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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부동산 VS 인터넷 재벌 엎치락뒤치락 

 

김재현 칼럼니스트
중국 부호 순위 양대 축 차지... 인터넷 업종에서 최고 부호 계속 나올 가능성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
중국의 부호 순위가 계속 바뀌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최대 부호인 왕지엔린 완다그룹 회장은 7월 말 재산 규모가 304억 달러로 줄면서 4위로 내려 앉았다. 대신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주가 상승에 힘입어 364억 달러로 재산이 늘면서 중국 최대 부호 자리에 올랐다.

올 들어 가장 재산이 크게 증가한 부호는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이다. 상장기업인 중국 헝다는 올 초만 해도 주가가 약 5홍콩달러에 불과했으나 최근 20홍콩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대주주인 쉬자인 회장의 재산도 지난해 98억 달러에서 309억 달러로 급증, 마윈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최근 헝다뿐 아니라 롱창·비꾸이웬·롱후 등 다른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주가도 급등하며 홍콩증시의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마윈 회장, 중국 최대 부호에 올라


2015~2016년 연속으로 중국 최대 부호에 오른 왕지엔린 완다그룹 회장은 중국에서 부자의 대명사다. TV 인터뷰도 자주 했는데, 2016년 한 인터뷰에서의 발언이 중국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됐다. 왕 회장의 말이다. “많은 청년이, 예를 들어 중국 최대 부호가 된다든지, 이런 자신의 목표와 분투할 방향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런데 우선 작은 목표를 먼저 세우는 것이 좋다, 예컨대 먼저 1억 위안을 번다든지….” 여기서 바로 1억 위안, 우리 돈으로 165억원이라는 ‘작은 목표’가 논란이 됐다. 대다수 중국인에게 1억 위안을 번다는 것은 결코 작은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대기업의 해외 인수합병 과정을 면밀히 검토하는 등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완다그룹이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완다그룹은 미국 대형 극장체인인 AMC와 할리우드 유명 영화사인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등 활발한 해외 인수합병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중국 은행감독 관리위원회 역시 대형 국유은행에게 완다그룹과 하이항그룹, 안방보험, 푸싱그룹 등에 대한 대출 리스크를 조사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응책으로 완다그룹은 중국 내 테마파크와 호텔을 매각하는 등 몸집을 줄이면서 부채를 축소하고 있다.

이와 달리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은 순풍에 돛 단 격이다. 이미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회장 중 최대 부호가 됐고 중국 최대 부호인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도 재산이 55억 달러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헝다그룹은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국 ‘축구굴기’의 대명사인 광저우 헝다를 운영하는 그룹이다. 2010년 2부 소속인 구단을 인수한 후 우리나라 이장수 감독을 영입해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유럽·남미에서 활약하는 수준급 선수들을 앞다퉈 영입했다. 중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마르첼로 리피 감독도 광저우 헝다를 거쳤다.

왕지엔린과 쉬자인 모두 부동산 재벌이지만, 최근 중국의 갑부를 배출하는 업종은 역시 인터넷 업종이다. 그리고 부동산 재벌 투 톱이 왕지엔린과 쉬자인이라면 인터넷 재벌 투 톱은 마윈과 마화텅이다. 마윈 회장은 올해 들어 뉴욕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 주가가 상승을 지속하면서 재산이 급증했다. 알리바바 주가는 올해 초 88.6달러에서 7월 말 약 157달러로 80% 가까이 상승했으며 시가총액은 4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약 31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는 건 폭발적인 성장세다. 알리바바의 2017년 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매출액은 전년 대비 56% 증가한 229억94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내년에도 매출액이 45~48% 증가할 것으로 알리바바는 전망했다.

텐센트의 마화텅 역시 만만찮다. 지난 7월 말 기준, 마화텅의 재산은 약 354억 달러로 중국 2위 부호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대비 재산이 109억 달러 늘었다. 중국 최대 인터넷업체인 텐센트 주가가 올해 초 189.4홍콩달러에서 7월 31일 313.4홍콩달러로 60%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텐센트는 시가총액이 374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기업이다. 올해 들어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세계 증시 시가총액 10위를 다투고 있다.

중국 부호 순위는 빌 게이츠가 20년 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보다 변화가 크다.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이어오면서 부를 축적할 새로운 기회가 계속 생겼으며, 특히 산업구조와 성장의 축이 끊임없이 변해왔기 때문이다. 변화의 단계를 네 단계로 구분해보자.

첫 단계는 1999년부터 2002년이다. 이 시기에는 ‘체제를 이용한 부의 축적’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중국 최대 부호를 차지했던 롱이런이나 신시왕그룹의 류융하오는 중국이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두 번째 단계는 2003년부터 2005년이다. 이 시기는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글로벌 경제의 일부분으로 편입되면서 중국 산업구조가 글로벌 변화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때다. 이때는 급변하는 추세에 올라탄 기업가들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IT업종이 인기를 끌었고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가전제품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인터넷 업체인 왕이의 딩레이와 가전유통 업체인 궈메이전기의 황광위가 순조롭게 중국 최대 부호 자리에 올랐다.

경제 지형에 따라 부호 순위도 엇갈려

세 번째 단계는 중국 증시가 급등한 2006년부터 2008년이다. 2007년 상하이증시가 사상 최고점인 6124포인트를 기록할 정도로 주식시장이 급등하면서 1년 동안 주가가 수십 배 오른 종목도 부지기수였다. 2007년에는 부동산 개발 업체인 비꾸이웬의 양후이옌이 1300억 위안의 재산으로 중국 최고 부호 자리에 올랐지만, 주가 등락이 심해서 최대 부호도 자주 바뀌었다.

마지막인 네 번째 단계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다. 2009년 중국 정부가 실시한 4조 위안의 경기 부양책과 중국 중산층의 본격적인 부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2009년은 중국 자동차 판매가 전년 대비 50% 넘게 증가하는 등 중산층의 구매력이 크게 향상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 해 전기 자동차 업체인 BYD의 왕촨푸가 중국 최대 갑부 자리에 올랐다. 자동차뿐 아니라 스마트폰, 하이테크 제품의 보급도 급속도로 늘었다. 이처럼 중산층이 늘고 스마트폰 보급이 급증하면서 2010년 이후 주로 인터넷 업종이 중국 최대 부호를 배출하기 시작했다. 알리바바의 마윈과 텐센트의 마화텅이 대표적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현재 중국 최대 부호 1위에서 4위는 모두 부동산 개발 업종과 인터넷 업종에서 나왔다. 급등한 부동산 가격과 전자상거래, 모바일 인터넷의 폭발적인 성장을 반영하는 모양새다. 특히 인터넷 업종은 앞으로도 중국 최대 부호를 배출할 가능성이 크다.

※ 김재현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1397호 (201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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