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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3000시대 좌우할 변수는] 상장사 이익·배당 증가, 상승장 기폭제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미국 금리 인상, 유럽 양적완화 축소 우려 … 반도체 업황 꺾이면 주가 출렁일 수도

지난 11월 1일 삼성전자 주가는 사상 최고치인 286만1000원으로 마감했다. 주가 상승 요인은 반도체 업황 호조.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대규모 배당정책을 발표한 게 호재로 작용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 57% 올랐다. SK하이닉스도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3분기 영업이익이 3조7000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거뒀다. 10월 26일 실적 발표 이후 11월 1일까지 SK하이닉스 주가는 4% 넘게 올랐다. 11월 1일 종가 기준으로 SK하이닉스 주가는 8만5300원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으로 코스피 지수도 최근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11월 1일 코스피 지수는 2556.47포인트로 마감했다. 지난 일주일(10월 25~11월 1일) 동안 2.9%(73.97포인트)가 올랐다.

3분기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49조원 예상

시장에서는 앞으로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를 넘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진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 기업의 실적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내년에는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올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수출 비중이 큰 국내 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출액은 449억8000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1% 늘어났다. 우리나라 수출은 12개월 연속 상승세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화학·정유·철강·금융 업종 등에서 이익 개선폭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10월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하반기 이익 증가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를 주도해온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의 실적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총 49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45조7000억원, 45조6000억원이었다. 당분간 IT를 비롯한 정유·화학업종, 헬스케어 정책 수혜로 제약·바이오주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다.

스튜어드십 코드도 코스피 지수 상승을 이끌 요인으로 꼽힌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외국인 투자자 자금을 지속적으로 끌어올 수 있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가가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의결권 행사 지침을 말한다. 예컨대 기관투자가가 투자 기업에 배당을 더 하라고 압박할 수 있다. 국내 상장사는 ‘짠물 배당’으로 세계 투자자 사이에 악명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 상장사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19.3%다. 한국 상장사의 순이익이 100만원이라면 1년 동안 19만3000원의 배당을 받는다는 뜻이다. 유럽연합(81.4%)·미국(53.8%)·일본(35.2%) 등 선진국은 물론 대만(62.5%)보다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늘어나는 상장사의 수익도 배당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8곳이 올 상반기에 3조2533억원을 중간·분기 배당했다. 지난해 연간 배당 규모(9281억원)의 3.5배에 달한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상반기에 상장사 13곳이 248억원을 중간·분기 배당했다. 지난해 배당금 총액(255억원)의 97.3%에 해당한다. 올해 코스피 상장사 수익은 지난해보다 30~40% 증가한 만큼 기업들이 배당 성향을 예년 수준으로만 유지해도 현금 배당액 규모는 올해 역대 최대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도 주주환원정책 일환으로 배당금을 늘려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3년 간 총 29조원을 주주에게 배당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배당 규모는 지난해(4조원) 대비 20% 늘린 4조8000억원이다.

IT·의약품 등 종목별 쏠림현상 심화

증권가 대부분이 증시를 장밋빛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조정 가능성에 대한 의견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등 대외적인 변수는 한국 증시의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미국은 지난 6월 1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연내에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유동성 축소가 빨라져 국내 금융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여전히 업종별 쏠림이 심각하다는 점도 문제다. IT나 제약·바이오 등 일부를 제외한 다른 업종은 주가 상승폭은 제한적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의약품(17.3%) 전기·전자(6.4%), 화학(6.1%) 등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 반면 건설업(-13.4%)·통신업(-8.7%) 등은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반도체 업종의 이익 기여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도 부담이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수퍼 호황이 한국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반도체 업황이 꺾일 경우 국내 주식시장이 출렁거릴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중국 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시장 진출도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메모리 반도체의 불모지이자 최대 수요처인 중국은 국가적 투자를 통해 당장 내년부터 낸드플래시(전원이 꺼져도 저장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2020년까지 240억 달러를 투입, 세계 최대 규모의 메모리 반도체 공장 건설에 나섰다. 이경민 팀장은 “중국의 반도체 생산 확산은 한국 IT기업들의 수출 동력을 약화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라며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반도체 수퍼사이클(장기 호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1408호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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