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참좋은여행 대표 |
|
‘원투 펀치’라는 말이 있다. 원래는 복싱 기술의 하나로 가벼운 잽으로 타격한 후 스트레이트를 쭉 뻗어 상대를 가격하는 교과서적인 기술이다. 이 말이 야구로 가서 한 팀에서 가장 믿음이 가는 1선발과 2선발 투수를 묶어서 부르는 표현이 되었다. 팀에서만 믿어주는 것이 아니라, 기록이 증명하고 팬들이 좋아해야 진정한 원투 펀치가 된다.메이저리그 역사상 원투 펀치의 위력이 돋보였던 대표적인 경기는 2001년의 월드시리즈다. 당시 우리나라 김병현 선수가 마무리로 뛰고 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원투 펀치는 지금은 전설이 된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이었다. 월드시리즈에서 이 콤비는 전체 투수진이 소화한 66이닝 중 40이닝을 소화하며 4승을 따내 팀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올해 코리안시리즈 우승팀 기아 타이거즈에도 뛰어난 원투 펀치가 큰 활약을 펼쳤다. 국내 최고의 좌완 양현종과 도미니카 출신의 특급 용병 헥터 노에시가 주인공이다. 양현종은 시리즈 2차전에서 단 1점도 내주지 않으며 완봉승을 거두었고, 마지막 경기에서는 헥터가 다시 등장해 아슬아슬한 승리를 지켜내며 우승컵을 안았다. 양현종은 코리안시리즈 MVP가 되기도 했다. 양현종은 왼손 투수, 헥터는 오른손 투수다. 그 둘의 목표는 ‘팀의 승리’라는 공통분모다.이 칼럼에서 뜬금없이 원투 펀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뭘까. 야구 실력으로는 역사상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류현진도 한화 시절에는 단 한 번의 우승도 차지하지 못했다. 혼자서는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어도, 이를 받쳐주는 조력자가 없다면, 또한 동료가 없다면 그 어떤 것도 이루기가 힘들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생각해본다.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이 세상의 모든 대립되는 개념들. 남자와 여자, 빛과 어둠, 삶과 죽음, 물과 불까지. 이 모든 것이 상대가 없다면 존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들은 너무도 오래 잊었던 것은 아닐까.벌써 12월이다. 폭풍과도 같았던 2017년도 이제 마지막 달력 한 장만을 남기고 있다. 새 정권을 출범시킨 압도적인 광장의 목소리는 어느덧 톤다운 되어 바람직한 모습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많은 사람이 기대와 걱정으로 변화와 개혁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그 관객 중에는 새롭게 달려 나가기 위해 땅을 단단히 다지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러다 출발 타이밍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누구에게는 벅찬 12월이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하루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12월이다. 반세기의 대립이면 이제 충분하다. 편 가르기를 마치고 불편한 단어들이 격려의 말로 바뀌며, 상대에 대한 미움이 이해와 사랑으로 변하는 12월이 되기를 바란다. 두 개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연말 말이다. 우리 사회의 원투 펀치는 어디에 있을까 또 생각에 잠긴다. 그 콤비는 좌완이든 우완이든 크게 개의치 않으리라. 대한민국의 승리라는 공통 목표만 가지고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