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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100홀 이상 보유한 국내 기업들] 부영, 최근 10년 동안 1년 1개꼴 개장 

 

남화영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편집장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 골프장 집중 쇼핑... 골프장 전문기업의 프랜차이즈화 급물살

▎제주부영컨트리클럽. / 사진·제주부영컨트리클럽
한국에서는 어떤 기업이 골프장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을까. 덩치가 큰 기업이라고 무작정 많은 골프장을 거느리진 않는다. 그보다는 골프장 업계 및 레저 시장의 변화가 보유 홀수를 결정짓는 변수다. 한국에서도 골프장 전문기업에 의한 프랜차이즈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 100홀 이상 보유한 기업은 11곳으로 집계됐다.

국내 최대 골프장 보유기업은 부영


▎안양컨트리. / 사진·안양컨트리클럽
최근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출간한 [레저백서 2017]에서는 국내 60대 그룹의 골프장 보유 홀 수를 집계했다. 그룹 규모의 기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4분기 자산총액에 따라 나눈 순위였다. 이들 중에 27개 그룹이 지난해 말까지 82개소, 18홀로 환산하면 87.6개의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대기업이 해외에 보유한 2곳을 제외한 국내 골프장(18홀 기준 84.6곳)은 국내 총 골프장(18홀 기준 531.6곳)의 15.9%를 차지했다. 이 중 38%에 해당하는 33곳이 2010년 이후 새로 생겼다. 국내에 골프붐이 형성된 2005~09년 사이 15.2%에 해당하는 13.3곳이 추가된 것에 비하면 최근에 급속도로 증가했다는 의미다. 이중 가장 두드러진 기업이 부영이다.

부영은 국내 7곳 144홀, 해외 2곳 45홀을 합치면 골프장을 총 9곳을 가지고 있으며 홀수는 189홀에 달한다. 1983년 주택건설사업체로 시작한 부영이 이처럼 많은 골프장을 보유한 역사는 10년에 불과하다. 제주도 서귀포의 27홀 퍼블릭 제주부영 컨트리클럽(CC)을 2008년 1월에 개장한 게 처음이다. 그 후 2년 뒤 라오스에 27홀의 부영라오씨게임을 직접 건설했고, 2013년 캄보디아 수도 씨엠립에 18홀 골프장을 인수했다.

부영은 2008년 미국의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후 국내 골프장 회원권 시세가 급락할 때 저렴하게 나오는 골프장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골프장들을 늘려나갔다. 2011년엔 무주 덕유산을 인수했고, 지난해 2월에는 전격적으로 오투리조트, 마에스트로, 더클래식 3곳을 인수했다. 2012년 전남 순천에 순천부영을 조성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퍼블릭 18홀 나주부영까지 열었다. 부영이 보유한 7곳 중 무주 덕유산을 제외한 6곳이 퍼블릭 골프장이다.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동생인 이신근 썬밸리 회장은 토목 건설(동광개발) 업계 출신이다. 그는 2003년 충북 음성의 18홀 회원제 썬밸리CC를 시작으로 골프장 계열사를 늘려나갔다. 2005년 강원 고성에 27홀 설악썬밸리, 2007년 강원 횡성에 18홀 회원제 동원썬밸리를 열렸다. 이후 일본으로 영업망을 넓혀 구마모토에 18홀 코스 2곳을 인수했다. 2012년에는 다시 국내 9홀 여주썬밸리까지 개장하면서 국내에 4곳 72홀 체제를 갖췄다. 2014년 필리핀 클락에 36홀 클락썬밸리를 개장하면서 해외 3곳을 합쳐 총 7곳 144홀 규모로 확대되었다.

삼성그룹은 국내에 총 6곳 162홀의 골프장을 거느리고 있다. 그룹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은 열정적인 골프 애호가였다. 1968년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경기 군포에 안양컨트리클럽을 열어 애지중지 관리했다. 이 회장은 단순히 골프장을 고급스럽게 관리한 수준을 넘어섰다. 19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10여 곳의 골프장과 제휴를 맺었다. 오늘날 몇몇 골프장이 종종 추진하는 상호 회원 이용 교류(Reciprocal)를 30년 전부터 추진했다. 또한 직원들을 해외로 파견해 선진 골프장의 노하우를 배워오게 하는 등 골프장 운영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추구했다.

10대 그룹 중 삼성 최다 보유


삼성은 부산의 동래베네스트를 78년 인수한 이래 99년에 안성베네스트(27홀), 2004년 가평베네스트(27홀)를 인수하면서 골프장 사업 규모를 넓혔다. 용인 에버랜드의 9홀 글렌로스는 직접 만들었다. 2014년 3월에는 에버랜드와 이웃한 레이크사이드(회원제 18홀, 퍼블릭 36홀)를 사들여 현재의 규모를 갖췄다.

자산 규모로는 기업 순위 11번째인 한화그룹은 국내에 5곳 108홀, 일본 나가사키에 18홀로 총 6곳 126홀을 보유하고 있다. 1980년 6월 경기도 용인에서 36홀 플라자CC용인을 개장한 것이 골프장 사업의 시작이다. 4년 뒤에 설악에 18홀 골프장을 추가했다. 골프장 사업을 확장한 것은 2004년 춘천에 프라이빗 골프장 제이드팰리스를 개장하면서부터다. 이는 2010년 충남 태안에 개장한 27홀 골든베이로까지 이어졌다.

그룹 순위 7위인 롯데는 성주골프장을 사드부지로 매각한 이후 종전 90홀에서 제주와 부여, 김해의 3곳 72홀로 축소됐다. 코오롱은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 강원 춘천 라비에벨 등 4곳에 80홀을 보유하고 있다. 태영그룹은 1993년 블루원용인(구 태영CC)을 시작으로 경주의 디아너스, 블루원 상주의 3곳의 72홀, GS그룹은 춘천의 엘리시안강촌과 제주도를 합쳐 총 72홀을 보유하고 있다.

10대 대기업 중에 골프장 보유에 크게 관심이 없는 곳은 주 업종에서 레저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기업들이다. 현대자동차는 제주도의 해비치 27홀과 2007년 남양주에 인수한 해비치서울 18홀 두 곳이 있다. SK는 2010년에 제주도의 27홀 핀크스를 인수했을 뿐이다. LG도 경기도 광주에 곤지암 18홀만 보유하고 있다.

일본 등 해외 골프장을 인수하면서 외형을 확대한 골프장 전문 기업이 가진 홀수도 무시할 수 없다.

해외로 뻗는 전문기업들


▎선산컨트리 / 사진·선산컨트리클럽
1988년 유신일 회장이 설립한 한국산업양행은 일본에서 야마하 골프카트를 수입해 국내 골프장에 유통한 회사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일본에만 골프장 8곳 162홀을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골프장 업계의 흥망성쇠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유 회장은 한국의 골프장 급성장기에 카트 공급으로 큰 돈을 벌었고, 그 자금력을 바탕으로 2003년 일본 치바의 요네하라CC를 시작으로 골프장 가격이 폭락한 2005년까지 무려 7곳의 골프장을 사들였다. 그리고 넘쳐나는 한국의 골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일본에서 인수한 골프장 마케팅 활동을 폈다. 2008년 인수한 페닌슐라오너즈의 경우 한국인 정회원을 모집하기도 했다.

87년 전운사 회장이 경북 구미에 설립한 구미개발은 94년 18홀 회원제 선산CC로 골프장 사업을 시작했다. 99년엔 그 옆으로 18홀 퍼블릭 제이스를 개장했고, 2006년 경주에 감포제이스 씨사이드CC로 넓혀나갔다. 이후 전 회장은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해외 운영 법인 제이스피앤디를 두고 2008년 일본 큐슈 지역의 골프장 3곳을 인수했고, 2010년에 큐슈 미야자키에 18홀, 2011년에 큐슈에 36홀 고겐을 추가했다. 지난해 18홀 한 곳을 매각해서 지금은 국내 3곳, 일본에 4곳으로 총 7곳 144홀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동준 회장이 설립한 GA코리아(구 기흥관광개발)는 86년부터 경기도 용인의 골드와 코리아CC( 총 72홀)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 골프장 사업 확장은 2004년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 썬시티골프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이듬해 일본 효고현의 갤럭시리조트를 사들였고, 2008년에는 중국 상하이 인근 난퉁CC를 인수했다. GA코리아는 국내 2곳 72홀과 미국·일본·중국 해외 3곳 54홀을 합쳐 총 5곳 126홀을 보유한 글로벌 골프장 기업이다.

90년대 골프장 급성장기를 타고 돈을 벌어서 해외가 아닌 국내 주변 지역 골프장으로 사세를 넓혀나간 골프장 전문 기업도 있다. 이들은 수도권의 수익성 높은 골프장을 베이스캠프 삼아 제주도 등 지방으로 골프장 체인화를 추구했다.

국내파 골프장 전문 기업들


▎아난티클럽서울./ 사진·아난티클럽서울
신안그룹은 72년 경기 화성에 36홀 리베라CC를 개장하면서 사세를 키운 골프장 운영 전문 기업이다. 이후 99년 안성에 신안, 이듬해에 경기도 광주에 그린힐, 2006년 제주도에 27홀 에버리스로 넓혀나갔다. 2011년 말에는 현대시멘트로부터 강원 횡성의 36홀 웰리힐리(구 오스타)까지 인수하면서 5곳 144홀 규모로 확장했다.

레이크힐스는 68년 속리산호텔에서 관광 숙박업으로 시작했다. 골프장으로 확대한 것은 98년 6월 경기 용인에 27홀 레이크힐스용인CC를 개장하면서부터다. 이후 2000년 안성에 9홀 퍼블릭을 리조트와 함께 열었다. 2002년 제주도에 27홀, 2006년 경남 함안에 18홀, 2008년 전남 순천에 36홀을 넓혀나가 현재는 전국 5곳에 117홀을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에머슨퍼시픽은 92년 4월 충북 진천에 개장한 27홀 에머슨CC(구 중앙)가 모체다. 2년 뒤에는 세종에머슨(구 IMG내셔널)을 인수하면서 돈을 벌었다. 2005년 리츠칼튼을 대폭 리노베이션해 아난티클럽서울을 새롭게 내놓으면서 대박을 터트렸다. 기존의 골프장 일변도에서 탈피하고 체류를 위한 라이프스타일형 클럽을 잇따라 제시하면서 각광받았다. 2006년 경남 남해의 힐튼남해, 2008년 북한 금강산에 아난티클럽금강산을 각각 개장해 5곳에 117홀 규모를 갖췄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는 91년 골프장 회원권 중개 거래업소로 시작해 골프 경기 호조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2005년에는 인천 국제공항 인근의 제5활주로 부지를 골프장으로 조성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골프장 운영업에 뛰어들었다. 퍼블릭 4개 코스 72홀을 조성해 스카이72골프리조트로 개장한 뒤로는 국제 대회 유치 등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주목받았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는 2013년 전북 장수에 18홀 장수골프리조트를 추가했고, 이듬해인 2014년에는 충북 청주의 실크리버를 인수했다. 이로써 에이스회원권거래소는 코스 4곳에 115홀 규모를 갖춘 골프장 운영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는 전남 영암과 해남에서 대규모 골프장이 포함된 솔라시도 골프 리조트 사업을 벌이고 있다. 회원권 거래라는 본원 사업은 급격히 위축됐으나 골프장 개발 운영 기업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밖에 오션힐스는 경북 포항·영천·청도 등 국내 4곳에 100홀에서 한 홀이 모자란 99홀, 스크린골프업체 골프존은 5곳의 골프존카운티에 90홀, 공무원연금공단은 천안·화성·남원·김해에 상록 골프장 90홀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전국에 비슷한 이름의 골프장으로 넓혀나간 것이 현재까지의 과정이었다면 향후에는 체인화, 브랜드화한 이들 골프장들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자신만의 사업 영역을 제대로 잘 이끌어가야 할 단계다. 단지 이름을 통일하고 자원의 공동 구매에 그치는 단계에서 넘어서 브랜드와 마케팅의 특징을 살려나가야 한다. 미국의 트룬골프, 골프코프, 일본의 PGM, 아코디아, 유럽의 블루그린, 중국의 미션힐스 등이 이미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한국 골프장 업계 역시 이미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1387호 (20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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