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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포스트 평창’ 키워드는 ‘자동차’] 동계 스포츠 강국 핀란드 WRC 랠리 벤치마킹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자동차 경주 대회로 올림픽 시설 활용하고 튜닝산업 육성...인제스피디움 주변 산악 지형과 구 도로 활용

▎강원도는 ‘포스트 평창’ 전략으로 세계자동차경주대회(WRC)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인제스피디움 주변의 산악지형과 구 도로를 활용한 랠리 코스를 준비 중이다.
평창 동계올림픽대회(2018년 2월 9~25일)가 개막까지 5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올림픽 준비에 여념이 없는 강원도지만 ‘포스트 평창’ 전략도 차분하게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제2영동고속도로(광주~원주)에 이어 올 여름 동서고속도로(춘천~양양)가 개통되면서 강원권이 수도권과 1~2시간 생활권으로 변한 것은 가장 큰 호재다. 이러한 교통 인프라를 바탕으로 강원도가 ‘포스트 평창’의 키워드로 잡은 것은 ‘자동차’다. 강원도는 세계자동차경주대회(WRC, World Rally Championship) 유치 의향서를 이미 2015년에 국제자동차연맹(FIA)에 제출하는 등 자동차 경주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처음엔 2018년 유치를 목표로 했으나 지금은 특정 시기는 정하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시설에서 개막 축제(Ceremonial Start)를 열고, 올림픽 시설의 사후 활용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평창 알펜시아리조트를 WRC의 참가팀과 관중의 숙박 시설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의 82%가 산악지형으로 그간 강원도 발전의 걸림돌로 여겨졌는데 WRC 유치를 통해 이것이 새로운 성장동력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강원도의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육성·발전시켜 강원도를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 대회의 메카로 자리매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악지형이 새로운 성장동력의 기반


▎사진:인제스피디움
WRC를 추진하는 데 핵심 인프라는 2013년 문을 연 자동차 경주장(서킷)인 인제스피디움이다. 인제스피디움 주변의 산악 지형과 구(舊) 도로를 활용한 랠리 코스를 준비 중이다. 인제군 기린면에 자리한 인제스피디움은 복합 자동차 문화 공간으로 부지 139만㎡에 3.908㎞의 레이싱 트랙이 설치돼 있다. 모터스포츠 체험 시설과 호텔(134실)·콘도(118실) 등 숙박 시설도 갖추고 있다. 인제스피디움은 국제 규격의 상설 경기장으로 강원도 특유의 산악지형을 고려해 건설됐다. 폭 13~15m의 서킷에 좌·우, 내리막·오르막 등 다양한 20여개 코너와 40m 고도차를 활용한 구간이 고루 배치돼 있다. 1만2400㎡의 지상 3층 규모로 만들어진 관람석은 2만여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

주변 산악지형은 WRC와도 안성맞춤이다. WRC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대회로 전 세계의 다양하고 어려운 지형을 무대로 하는 자동차 경주 대회다. 서킷 같은 아스팔트 포장 도로에서 진행되는 레이스와는 달리 WRC는 눈·얼음·자갈·모래·진흙·물 등의 장애물이 난무하는 비포장도로를 비롯해 심하게 굽어진 산간도로 등지에서 열린다. 일부 특정 구간에서는 일반 도로에서 경기가 진행될 수 있다.

1973년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처음 시작된 WRC는 포뮬러원(F1, Formula One)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양대 모터 스포츠로 손꼽힌다. WRC의 공식 타이틀은 ‘FIA World Rally Championship’으로 매년 1월에서 11월까지 전 세계 14개국(총 14라운드, 라운드별 3~4일 소요)을 오가며 경기가 진행된다. 지난해 4대륙 13개국에서 열렸다. 유럽을 시작으로 개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동차 제조 업체별 소속팀과 개별 참가팀이 참가하고 있는데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시트로엥·폴크스바겐·포드 등 실제 자동차 메이커가 참가하고 있다. 올해는 도요타도 가세했다. 현대차는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베르나로 참가하다가 11년 만인 2013년 i20로 재출전해 올해도 좋은 성적으로 연속 출전하고 있다.

강원도와 유사한 핀란드 WRC 환경


▎현대자동차는 WRC대회에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베르나로 참가하다가 11년 만인 2013년 i20로 재출전해 올해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경주 전용 머신이 출전하는 F1과 달리 WRC 참가 차량은 반드시 양산차여야 한다. 연간 2만5000대 이상으로 생산되는 차량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다만 차체·서스펜션·엔진·변속기 등은 대회 규정에 맞춰 업그레이드하면 된다. 최대 300마력의 1.6L급 GDI 터보 엔진과 4륜 구동 시스템이 기본이다. F1처럼 티타늄·마그네슘·세라믹 등 특정 재료는 사용할 수 없다. 경기장 노면의 상태(자갈, 눈 혹은 얼음, 아스팔트)에 따라 타이어는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강원도가 WRC의 벤치마킹으로 삼은 곳은 핀란드다. 강원도와 비슷한 산악지형의 나라로 동계 스포츠 강국인 동시에 자동차 경주로도 유명하다. 자동차 경주 대회가 열리는 곳은 핀란드 중남부의 케스키수오미(Keski-Suomi)의 주도(州都)인 이위베스퀼레(Jyvaskyla). 이곳은 스키점프·아이스하키와 같은 동계 스포츠의 메카인 동시에 자동차 경주가 활성화된 도시다. 케스키수오미 주(州)는 산악지형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강원도와 비슷하다. 면적도 1만 8660㎢로 1만6825㎢로 유사하다. 인구 밀도는 ㎢당 92.1명으로 국내 17개 광역시도 중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강원도(92.1명/㎢)보다도 사람이 적게 산다. 1951년 처음 개최된 핀란드 랠리는 총 1666㎞ 구간에서 경주를 벌인다. 1973년부터 WRC 공식 경주에 포함돼 있다. 대표 후원사는 핀란드 국영 정유·연료 판매기업인 네스테 오일로 대회 공식 명칭은 2006년 이후 ‘네스테 오일 랠리(Neste Oil Rally)’로 불린다. 핀란드 랠리의 핵심은 빠른 속도감과 함께 산악지형에서 가능한 높은 점프다. 바로 이곳에서 WRC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을 엿볼 수 있다. 덕분에 관람객 수는 타 개최지보다 많은 축에 속하는 약 22만 명을 매년 불러모으고 있다.

수도권과 4시간이 넘는 교통 문제, 튜닝산업 연관성 문제 등으로 실패한 전남 영암 F1과 달리 WRC는 ‘포스트 평창’을 넘어 안정적인 경제효과도 노리고 있다. 강원연구원의 ‘세계자동차경주대회 경제효과 분석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예상 관람객은 하루 1만5000명으로 가정했는데 이는 대회 전야제를 포함 나흘 간 총 6만 명이 참관하는 것으로 봤다. WRC 랠리 중 가장 인기가 많은 핀란드 대회 관람객 22만5000명, 그리고 8만 명으로 가장 적은 호주 랠리보다도 보수적으로 관람객 숫자를 잡았다. 만약 6만 명에 관광객 하루 지출액 6만3340원(2014년 국민여행실태조사)을 곱하면 하루 38억원 정도의 관광 수익이 날 것으로 봤다. 이 정도라면 대회 개최권료 50억원, 매년 개최비용 20억원으로 가정할 경우 3년 정도 개최할 때 드는 비용인 110억원(3년)을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조5000억원대 튜닝 시장 노려

강원도는 WRC를 통해 국내 튜닝산업에서 선점 효과도 노리고 있다. 자동차 튜닝(Tuning)이란 일반적으로 양산차를 운전자가 자신의 개인적 취향에 맞게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튜닝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피아노를 조율한다는 의미에서 시작됐다.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자동차를 위해 양산차의 기본 제원보다 더 나은 상태로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제원상 각종 출력이 7~10% 정도 오차가 나타나는데 이런 오차를 최대한 줄여 차량을 최고의 상태로 이끌어내는 것을 뜻한다. 다른 용어로는 ‘자동차 성능 개조’ ‘자동차 개성화’ ‘자동차 꾸미기’ ‘자동차 개성 맞춤’ 등의 표현이 있다.

외국에서도 튜닝과 모터 스포츠를 동면의 양면처럼 보는 경향이 크다. 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 튜닝문화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튜닝산업에서 모터 스포츠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고, 튜닝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기회가 됐다. 강원도 역시 WRC를 발판으로 인제스피디움 주변에 고성능 자동차 융복합 튜닝 클러스터의 조성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2500억원 규모인 자동차 튜닝시장은 2020년대 1조50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튜닝시장이 커짐에 따라 2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튜닝 동호인도 늘고 있다. 현재 자동차 튜닝 관련 국내 온라인 동호회 회원 수는 약 5만~6만 명으로 추정된다. 2008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국내 자동차 전문 튜닝 업체(튜닝 숍)의 수는 600개 정도로 2014년 15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2500억원 규모로 커졌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2015년 자동차 튜닝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튜닝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관련 규정을 정비해 나가고 있다. 튜닝 절차에 대해 홍보를 강화하고, 인터넷으로도 구조변경 신청이 가능하도록 간소화 작업에 들어갔다. 건전한 튜닝 문화 정착을 위해 한국자동차튜닝협회도 설립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2015년 자동차 튜닝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발 우선순위가 높은 튜닝부품(5개)을 선정하고, 약 4년간 198억원을 투입해 품질 개선과 고성능 부품 개발에 들어갔다. 지난해 4월 자동차 튜닝 규제 완화를 위해 ‘자동차 구조·장치 변경에 관한 규정’(고시 제2014-462호)이 일부 개정된 것 덕분에 튜닝산업은 힘을 얻게 됐다. 경미한 튜닝과 관련해 10개 항목이 추가되는 등 튜닝 규제가 줄어들었고, 차종·차령·자격 제한도 완화됐다. 또 소비자 불편사항에 대한 절차도 간편해졌고, 튜닝에 대한 규정도 명확해졌다.

1401호 (20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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