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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1년 맞는 미국 경제는 지금] 감세법안 통과로 재도약 날개 다나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연방법인세 35%→20%로 낮출 방안 추진...세계적으로 감세 경쟁 벌어질 수도

미국 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11월 8일로 대통령에 당선한 지 1년을 맞았다. 공화당 소속의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304명을 확보해 227명을 얻은데 그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여유 있게 눌렀다. 다만, 득표수는 트럼프 6298만4825표(46.1%), 힐러리 6585만3516표(48.25)로 힐러리가 더 많았다. 하지만 연방 정신을 살려 획득한 선거인단 수에 맞춰 대통령을 뽑는 미국 법에 따라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했다. 의외의 결과였다.

지난 1년 간 트럼프는 수없이 구설수에 올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1년이었지만 미국 사회의 트럼프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린다. 광업과 제조업을 비롯한 전통산업이 쇠락한 러스크 벨트 지역의 유권자들은 희망을 갖고 트럼프와 그의 러닝메이트 마이크 펜스에게 몰표를 안겼다. 이와 달리 민주당과 주류 언론, 지식인 사회는 트럼프에게 여전히 싸늘하다. 트럼프도 트위터를 앞세운 갖은 말실수로 구설에 올랐다. 외교 정책이나 사회 정책을 따지면 이해관계자에 따라 입장과 판단이 극명하게 갈라지거나 의견이 다양하게 표출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경제 성적은 분명한 숫자와 데이터로 이뤄지기 때문에 파악이 쉽다. 트럼프 대선 승리 1년을 맞은 지금 미국은 그의 핵심 공약인 감세를 이룰 법률안 제출 문제로 뜨겁다. 이를 중심으로 트럼프 시대 미국의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해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1년


트럼프 대통령은 대대적인 감세 계획을 담은 법률안을 11월 1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제출했다. 트럼프의 공화당은 하원 세입위원회를 통해 세제개편 법률안을 공개한 후 이를 의회에 제출했다. 30년 만에 이뤄지는 대대적인 세제 개혁이 될 이 법안은 연방법인세를 현행 35%에서 20%로 대폭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기한을 정한 임시세율이 아니다. 항구세율을 내린다. 아울러 기업들의 자본 투자에 대해 최소 5년 간 세금공제를 해주는 내용도 포함했다. 기업 투자를 촉진해 경제를 살리는 방안이다. 특히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정보기술(IT)과 금융 업종이 수혜를 볼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CEA)는 이번 감세법안이 처리되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장기적으로 3~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CEA는 “기업들이 이러한 감세 정책이 장기간 지속할 것으로 기대해 투자를 늘린다면 성장률은 예상치보다 더 높을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감세 규모는 10년 간 1조5000넉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현재 미국의 법인세율은 세계적으로 높다. 연방징수분이 35%인데 실효세율은 38.92%에 이른다. 연방세율을 20%로 줄이면 전체 실효세율은 24%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법인세율은 기업 세금 부 담이 높 기로 유 명한 프 랑스가 34.43%(실효세율도 동일)로 미국과 비슷할 뿐 대부분의 나라에선 이보다 낮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유럽연합(EU) 평균인 25% 선으로 낮추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했으며 의회에서 법인세 감세법안 통과를 준비하고 있다. 주요7개국(G7) 회원국 중에선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유명한 영국이 20%(실효세율도 동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캐나다가 15%(실효세율 26.80%), 독일이 15.83%(실효세율 30.18%), 일본이 23.40%(실효세율 29.97%)에 이르다. 각국 정부는 이나마도 더욱 낮추려는 추세다. 기업 세금을 줄여 외국 기업을 자국에 유치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각국 정부의 노력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외국으로 나간 기업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유턴’ 정책을 제대로 이루려면 법인세율을 낮춰 기업의 투자와 이전을 유도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 유치와 투자가 늘어야 일자리도 생기고 경제 성장도 이룰 수 있다. 미국이 연방법인세율을 낮추면 해외에서 들어오는 자금에 대한 세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 미국 내 투자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기업의 해외 이전을 억제하고 해외 진출 기업의 유턴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높은 법인세율 때문에 미국 진출을 꺼려온 글로벌 기업의 미국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 결국 트럼프 정권의 감세 정책은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미 의회기 법인세율을 대폭 줄이면 세계적으로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한 법인세 감세 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制) 신문이 지적했다. 연방법인세율이 20%로 낮춰지면 미국의 법인세율은 독일이나 일본보다 낮아지기 때문에 미국 이전을 고려하거나 결정하는 기업이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미국이 세계 최고의 시장인 마당에 법인세율마저 낮아지면 진공청소기 수준의 강력한 기업 유치 흡인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물론 독일·일본 등도 법인세를 낮추는 방안을 정치권에서 구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법인세뿐 아니라 개인 세금도 줄일 계획


이번 감세법률안은 기업은 물론 개인 세금을 상당히 줄여주는 내용이다. 일단 개인 소득세의 최고 세율을 현재 39.6%에서 35%로 내린다. 현재 7단계로 나뉜 개인소득 과세 구간도 12%, 25%, 35% 등 3단계로 단순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감세와 작은 정부는 미국 보수파를 대변하는 공화당을 오랫동안 대표해온 간판 정책이다. 정부는 가급적 적은 세금을 거두고 민간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경제를 시장 경제 메커니즘에 맡겨야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이 공화당의 확고한 믿음이다. 정부가 세금을 많이 거둬 많은 사업을 펴면서 경기를 부양하고 복지를 확대해 부의 재분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미국 민주당의 주장과 대조적이다.

공화당은 특히 로널드 레이건(1911~2004) 대통령 재임기간(1981~89년) ‘레이거노믹스’로 불리는 대대적인 감세 정책과 복지 억제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성공했다. 감세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면서 사람들은 이를 투자나 소비에 쓰면서 미국 경제는 미증유의 호경기를 구가했으며 국민은 늘어난 소득으로 풍족한 생활을 누렸다. 레이건은 2011년 갤럽 조사에서 19%의 지지율로 ‘미국인이 생각하는 가장 위대한 대통령’ 1위에 올랐다. 레이건은 미국이 배출한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칭송받아온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1, 재임 1861~1865)까지 눌렀다. 노예제를 폐지하고 남북전쟁을 북군의 승리로 이끌어 연방제를 보존하면서도 통합의 정치를 폄으로써 미국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한 ‘위대한 대통령’ 링컨은 14%의 지지율로 2위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이번 트럼프의 감세 추진은 과거 레이건의 감세정책을 새롭게 살려 미국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어게인 레이거노믹스’의 성격이 강하다. 이는 트럼프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트럼프와 공화당 주류가 서로 일치하는, 대표적인 경제 정책이기도 하다.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개편안을 상·하원 모두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내년도 예산결의안을 처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화당은 이 감세법안을 11월 중 하원에서, 12월에는 상원에서 처리해 연내에 모두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올해 안에 상·하원에서 감세법안 통과 목표


감세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경제는 새로운 날개를 더할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고 미국 경제가 현재 어려운 것도 아니다. 현재 미국 경제는 세계의 부러움을 살 정도다. 가장 살펴보기 쉬운 것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GDP다. 미국의 GDP 수치는 위력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16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GDP는 18조6244억 달러에 이른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를 합친 16조 4083억 달러의 1.35배에 이른다. 중국의 11조2321억 달러의 1.65배다. 미국 경제가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4조 9365억 달러의 일본, 3조4792억 달러의 독일, 2조6291억 달러의 영국, 2조2637억 달러의 프랑스, 2조2632억 달러의 인도를 합쳐도 미국을 따라가지 못한다.

미국은 1인당 GDP에서도 놀라운 실적을 보였다. 미국은 5만 7436달러로 세계 7위에 올랐다. 미국보다 1인당 GDP가 높은 나라는 룩셈부르크(1만3199달러), 스위스(7만9242달러), 노르웨이(7만392달러), 마카오(6만7079달러, 주권국가가 아니어서 순위에는 들어가지 않음), 아일랜드(6만2562달러), 카타르(6만787달러), 아이슬란드(5만9629달러)의 6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한결같이 경제 규모와 작고 인구가 적은 소국이다. 룩셈부르크(57만600명)와 마카오(65만 명), 카타르(268만 명)는 도시국가이고, 스위스(840만 명), 노르웨이(527만 명), 아일랜드(333만 명), 아이슬란드(33만 명)도 그리 큰 차이는 없다. 미국은 인구 1000만 명 이상 되는 나라 중 가장 부유한 나라인 셈이다. 한마디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라는 데 이의를 달 수 없다는 사실을 경제 데이터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힘이 빠졌다고 해도 경제 분야에서 미국은 여전히 미국이다.

트럼프가 취임 이후 무역장벽을 세우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 교역을 주도하는 개방 국가다. 2016년 1조4500억 달러를 수출하고 2조2500억 달러를 수입했다. 유럽연합(18.7%)·캐나다(18.3%)·멕시코(15.9%)·중국(8%) ·일본(4.4%)에 주로 수출하고 중국(21.4%)·유럽연합(18.9%)·멕시코(13.2%)·캐나다(12.6%)·일본(6%) 등에서 주로 수입했다. 유럽연합의 독일·영국·프랑스는 물론 한국과 인도·대만도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이다. 미국은 해외원조도 336억 달러나 하는 등 여전히 다른 나라를 적극적으로 돕는 나라다.

미국의 국가신용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스탠더드& 푸어스, 무디스, 피치 등에서 최고 등급을 받고 있다. 미국 달러화는 여전히 세계의 기축통화 자리를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다. 달러화는 미국의 튼튼한 경제와 발달한 과학기술, 그리고 강력한 국방력에 기반해 높은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 그 위치는 트럼프 시대에서 전혀 흔들림이 없다. 원유 거래 등 세계 주요 교역 부문에서 달러는 결제수단으로 확고하며 다른 통화가 그 위치에 실질적으로 도전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세계 3위의 원유 생산국이며 1위의 수입국이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산업 생산국이다. 세계 산업 생산량의 5분의 1이 미국에서 나온다.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양적으로 우세한 중국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다. 세계 500대 대기업 중 134개가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다. 미국에는 세계 최대이자 가장 신뢰도가 높은 금융시장이 있다. 미국이 유치한 해외 투자는 2조4000억 달러에 이르며, 미국의 해외 투자액은 3조3000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 경제의 70% 정도가 내수에서 나올 만큼 거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미국 내수시장은 세게 최대 규모이며 가구당 소비는 일본의 5배에 이른다. 내수 진작만으로 경제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다.

GDP·무역량·국가신용도·화폐가치 세계 최고 수준

이민을 바탕으로 고급 인력을 중심으로 한 노동력도 세계에서 가장 풍부하다. 유럽이 난민을 많이 수용한다고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민을 받고 있는 나라도 미국이다. 규제 완화를 비롯한 경제 정책과 제도도 세계의 모범이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나 ‘글로벌 경쟁력’ 등의 순위에서 미국은 세계 수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의 경제는 트럼프가 지지층을 위해 일시적으로 ‘보호무역 레토릭’을 강조하거나 일부 이민을 통제한다고 해도 계속 힘차게 달리고 있다. 미국 경제의 수준은 트럼프의 소란스러운 정치가 흔들기에는 뿌리가 충분히 깊고 줄기도 굵으며 가지도 무성하게 뻗었다. 이러한 미국 경제는 이제 트럼프의 감세정책으로 새로운 날개를 더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레이건과 동일한 감세정책을 편다고 환경이 상당히 달라진 21세기에도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경제를 지켜봐야 할 이유다.

1408호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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