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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일 기자의 ‘K-뷰티 히어로’(4) | 김영균 아로마티카 대표] 에코서트(프랑스 유기농 인증기관) 인증 받은 국내 유일 화장품 업체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국내 천연 유기농 화장품의 표준 제시... “내 가족 쓰는 착한 화장품으로 시장 개척”

▎경기도 분당의 아로마티카 본사에서 만난 김영균 대표는 지난 14년간 고집스럽게 국내 천연 유기농 화장품의 표준을 만들어온 퍼스트 무버다.
전 세계적인 웰빙 열풍에 발맞춰 화장품 시장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제품 성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합성화학물질로 만든 화장품 대신 천연 유기농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 영국의 친환경제품 전문조사기관인 오가닉 모니터는 올해 아시아 시장의 천연 유기농 화장품 시장 규모가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2004년 설립된 아로마티카(aromatica)는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 걸맞은 제품을 생산하는 토종 유기농 화장품 전문기업이다. 회사명은 라벤사라 아로마티카(lavensara aromatica)·유제니아 아로마티카(eugenia aromatica) 같은 아로마 오일의 학명에서 따왔다. 우수한 품질의 천연 에센셜 오일을 사용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해외 유수의 기관에서 철저하게 검증된 식물성 천연 제품으로 해마다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11일 경기도 분당의 아로마티카 본사에서 만난 김영균(46) 대표는 “아로마티카는 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화장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 제품은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다고 자부해요. 모든 제품이 100% 천연이고, 그 중 70%가 유기농이에요. 그런데 시중에는 천연 혹은 유기농인 척하는 가짜 제품들이 많이 있어요. 대기업 제품은 물론이고 해외 유명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죠. 성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요. 설페이트(합성계면활성제)나 파라벤(합성방부제)·CMIT/MIT(가습기 살균제 성분) 같은 유해 성분이 버젓이 들어가 있는데도 유기농이라고 떠벌리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가짜 천연·유기농 화장품 많아”


▎아로마티카의 로즈마리 스칼프 스케일링 샴푸는 로즈마리 추출물과 천연계면활성제를 사용해 두피에 자극이 없고 모발 건강에 효과적이다.
현재 국내에는 마땅한 유기농 인증기관이 없다. 유기농 화장품으로서의 가치를 입증하고 싶다면 프랑스의 유기농 인증기관인 에코서트(ecocert)나 독일의 산업무역기업협회(BDIH), 미국 농무부(USDA) 등 해외의 권위 있는 기관에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아로마티카는 2011년 프랑스 에코서트의 인증을 받은 국내 유일의 화장품 업체다. 같은 해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환경운동단체인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의 안전한 화장품에도 선정된 바 있다.

김 대표는 “대다수 기업들이 화장품의 연구·개발과 생산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제조자개발생산(ODM)에 맡기는 실정”이라며 “아로마티카는 에코서트 인증을 받은 자체 공장에서 모든 제품을 직접 만들기 때문에 제품의 성분과 처방을 자세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인증에는 천연과 유기농 두 가지가 있습니다. 물론 유기농 인증이 천연보다 훨씬 까다롭고 엄격하죠. 전체 원료 중 천연이 95% 이상, 유기농이 20% 이상 돼야만 천연·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있어요. 근데 우리 식약처에는 천연 화장품에 대한 기준이 없어요. 단 1%의 천연 원료만 넣어도 천연 화장품이 되는 게 현실이죠. 올 상반기 안에 기준을 만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김 대표는 KDB산업은행 외국환 업무를 거쳐 모바일 정보기술(IT) 회사에서 기술영업을 담당한 독특한 이력의 사업가다. 호주 유학 시절 경험한 에센셜 오일과 천연향에 매료돼 화장품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천연 화장품 원료를 국내 업체에 공급하는 기업 간 거래(B2B)로 화장품 업계에 뛰어들었다. “맨땅에 헤딩하듯이 원료를 수입해 도매 영업부터 시작했습니다. 근데 대기업에 있는 연구원들을 만나보니 합성향만 쓰고 있더군요. 향을 만들기는커녕 향료 회사에서 향을 받아오는지라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모르는 거였어요. 그들에게 안전한 향과 원료를 공급해보려고 했지만 잘 될 리가 없었죠. 결국 아로마티카란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사업 초기 김 대표는 해외의 원료상으로부터 자료를 얻거나 관련 서적을 뒤져가며 화장품 공부에 매달렸다. 2년제 식품공학과를 갓 졸업한 직원과 함께 천연 원료를 재료 삼아 마치 식품을 배합하듯 온갖 실험을 했다. 그렇게 지난 14년간 온갖 시행착오를 거치며 노력한 끝에 지금은 누구나 믿고 쓸 수 있는 제품들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김 대표는 “사실 유기농 화장품은 기존 화장품처럼 재미도 없고 대박나기도 힘든 시장”이라며 “진정성이 통하는 시대가 오면서 이제 조금씩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요즘 천연 샴푸 만들겠다는 업체들은 대부분 우리 제품을 갖다 놓고 공부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천연 유기농 쪽에서는 적어도 국내 표준이 되고 있는 거 같아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미국·홍콩·스페인 등 해외시장 개척

아로마티카는 탁월한 제품력을 바탕으로 최근 3년간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5년 매출 100억원에 이어 지난해는 2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250억원, 5년 후에는 1000억원 매출이 목표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주력 제품인 헤어 라인을 더욱 확대해 전국 500여 개 올리브영 지점에 입점시킬 예정이다. 최근 출시한 영유아 전용 스킨케어 라인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국내 시장에서의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해외 시장 역시 2014년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에 첫 번째 교두보를 마련한 이래 미국 메이시스 백화점, 홍콩 왓슨스에 입점하며 글로벌 K-뷰티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올해는 온라인 영문 쇼핑몰을 더욱 업그레이드해 해외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필리핀과 스페인의 화장품 편집숍 등에도 입점을 확대해 인지도를 더욱 높여나갈 예정이다. 김 대표는 “전세계인들이 아로마티카 하면 믿고 살 수 있는 제품이란 소리를 듣는 것이 목표”라며 “성분을 믿고 샀는데 제품력도 좋고 효과도 있는 화장품이면 더욱 좋겠다”고 말했다. 또 “그것이 곧 나를 위한 길이고, 가족을 위한 길이고, 소비자들을 위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치약 방부제 사건 같은 사회적인 이슈들로 인해 성분 안전성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데요. 그래선지 우리 쇼핑몰 게시판에도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의견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얼마 전에는 여성청결제와 치약도 만들었고, 조만간 주방 세제도 출시할 예정입니다. 독일의 벨레다처럼 화장품을 시작으로 우리 생활 전반을 변화시키고 싶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하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1382호 (20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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