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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동업의 딜레마 극복] 신뢰가 깨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후박사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머뭇거리지 말고 정리해야...‘내가 손해 본다’며 한발 물러서야

▎사진:ⓒ getty images bank
그는 7년 전 대학병원을 떠나 후배 세 명과 함께 공동사업 형태로 전문병원을 차렸다. 혼자서 의원을 차릴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환자들에게 의원이 제공하기 어려운 차별화된 의료혜택을 주고 싶었다. 공동사업은 의원에 비해 수익이 적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넷이 힘을 합해 경쟁력 있는 전문병원을 만든다면, 수익과 차별화된 의료혜택 모두 가능하리라 믿었고, 후배들도 그의 생각에 동참했다. 그가 대표원장이 되어 대외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내부 업무는 후배들이 분담하기로 했다.

첫 5년은 잘 운영됐다. 경기도 좋았지만, 상생의 철학으로 서로 양보하고 도우면서 이상적인 공동체로 유지됐다. 그런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우선 똑같은 수익 분배로 인한 불만이다. 일하는 시간은 동일했지만, 능력차로 인해 수입은 달랐다. 성실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었고, 분담했던 행정업무의 난이도도 불평의 원인이 되었다.

‘1+1>3’의 희망으로 출발했지만…

경기가 나빠지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이전보다 많이 줄어든 수익에 결국 두 명이 폭발했다. 공동사업은 개인 의원에 비해 여러 장점이 있다. 고가 의료장비를 함께 사용해 비용을 줄이고, 홍보와 인사관리의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며, 진료시간을 줄여 자기계발을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수익이 줄다 보니, 동업을 깨고 각자 의원으로 운영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창업의 열정이 사라지면서 업무피로도가 높아졌다. 더구나 능력과 성실성의 차이, 돈에 대한 욕구 등으로 인해 욕심을 줄여 화합하자는 메시지가 현실성이 없어졌다. 결국 갈라서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간 공들여 이룩한 브랜드 가치와 업무 시스템을 버리기 너무 아깝고, 함께 일한 많은 직원을 정리해야 하는 현실도 막막하다. 가장 마음 아픈 것은 그간 함께 했던 시간과 공유했던 인간적인 믿음에 대한 배신이다. 벌써 두 달 간 잠을 못 자고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형제끼리 동업은 하지 마라.” 동업은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된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4위다. 자영업자가 27%에 이르고, 종업원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가 400만 명에 달한다. “친구와 멀어지고 싶으면 동업을 해라.” 동업은 친한 사람과 하게 된다. 돈과 인간관계가 얽힌다. 혼자 하다 망하면 돈만 잃지만, 함께 하다 망하면 관계마저 틀어진다. 사업은 잘 돼도 서운하고, 안돼도 서운하다.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처럼, 서로 말하기 어려운 앙금이 쌓인다.

동업에는 장점이 많다. 서로 맞는 일에 집중해 열정과 노력이 배가 된다. 혼자가 아니라서 여유가 생기고, 힘들고 지칠 때 의지가 된다. 시너지 효과의 법칙이 있다. ‘1+1>3’의 패러다임이다. 송판 한 장은 607파운드의 무계를 지탱하지만, 두 장은 4878파운드, 세 장은 8481파운드를 지탱한다. 기러기는 V형으로 떼를 지어 이동해 70%나 더 멀리 날아간다.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세계 굴지의 기업은 동업으로 탄생했다. “혼자 꿈을 꾸면 한낱 꿈일 뿐이지만, 함께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

동업에는 함정이 많다. 철저한 계약과 시스템 없이 출발하면 모험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가깝기 때문에 믿고 시작하지만, 친하기 때문에 불분명한 경계로 신뢰가 깨진다. 링겔만의 법칙이 있다. ‘2>1+1’의 패러다임이다. 밧줄 실험에서, 2명이 밧줄을 잡아당긴 경우 1명이 끌 때 사용한 힘의 93%를 사용한다. 3명이면 83%, 8명이면 49%를 사용한다. 참가자의 수가 증가할수록 개인의 기여도는 떨어진다. 동업에서 분명한 역할분담이 없으면, 참가자는 무임승차에 대한 유혹에 떨어지고 사회적 태만으로 이어진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동업의 성패는 신뢰에서 갈린다. 사업성이 좋아도 믿음이 없으면 오래 못 간다. 친분보다 능력이 중요하다. 능력이 검증된 사람과 함께 가야 한다. 업무가 중복되면 안 된다. 역할·권한·책임을 확실히 해야 한다. 기질·성격이 잘 맞아야 한다. 주장이 강한 사람, 남의 덕에 살려는 사람, 가정이 불안정한 사람, 돈 관계가 복잡한 사람과 동업하면 안 된다. 계약서는 필수다. 지분율·비용처리·수익배분을 명확히 작성해야 한다. 계약서만이 사람과 재산을 지켜준다. 영원한 동업은 없다. 결말을 미리 염두에 둬야 한다. 최악의 경우도 상정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이익을 위해 협력하지만, 손해가 나면 배신한다. 협력하는 척하면서, 몰래 배신하기도 한다. 동업에서 배신을 막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①적절한 이익이 보장되어야 한다. ②배신할 경우 철저한 복수를 예고한다. ③계약할 때 배신 못하도록 마피아 같은 무서운 삼자를 개입시킨다. ④규칙을 어겼을 때 어긴 사람이 망하는 손해배상 계약서를 작성한다. ⑤비전·사명의식·종교·스승 등을 개입시킨다. ⑥배신을 대비해서 담보나 인질을 설정한다.

자, 그에게 돌아가자. 그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해체하자. 신뢰가 깨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아까워하지 말자. 어차피 버려야 한다. 그동안 아주 잘 해냈다. 이제 정점을 찍고 내려갈 때다. 아쉬워하지 말자. 어차피 갈라서야 한다. 그동안 서로가 좋았다. 이제 추억만 남기고 떠날 때다. 머뭇거리지 말자. 어차피 정리해야 한다. 늦출수록 상처만 커진다. 이제 아픔을 삼키고 물러설 때다. 도덕경에 이런 말이 있다. “낳고도 소유하지 않고, 행하고도 기대지 않고, 공을 이루고도 머물지 않는다.”

화해하되 서두르진 말아야

둘째, 손해 보자. 의혹이 생기면 커지게 마련이다. 손해를 토론하자. 모두가 각자 손해 본 게 있다. 관점에 따라 다르다. 작은 손해에도 분노하는 사람이 있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 이득을 토론하자. 모두가 각자 이득 본 게 있다. 해석에 따라 다르다. 작은 이득에 기뻐하는 사람이 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내가 먼저 손해 보자. 내게 손해가 된다면 상대에게 이득이 된다. 자연에는 득실이 없고, 인간 마음에만 득실이 있다. 성경에 이런 말이 있다. “속옷을 뺏으려는 자에게 겉옷까지 주고, 오리를 가자 하거든 십리를 가주어라.”

셋째, 화해하자. 타협을 원하지만 갈등을 피하긴 어렵다. 서둘러 화해하지 말자. 미리 화해하면 안 된다. 실컷 오해하자. 오해가 이해로 바뀔 때쯤 화해해야 한다. 6달, 1년, 3년을 기다리자. 용기가 필요하다. 섣불리 용서하지 말자. 미리 용서하면 안 된다. 실컷 미워하자. 미움이 연민으로 바뀔 때쯤 용서해야 한다. 6달, 1년, 3년을 기다리자. 사랑이 필요하다.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인자(仁者)는 필히 용기가 있지만, 용자(勇者)가 필히 사랑이 있지는 않다.”

※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1405호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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