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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린데 스웨덴 유럽연합·통상 장관] “미래 자동차산업에서 한국과 적극 협력”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양국 간 교역, FTA 체결 이전 대비 70% 증가...게임·음악 등 창조산업에서 세계적 돌풍

▎사진:전민규 기자
인구 1000만 명의 스웨덴은 작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찍이 해외로 눈을 돌렸다. 스웨덴 국립경제연구소(NIER)에 따르면 스웨덴의 수출입 규모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수출 규모는 지난해보다 1.1%포인트 늘어난 3.3% 증가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2011년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두 나라 간 교역도 크게 늘었다. 안 린데(56·Ann Linde) 스웨덴 유럽연합·통상 장관은 “올해 한국으로의 수출 규모가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며 “이는 전체 평균인 12%를 크게 웃도는 수치”라고 말했다. “FTA 체결 이전과 비교하면 70%나 증가했다”며 “우리에게 한국은 아시아에서 셋째로 큰 교역 대상국”이라고 덧붙였다. 린데 장관은 서울 코엑스에서 9월 21~22일 열린 아셈 경제장관회의(EMM) 참석 차 방한했다. 자국에서 통상과 EU 장관을 겸임하는 그는 한·EU FTA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그는 본 행사에 앞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한·스웨덴 교역·투자 확대와 보호무역주의 대응 등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린데 장관은 9월 2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EU FTA의 성과에 대해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한·EU FTA에서 양국이 얻은 가장 큰 성과가 무엇인가.

“양국 간 무역이 활발해지며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 스웨덴은 수출 관련 업무 종사자가 140만 명에 이르는데, 이 중 2만개 일자리가 한국과의 교역으로 창출됐다. 한국 역시 스웨덴 무역과 관련해 수천여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 FTA 탓에 자국민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의견도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물론 다른 국가와의 경쟁은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무역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있다면 그 회사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로 인해 일할 곳이 사라진 개인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충분히 갖춘다면 무역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탄탄한 수출 성과를 바탕으로 스웨덴 경제지표도 상승곡선이다. 스웨덴 정부는 8월 열린 각료 회의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1%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4월 전망치보다 0.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내년 68.3%로 전망되는 고용률(20~64세) 역시 1992년 이래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5년 7.4%를 기록했던 실업률은 꾸준히 감소해 내년 5.9%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역시 북유럽 최대 금융그룹인 노르디아는 최근 스웨덴의 경제를 두고 ‘매우 강한(crazy strong)’ 모습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위기를 겪은 다른 유럽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느린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주변국의 어려움에도 스웨덴 경제가 호황을 누리는 배경은 무엇인가.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노·사·정 합의를 토대로 한 스웨덴식 모델과 정부와 산·학이 3중 나선(triple helix)구조를 이룬 덕분이다. 경제 상황은 수시로 변한다.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기도 한다. 예컨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조선업이 크게 발달했지만 80년대 들어 한국·일본 등이 부상하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때 부진한 산업에 얽매이기보다는 과감히 낡은 것에서 탈피해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스웨덴식 모델에 의해 보호받는다. 실직자가 다른 분야에 취업하기 위해 교육을 받는 동안 충분한 실업급여와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스웨덴 사람들에게 실직은 재앙이 아니다. 언제든 교육을 통해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잘 나가던 산업을 한순간에 정리하는 일이 쉽진 않을 텐데.

“스테판 뢰벤 현 스웨덴 총리는 과거 금속노조연맹의 위원장이었다. 당시 그는 ‘당신의 직장을 위협할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두렵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낡은 테크놀로지다.’ 낡은 기술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심사는 (산업 쇠퇴로 인해) 직장을 잃은 사람을 구하는 것이지, 특정한 직업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3중 나선 구조가 정확히 무엇인가.

“기업과 학계·정부의 3자간 협력 체계다. 우리는 스웨덴의 강점이 무엇이고 필요가 무엇인지에 대해 기업·학계와 끊임없이 대화한다. 예컨대 5개의 IPP(Innovative Partnership Program·혁신적 파트너십 프로그램)를 운영한다. 스마트시티에서의 지속가능한 교통시스템, 생명공학, 순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3자가 협력한다.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엄청나다. 스웨덴은 스위스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혁신적인 국가로 꼽혔다. 또한 실리콘밸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유니콘(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수퍼 스타트업)을 보유하고 있다. ‘스포티파이’(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나 ‘캔디크러쉬’ (모바일 게임 회사)가 대표적이다. 수도인 스톡홀름에만 7개의 유니콘이 있는데 인구 대비 1인당 유니콘 수에 있어 우릴 앞선 곳은 실리콘밸리뿐이다.”

스웨덴은 최근 게임·음악을 필두로 한 창조산업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적은 인구에도 미국·영국에 이어 세계 3대 대중음악 수출국으로 활약한다. 정부가 나서 음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음악가들이 자생적으로 음악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스웨덴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인 스포티파이는 세계 음원 사이트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마인크래프트’로 유명한 게임회사 ‘모장’도 스웨덴 기업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 조선·자동차·통신 같은 전통산업이 스웨덴 경제를 이끌었다면 지금은 이런 혁신기업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창조산업 분야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스웨덴 게임산업은 현재 철강산업과 맞먹는 규모의 수출품목으로 성장했다. 음악 부문에 있어서는 스웨덴 음악진흥원이 일찍이 ‘음악수출상(Music Export Prize)’을 재정해 지원할 정도로 발전했다. 이 상은 음악산업 활성화와 수출에 기여한 뮤지션과 기획자에게 주는 상이다. 앞으로는 이 상을 게임이나 디자인·패션·건축과 같은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분야로 확대해 장려할 예정이다. 창조산업의 활약 덕에 ‘스웨덴’이라는 국가 브랜드가 창조적이고, 현대적이라는 인상을 교역국에 줄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한국과 교역을 강화하고 싶은 산업이 있다면.

“현재 한국을 대상으로 한 주요 수출품목은 자동차·엔진·기계다. 재미있는 점은 우리가 한국에서 수입하는 주요 품목 역시 같은 분야다. 양국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방한 일정 중 스웨덴 관련 기업과 함께 지속가능한 교통에 대한 세미나에 참석했다. 양국 모두 ‘자동차의 자동화(automatization)’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무인자동차, 자율주행시스템 등 미래 자동차산업이 장차 양국의 주요한 협력 분야가 될 것이라고 본다.”

1403호 (201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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