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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는 청색기술] 물총새의 부리, 거미의 촉각 모방·모사하는 기술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생명체와 자연 현상 모방해 공학적으로 응용 … 2030년 1조6000억 달러로 시장 커질 듯

▎청색기술 실용화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도마뱀의 발바닥. 천장에도 붙을 수 있는 도마뱀의 발바닥은 로봇 개발에 이용됐다.
청색기술(Blue Technology)은 아직 녹색기술에 비해 생소한 단어다. 청색기술은 생명체의 기본 구조·원리·메커니즘과 자연 생태계, 자연 현상을 모방하거나 모사해 공학적으로 응용하는 기술을 뜻한다. 자연계 빅데이터(동·식물의 오랜 진화의 결과)를 활용해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신성장동력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자원 순환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자원을 재생산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 응용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이 2012년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에서 ‘청색경제(Blue Economy)’의 근간이 되는 기술로 청색기술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청색기술 관련 논문·특허 봇물

청색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점점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컨설팅 전문업체 FBEI(Fermanian Business & Economic Institute)는 청색기술 시장이 지난해 43억 달러 수준에서 2030년에는 1조600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자연모사 기술 논문의 연평균 증가율은 11.7%, 특허는 12.9%에 이를 정도로 연구·개발(R&D)이 늘어나고 있다. 청색기술 관련 논문 건수를 살펴 볼 때 미국(25%)과 중국(23%)이 양대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화학과 재료과학 분야에서 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데 물리화학·나노과학 분야에서도 활발히 응용되고 있다. 특히 빛·물·이산화탄소만으로 유용한 화학 물질을 생산해내는 인공 광합성 시스템은 지구 온난화와 에너지 자원 고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청색기술로 일본 신칸센(新幹線)을 들 수 있다. 고속 운행에 따른 소음 해결을 위해 물총새의 길쭉하고 날렵한 부리와 머리를 본떠 열차 앞 부분을 디자인했다. 짐바브웨의 자연 냉방 건물은 흰개미의 둥지를 모방한 설계로 한여름에도 22도 안팎을 유지한다. 섬유 분야에서는 잎사귀가 물에 젖지 않고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연잎 섬유, 접착제 분야에서는 도마뱀의 발바닥을 이용한 나노 접착제, 벼룩·잠자리의 탄력성을 모방한 탄성이 좋은 신물질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색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R&D가 활발해지고 있다. 자연모사 관련 정부 R&D 과제는 2010년 14건에서 2015년 56건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자연 모방 삼각(시각·촉각·후각) 센서 기술은 대표적인 청색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파리·딱정벌레를 모사한 초비전(Super vision) 시스템, 거미의 촉각을 모방한 고감도 분산형 진동 센서, 개의 코를 모방한 초고감도 가스 센서가 이미 개발됐다. 나비의 날개 구조를 모방한 광결정 소재·소자도 만들어냈다. 고해상도 프린트용 입자를 대량 제조할 수 있고, 에너지 절감형 창호를 생산할 수 있다. 사막 풍뎅이에서 착안한 저에너지소비 제습 기술도 눈에 띈다. 사막의 건조한 공기에서 수분을 뽑아내 생존하는 나미브사막 풍뎅이의 등 껍질 구조를 모방한 무동력 제습 기술이 나왔다. 초발수성·초발유성·초친수성을 모두 갖췄다. 프로펠러 소음을 억제하는 기술 역시 대표적인 청색기술이다. 프로펠러 비행기, 헬리콥터, 드론과 같이 프로펠러를 사용하는 비행체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억제할 수 있다. 비행하는 조류의 날개 구조를 모방해 소음 수준을 지금보다 20% 이하로 줄일 수 있다.

광합성 생체 모방을 이용한 항노화 기능성 화장품 소재도 찾아냈다. 광합성 식물은 스스로 항산화와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염료를 배출한다. 이를 광합성 단백질에서 나타나는 아미노산 트립토판의 항산화 작용이라 부르는데, 항노화 화장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미래의 가장 유망한 차세대 에너지원 중의 하나인 유기 태양 전지를 건물 외벽과 유리창에 부착하는 건물 일체형 발전 시스템도 눈여겨볼 만하다. 고효율 반투명 유기태양전지 소자 기술, 플렉서블(휠 수 있는) 투명 전극 기술, 인쇄 기반 플렉서블 기술이 동시에 쓰인다.

발 빠르게 지원 나선 전남도

인간 친화형 로봇 시스템 기술도 핵심 청색기술로 손꼽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간병 관련 로봇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노약자 케어 지원 로봇 시스템은 이미 개발됐으나, 시스템 도입을 최적화하고 시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특히 보급과 도입을 촉진하기 위한 사용자(노약자·병원·노인·장애인) 관점에서의 서비스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청색기술은 경제성·환경성·사회성을 모두 갖춘 최적의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공학적 난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임에도 아직 상용화에 성공한 제품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개념이 생소한 탓에 많은 연구자와 관련 산업 인력이 접근하기 어려운 편이다. 이 때문에 미래 유망 분야 선정을 위해 세부 분야별로 어디를 미리 지원해야 하는지 우선 결정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청색기술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는 기폭제가 마련됐다. 새 정부의 첫 총리 후보자로 이낙연 전남도지사가 지명받으면서다. 전남도는 청색기술과 관련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지방자치단체로 꼽히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 청색기술을 지역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학계·산업계·연구소 등 각계 전문가 23명이 참여하는 ‘전라남도 청색기술 산업화 추진단’을 출범했다. 광주과학기술원·단국대·목포대·순천대·중앙대 5개 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협약을 맺고, 청색기술 공동 연구와 인력 교류를 하고 있다. ‘청색기술 산업화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해 산업통상자원부·미래창조과학부와 협의해 청색기술 자원을 적극 발굴하고, 국가사업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또 2022년까지 청색기술 산업지구를 조성하는 방안도 짜고 있다. 청색기술복합지원센터와 청색기술 산업화 연구소를 중심으로 청색기술 관련 연구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청색기술 산업 지구의 기초 응용 상용화 연구를 수행하고, 입주 기업의 기술 역량을 높이는 등 융합 연구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우기종 전라남도 정무부지사는 “청색기술은 자연에서 얻은 영감과 생명체를 모방해 이를 산업화하는 기술”이라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새 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국내 주요 청색기술

사막 풍뎅이 모방 저에너지 소비 제습 기술

청정 수소 생산 상용화를 위한 고효율 광전기 화학셀

생체 모사 생체 친화형 전극 코팅 기술

에너지 절감형 플렉서블 스마트 사이니지 시스템

바이오 매스 폐자원을 이용한 바이오촉매화학 융합 기술

태양광발전을 이용한 실내 유해물질 농도 저감 자동화 제어시스템

물포 나비 구조색 발현 모방 광결정 소재·소자

만능 점·접착식 3D 형태 가변형 전자소자

맹금류를 모방한 프로펠러 소음 억제기술

미래 정차·주행 통합 무선충전 전기자동차

농작물 수율 향상을 위한 전염병 조기 진단용 광분석

사물인터넷 기술과 광센서를 활용한 해양수자원관리 시스템

축산 악취 저감 및 축사관리 실증기술

기능성 작용기 갖는 나노 셀룰로오즈 섬유 상용화

유전자 모방 지능형 기능성 나노 구조체

광합성 생체 모방을 이용한 항노화 기능성 화장품 소재

자연모방 삼각(시각·촉각·후각)센서

인간 친화형 로봇 시스템

중력식 생물 막 여과 기반 지속가능 정수처리

생체 내 염증 제어 모방 세포 생산

광합성 모사 건물 일체형 반투명 유기 태양 전지

자료: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광주과학기술원

1385호 (201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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