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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낙후된 중국이 알리바바를 키웠다 

 

김재현 칼럼니스트
중국 유통시스템 보완하며 독점 기업으로 성장... 마윈 회장, 2020년 거래액 1조 달러 목표 밝혀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 주가가 급등하며 글로벌 시가총액 10위 종목으로 부상했다. 얼마 전 시총10위로 부상한 텐센트를 제치고 알리바바가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모두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에서 글로벌 영향력이 가장 큰 기업에 속한다.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화웨이가 스마트폰 등 우리 소비자도 접할 수 있는 제품으로 점차 익숙해진 반면,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여전히 낯설다. 두 회사 모두 중국 내수 사업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기업이다. 한국 검색시장에서 네이버가 가진 영향력만큼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중국 내수시장이 워낙 크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알리바바 주가 급등의 계기는 6월 8일 개최된 IR 컨퍼런스였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과 장용 CEO 등이 참가한 이날 행사에서 알리바바는 2020년까지 총 거래액(GMV) 1조 달러(6조 위안)를 달성하고 2036년까지 전세계 20억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발표했다. 또한 2018년 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매출 성장률이 45~49%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인 약 37%를 뛰어넘는 수치다. 이날 뉴욕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 주가는 13% 상승한 142.3달러를 기록했다. 시총은 3600억 달러를 초과하며 텐센트(약 3300억 달러)를 따돌렸다. 이후 알리바바 주가는 소폭 조정을 받으며 6월 13일 136.6달러로 거래를 마감했지만, 여전히 텐센트보다 높은 시가총액을 유지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총 거래액은 올해 3월까지인 2017년 회계연도에 이미 3조8000억 위안을 기록했고 영업수익도 전년 대비 56% 증가한 1582억 위안에 달했다. 알리바바가 대단한 이유는 바로 총 거래액에 있다. 2016년 중국 전체 민간소비 규모는 33조 2316억 위안이다. 이 중 알리바바가 차지하는 비중이 11%가 넘는다.

월마트 제치고 세계 최대 유통업체로 발돋움


2016년 알리바바의 매출 규모는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매출액(4860억 달러)을 넘어섰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가 오프라인의 최대 유통업체를 뛰어넘은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생긴다. 인터넷, 전자상거래 모두 미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고 내수시장 규모도 미국이 가장 크다. 그런데 왜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서 알리바바 같은 기업이 탄생했을까. 이 의문의 해답이 바로 알리바바의 성장 비결과도 연관돼 있다.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알리바바의 성장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2003년 설립된 타오바오왕(淘寶網)이다. 타오바오왕은 개인 간 거래를 중개하는 C2C 플랫폼인데, 출범부터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다. 중국에 진출한 이베이다. 2003년 6월 이베이가 중국 최대 경매사이트인 이취(易趣)를 인수한 후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자 알리바바의 앞길을 밝게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대부분 전문가가 이베이가 중국 전자 상거래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리바바가 이베이를 꺾기 위해 내놓은 전략은 단순했다. 공짜 전략이다. 경쟁자들은 거래금액의 2%를 수수료로 책정했는데, 알리바바는 무료였다. 거기다 등록비, 검색추천 비용도 받지 않았다. 2003년 말까지 알리바바는 등록회원 30만 명을 확보했다. 또한 알리바바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알리페이였다. 거래 당사자 간의 신뢰 부족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알리바바가 2003년 10월 제3자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내놓고 나서 타오바오왕의 회원 수와 거래규모가 급격히 증가한다. 타오바오왕은 판매자들이 대형화되면서 B2C사이트의 성격도 가지기 시작했다.

타오바오왕의 메신저 서비스인 왕왕(旺旺)도 호평을 받았다. 구매자는 타오바오왕에서 상품을 구매한 후 왕왕을 통해서 판매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궁금함을 해소할 수 있었다. 왕왕은 중국의 인건비가 저렴했기에 가능했던 서비스이기도 하다. 알리바바의 성공적인 경영전략에 힘입어 타오바오왕은 급성장했다. 출시 6개월 만에 글로벌 사이트 순위 100위 안에 올랐고 9개월 후에는 50위 이내, 1년 후에는 20위 이내로 순위가 급상승한다. 2005년 초가 되자 승부는 이미 결판이 났다. 타오바오왕 회원 수는 600만 명으로 이베이의 1000만 명보다 적었지만, 취급 상품 수, 검색량, 거래금액은 모두 이베이를 넘어섰다. 2007년이 되자 타오바오왕은 점유율 80%가 넘는 시장 지배자가 됐다. 2008년에는 기업형 판매자들을 위한 B2C사이트인 티몰을 론칭하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사이트로 키워나갔다.

알리바바가 중국에서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

역설적이지만, 알리바바 성공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 유통시장이 미국보다 훨씬 낙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에반스와 리처드 슈말렌지가 쓴 [매치메이커스(Matchmakers)]는 신경제의 대표적인 기업들을 다루고 있다. 알리바바, 애플, 페이스북, 구글, 텐센트 등인데, 이 기업들은 전부 다면 플랫폼(multisided platform) 기업이다. 플랫폼 기업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데, 이중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아마존, 이베이를 제치고 세계 최대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저자들에 의하면 알리바바는 중국의 아마존이나 이베이가 아닌, 중국에서만 존재하는 독특한 기업이다. 왜냐면 알리바바만이 B2B와 B2C를 성공적으로 결합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알리바바는 신뢰와 소통이라는 미국이나 선진국에는 없는, 중국만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면서 진화해나갔다. 저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중국 시장의 마찰(friction, 불편함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이 미국보다 훨씬 컸고 이것을 해결한 알리바바는 중국에서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보상으로 받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의 기존 유통시스템은 낙후되어 있었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의 경우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지방 3·4선 도시나 농촌지역은 제대로 된 유통채널이 없었다.

마윈 역시 이에 동의할 것이다. 지난 8일 개최된 IR행사에서 마윈은 “기업의 핵심은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사회가 발전하고 진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이런 기업만이 가치가 있고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윈의 말처럼 알리바바는 수많은 중국 중소기업이 중국 국내와 해외시장에서 판로를 개척하는 것을 돕고 중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게 함으로써 중국에서 엄청난 사회적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이로 인해 알리바바는 중국 내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이 약 60%에 달하는 독점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제 알리바바는 중국과 세계를 연결함으로써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거듭나려고 하고 있다. 2036년까지 전 세계 20억 소비자에게 다가가겠다는 것이 구체적인 목표다.

김재현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1389호 (2017.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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