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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 기자의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다시 보기(4) 신축 빌라 실입주금] 실입주금 0원? 자칫 채무불이행에 처벌까지 받아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업(UP) 계약서’ 작성 후 사실상 분양가의 100% 대출... 빌라 장점 많지만 환금성 낮아 신중히 접근해야

신문이나 잡지·인터넷 등에는 ‘돈이 될 것 같은’ 부동산 관련 광고가 넘쳐난다. 어떤 광고는 실제로 재테크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이 있다면 광고도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포장만 그럴 듯한 광고가 상당수다. 과대·과장·거짓은 아니더라도 그 뒤엔 무시무시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예도 많다. 이런 광고를 액면 그대로 믿었다간 시쳇말로 ‘폭망(심하게 망했다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 할 수도 있다.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


▎서울과 경기도 용인시 주택가에 걸려 있는 신축 빌라 분양 홍보물. 실입주금이 2000만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인기가 높아진 빌라(villa).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싼 덕에 전세 난민들의 내 집 마련 대안이 됐다. 서울에선 인근 아파트 전셋값 수준에서 구매해 입주할 수 있다. 부천·일산 등 경기도나 인천 등지에선 서울 아파트 전셋값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다.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최근 신축 빌라도 곳곳에 들어섰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등 서울·수도권 주택가를 지나다 보면 신축 빌라 분양 전단지나 플래카드를 쉽사리 볼 수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수도권에서만 빌라(다세대·연립주택) 2만4952동이 새로 들어섰다.

지난해 지어진 빌라는 9945동, 총 10만1899가구에 이른다. 이 같은 신축 빌라 분양 홍보물 중에 유독 주택 수요자들의 눈길을 끄는 문구가 있다. ‘실입주금 0원’ 혹은 ‘실입주금 1000만원’ 등이다. 해석하자면, 1000만원만 있으면 신축 빌라를 구매하고 입주까지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주로 집값이 싼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인천 지역에 이런 홍보물이 많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재계약 시점이 되면 수억원씩 올라 있는 점을 감안하면 무주택 실수요자의 눈길을 확 끄는 문구다. 어떻게 실입주금이 1000만원, 혹은 한 푼도 안 드는 걸까.

도심 외곽 지역에서 성행

빌라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지만 사실 빌라라는 명칭은 법에서 정한 용어가 아니다. 우리 건축·주택법에는 빌라라는 주택 자체가 없다. 빌라로 불리는 집은 건축법상 다세대주택·연립주택이다. 다세대·연립주택은 4층 이하 공동주택을 말한다. 5층 이상이면 아파트, 4층(필로티 제외) 이하면 다세대주택(연 면적이 660㎡ 이하)이나 연립주택(연면적이 660㎡ 초과) 중 하나다. 공동주택이므로 아파트처럼 각 가구의 구분 등기가 된다. 집집마다 주인이 따로 있다는 얘기다. 바로 이 4층 이하 주택을 빌라라고 통칭한다.

빌라의 매력은 저렴한 가격에 있다. 대체로 인근 아파트값의 절반 수준이다. 그만큼 투자하기도 쉽고 내 집 마련이 용이하다. 그렇다고 한들, 어떻게 실입주금이 0원, 1000만원에 그치는 걸까.

우선 실제로 가능한 얘기다. 한 신축 빌라 분양 중개인은 “경기도 일부 지역에선 실입주금 한 푼도 안 들이고도 신축 빌라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방법은 간단하다. 빌라는 대개 후(後)분양을 하는 예가 많은데 후 분양 빌라를 계약할 때 분양 계약서상 분양가를 실제 분양가보다 20~30% 비싸게 적는 것이다. 이른바 ‘업(UP)계약서’를 쓰는 것이다. 이 업계약서를 근거로 법무사 등을 동원해 은행에 서 대 출 을 분 양 가 의 60~70%까지 받는다.

예컨대 1억3000만원짜리 빌라를 산다고 가정하면, 분양 계약서상 분양가를 1억 6000만~1억7000만원을 쓰는 것이다. 이 계약서를 가지고 은행에서 담보 대출을 1억 3000만원까지 받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결과적으로 분양가의 10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신축 빌라 계약자는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새 빌라에 입주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빌라 분양업체 관계자는 “서울에서는 집값이 비싼 편이어서 실입주금이 적어도 1억~2억원은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고양시나 부천시, 인천시 등지에선 한 푼도 안 들이고 입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빌라는 대부분 30가구 이하여서 사업·분양 승인을 받지 않아도 돼 업계약서를 통해 분양가를 속이는 게 가능한 것이다. 현행법은 3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만 사업·분양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30가구 이하여서 사업·분양 승인 대상은 아니지만 이 같은 업계약서는 엄연히 불법이다. 허위 서류로 담보대출을 받는 만큼 적발되면 계약 취소는 물론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처벌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출을 집값의 100%까지 받으면 ‘하우스푸어’(집 가진 거지)로 전락할 수 있다. 당장 은행 대출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가격이 잘 오르지 않고, 되팔기도 쉽지 않은 빌라를 집값의 100% 가까이 대출을 받게 되면 고스란히 그 부담은 계약자에게 돌아올 수 있다. 입주 후 금융회사에서 실제 가격을 알게 되면 대출금을 회수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원하는 시기, 원하는 가격에 팔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입주 후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예도 실제로 있다.

그렇다고 모든 신축 빌라를 색안경 끼고 볼 필요는 없다. 무리하게 대출만 받지 않는다면 전세 난민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장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전셋값 수준에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 실세로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쓰리룸(방 3개) 신축 빌라는 인근 아파트 전셋값 수준인 3억~5억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서초구 양재동이나 송파구 방이동 등 서울 ‘강남 3구’의 빌라 분양가도 이 수준이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이나 인천, 경기도 부천시 등지는 2억~3억원이면 전용면적 56~60㎡ 정도의 쓰리룸 빌라를 살 수 있다. 여기에 분양가의 30~40% 정도 담보대출을 받는다면 실입주금은 1억~2억원대로 내려간다.

건축·평면 기술이 발전하면서 편의성도 높아졌다. 대부분의 신축 빌라는 가구 수만큼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있고, 보안시설도 제법 갖추고 있다. 한 빌라 전문 건설회사 관계자는 “과거 정사각형의 붉은 벽돌집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전문업체가 설계·인테리어를 하는 예도 있어 복층이나 테라스 등을 갖춘 실용적이고 예쁜 집도 많다”고 말했다.

아파트와 달리 대개 80~90% 이상 집을 지은 상태에서 분양해 집을 보고 계약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다만 분양가는 적정한지, 향후 처분이 가능할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신축이라는 이유만으로 주변 빌라보다 훨씬 비싼 예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강서구 화곡동의 미래공인 허윤지 실장은 “아파트보다 싼 것은 맞지만 지은 지 2~3년 된 주변 빌라보다도 20% 이상 비싼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교통·교육여건은 물론 주차·보안 등이 잘 갖춰진 집을 선택해야 나중에 팔기도 수월하다.

등기부상 소유자가 계약서상 건축주 맞는지 확인해야

빌라는 대개 분양 주체(건축주)가 개인이나 중소 건설회사다. 따라서 계약 때 등기부상 소유자가 계약서상 건축주가 맞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테라스나 다락방 등의 불법 확장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하자보수보증금(공사비의 3%) 예치 여부도 중요하다. 빌라는 특히 입주 후 하자·보수 문제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으므로 하자보수보증금을 예치하지 않았다면 계약하지 않는 게 낫다. 분양대행회사인 앰게이츠 장원석 대표는 “빌라는 쉽게 팔 수 있는 상품이 아니므로 장기 거주하거나, 이사를 가야 할 때는 전세나 월세를 놓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대출은 분양가의 40% 이하로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1387호 (20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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