 섞어 만든 음료로, 블루 드리즐을 사이에 넣어 새콤달콤한 맛을 극대화했다. 4월 19일(현지시간)부터 23일까지 닷새간 한정 판매한다는 소식에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다.

1382호 (20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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