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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협력단의 한국형 공적개발원조(ODA) 프로그램] 열정·기술·아이디어로 개도국 소외계층 돕는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아프리카·동남아·중남미에서 한국 스타트업 맹활약...각종 사회 문제 해결하며 한국 위상 높여

남들과 조금 다른 관점을 가지고 창업에 나선 이들도 있다. 기업 활동으로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사회적기업 창업가들이다. 그중에서도 더 튀는 이들이 있다. 제3세계 소외계층을 돕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사업 전선에 뛰어든 이들이다. 원조를 받던 시절에서 벗어나 원조를 하는 입장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이들의 열정·기술·아이디어를 주목했다. 사회적기업 성격의 다양한 스타트업을 앞세워 개도국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한국형 공적개발원조(ODA) 프로그램을 내놓은 것이다. 이들 덕에 공적개발원조 사업의 깊이와 다양성이 더해졌다. 열악한 제3세계를 누비며 그들의 실생활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을 펼치고 있는 6개 스타트업을 만나봤다.


▎뒷줄 왼쪽부터 노승원 LS테크놀로지 대표, 서인식 넥스트 이노베이션 대표, 전유택 에누마 한국지사장, 앞줄 왼쪽부터 박제환 루미르 대표, 최아름 닷 매니저. / 사진:전민규 기자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신기술은 기회의 다른 이름이다. 일상을 더 편하게,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바꿔주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사회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열정·기술·아이디어가 넘치는 젊은 창업가들은 앞다퉈 저마다의 스타트업으로 꿈을 키워간다. 특히 이들 가운데 돈벌이만이 목적이 아닌 창업자도 많다. 특히 동남아·남미·아프리카 등 열악한 지역에서 고통받고 외면받는 소외계층을 돕겠다고 나선 이들도 적지 않다. 예컨대 제윤메디컬은 모로코에서 스마트약상자로 결핵 치료에 기여하고 있다. 케냐에서 활동하는 닷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저가형 점자 모듈과 교육 콘텐트를 개발 중이다. 루미르는 인도네시아에서 열전방전 원리를 응용한 등유램프를 개발해 보급 중이다. 에누마는 탄자니아 아이들을 위한 태블릿 기반 아동 교육 앱을 제공하고 있다. 넥스트 솔루션은 엘살바도르에 점자책 제작 솔루션 보급 사업을 벌이고 있다. LS 테크놀로지는 라오스에서 저가형 고도정수처리장치 개발 사업을 벌인다.

이들을 주목하고 적극 후원하고 있는 공공기관도 있다. 1991년 설립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다. 한국국제협력단은 동남아와 아프리카·남미 등지의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진행해왔다. 대개 다리를 놓거나 학교와 병원을 지어주는 인프라 지원이었다. 최근 들어선 달라졌다. 좀 더 정교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대형 토목사업만으론 제3세계 소외계층의 고충을 덜기에 한계가 있었다. 진단받을 기회가 없어 시력을 잃고, 치료제를 받고도 어떻게 복용하는지 몰라 건강이 악화되고 있었다. 교육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어린이와 전기가 없어 해가 지면 책을 읽을 수조차 없는 사람이 지구촌에 수억 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선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

한국국제협력단과 사회적기업 성격의 스타트업들이 손을 잡은 배경이다. 둘은 궁합이 잘 맞았다. 한국국제협력단은 2015년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을 도입했다. 한국형 ODA 프로그램이다. 한국은 제3세계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꾸준히 국제원조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공공기관 담당자가 현장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청년 혁신가들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ODA에 적용하면 기존 방법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개발도상국의 사회 문제를 훨씬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국제협력단 관계자는 “스스로 개발도상국에 찾아가 소외계층을 돕기 위한 사업을 벌이는 이들과 우리 기관은 목적이 같다”며 “공공기관이 못하는 영역에서 이들이 훨씬 효율적으로 일하며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프랑스·호주·캐나다 등의 선진국에서는 2010년부터 정부 원조기관과 스타트업이 협업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한국은 2015년 시작한 후발주자지만 해마다 관련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사업가가 늘어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창의적 원조활동을 벌이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이남순 한국국제협력단 혁신사업실 실장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혁신 아이디어를 통해 원조의 영역을 넓히고 품질을 높이고 있다”며 “이들이 제시하는 아이디어와 방법론을 적극 받아들여 제3 세계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모로코 결핵 고민 해결한 ‘제윤메디컬’ | 스마트약상자로 결핵 완치율 높여요


▎제윤 관계자가 모로코에서 스마트약상자를 결핵환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모로코는 결핵 유병률이 높은 나라다. 정부의 노력과 다양한 지원 덕에 결핵약은 확보했다. 하지만 복용율이 문제였다. 초기 6개월 동안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완치할 수 있지만 모로코에선 보건소 직원들만의 노력으론 한계가 있었다. 2014년 변화가 생겼다. 제윤메디컬이 모로코에서 스마트약상자 보급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환자가 약을 복용했는지를 지역 보건소로 자동적으로 알려주고, 장기간 약을 먹지 않으면 경보음을 울려 보건 전문가가 나서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사업은 대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결핵 완치율 98%, 치료 중단율 5%를 기록했다. 모로코 평균 완치율 80%, 중단율 15%보다 대폭 개선된 수치다.

제윤메디컬은 모로코 수도 리바트의 16개 보건소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모로코 최대 도시 카사블랑카의 지원 공모 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3월엔 모로코 탕헤르주 보건국과 ‘결핵 퇴치를 위한 스마트 복약관리 시스템 기반 m-Health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탕헤르주 정부가 제윤메디컬에 2억원을 지원하고 나섰다. 한국 기업이 공적개발원조(ODA) 수원국의 투자를 받는 첫 사례다. 나재욱 제윤메디컬 기술연구소장은 “결핵의 재발과 확산을 막는 성과를 보여줬기에 가능했다”라며 “스마트약상자가 모로코 의료 시스템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중”이라고 말했다.

만성질환자 관리 제품 개발이 다음 목표

제윤메디컬은 모바일·U헬스케어·정보통신기술 분야 연구개발(R&D) 중심인 연구소기업이다. 지난 2014년 IT기업 제윤이 설립해 소프트웨어(SW) 기술을 기반으로 일찌감치 헬스케어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SW 분야와 헬스케어 분야로 나눠지면서 독립했다. 현재는 임직원 20명 중 19명이 연구개발직으로 근무하는 연구 특화 기업이다. 모로코에서 격찬을 받은 스마트약상자가 대표 제품이다. 기존의 단순 알람 기능만으론 정확한 복약 확인이 어렵다. 제윤은 정밀 무게 측정 센서와 스마트폰을 연계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정기적으로 약을 복용하는지 여부와 남은 약의 갯수를 파악해 복용 상황을 수시로 점검 할 수 있다. 겉보기에는 일반 상자 같지만 상자 안에 다양한 계측 센서가 내장돼 있어 자체적으로 외부와 통신을 한다. 카메라를 활용, 환자 본인이 아니면 상자를 열 수 없는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김주현 제윤메디컬 전략기획 본부장은 “일반적으로 약은 미복용·과복용·오복용만 주의하면 되는데, 이를 방지하는 게 바로 복약 모니터링”이라며 “예전에도 미국·중국·그리스에서 알람 장치 같은 복약 모니터링 기초 제품이 개발된 적은 있지만 체계적인 복약 모니터링 기술로는 우리 제품이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제윤메디컬은 제품 구상 단계부터 제3세계를 염두에 두고 개발에 들어갔다. 한국은 어느 병원에 가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전산관리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다르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치료할 수 있는 질병에도 건강을 잃는 사례가 많았다. 이들을 위해 복약 모니터링 전산시스템을 개발하면 제3세계 소외계층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의 질병 정보나 치료 시기 등 질병 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정부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다. 나 소장은 “심혈관 질환, 관절질환 등 만성질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약상자 개발이 다음 목표”라며 “사회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케냐 시각장애인에게 희망 주는 ‘닷’ | 사업성·공익성 두 마리 토끼 잡는다


▎김주윤 닷 대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의 시각장애인은 2억 8500만 명에 달한다. 이들 중 95%는 점자 교육을 받지 못했다.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어도 생계유지가 더 급한 사람이 대다수다. 교육을 받은 이들에겐 또 다른 장벽이 기다린다. 소통을 위해선 전자 점자리더기가 필요한데, 기기의 보급률은 5%에 불과하다. 200만~30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 때문이다. 닷의 김주윤 대표는 30만원대 전자 점자리더기를 개발해 보급하는 기업인이다. 그는 먼저 아프리카에 주목했다. 전체 인구의 1%가 시각장애인으로 세계에서 비율이 가장 높다. 그가 먼저 진출한 국가는 케냐다. 교육열이 아프리카 54개국 중 2~3위를 다툴 정도로 높지만 국민의 100만 명이 시각장애인이다. 이들에게 전자 점자리더기를 보급하면 가시적인 변화가 생긴다. 성공 사례가 나오면 이웃나라에서도 변화의 가능성이 커진다. 김 대표는 현지 학교와 기업들과 협력하며 제품을 보급하고 있다. 케냐 진출에는 한국국제협력단의 도움도 컸다. 2015년과 2017년 두 번에 걸쳐 한국국제협력단의 지원을 받으며 케냐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가 개발한 닷 워치는 시게처럼 손목에 차는 제품이다. 무게가 33g에 불과할 정도로 작고 가볍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에 카카오톡이나 문자 같은 알림이나 시간을 닷 워치 전면에 있는 30개의 점자가 각각 돌출하면서 내용을 알려준다. 닷 워치는 전자석을 이용해 30개의 점자를 돌출시키고 들어가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김 대표는 “닷 워치를 가능하게 한 핵심 기술이 액추에이터(Actuator)”라며 “2년 동안 개발해서 완성했고, 관련 특허만 50여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닷은 아프리카 시각장애인을 위해 닷 워치를 개발해 공급 중이다.
닷 워치는 한국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 유명하다. 인디고고·킥스타터 같은 글로벌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도 세계 시장에 진출한 한국의 스타트업 제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닷 워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도 영국·스웨덴·네덜란드·미국·덴마크 등 15개국에서 15만대의 선주문을 받았다. 유명 유통 업체들은 닷 워치의 유통을 맡겠다고 계약했다.

“간편한 점자 기기 보급” 창업 일성

지난해 3월 김 대표는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장애인을 위한 정보통신 박람회 ‘CSUN’에 부스를 마련하고 닷 워치를 선보였다. 세계적인 팝스타이자 시각장애인인 스티비 원더도 전시장을 개인 비서와 함께 찾았다가 이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바로 선주문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베타테스트가 끝나는 내년 1월 말부터 영국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해외 배송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올해 판매할 제품은 6만여 대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18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세 번 창업했다. 트럭 공유경제 서비스 웨건, 유학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등을 창업했다. 하지만 사업은 쉽지 않았고 연이어 실패를 경험했다. 네 번째 창업 도전에 이룬 결실이 닷이다. 김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대학교로 유학을 갔다. 전공은 사회과학이었지만 창업과 관련된 수업을 즐겨 들었다. 대학 친구 한 명이 시각장애인이었다. ‘정보통신기술(ICT) 시대에 가벼운 점자 기기가 있으면 좋을 텐데, 왜 아직도 무거운 기기를 들고 다닐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시각장애인과 점자 기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2014년 초 휴학하고 닷을 창업했다. 김 대표는 “사업과 공익성에서 모두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도서산간에 빛 밝히는 ‘루미르’ | 식용유 1L로 200시간 밝히는 전구 보급


▎박제환 루미르 대표.
인도네시아의 전력 보급률은 2015년 기준 86.39%다. 국토가 넓고 섬이 많다 보니 전기 보급에 한계가 있다. 이웃인 태국 99.3%, 말레이시아 99%, 베트남 98% 등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인도네시아 도서산간 지역 주민들은 만성적인 전력 부족이란 짐을 지고 살아야 했다. 최근 이들 지역에 전기 불빛이 늘기 시작했다. 한국의 사회적기업 루미르의 활약 덕이다.

루미르가 2015년 공급한 제품은 ‘루미르C’다. 작은 호로병 모양의 제품이다. 촛불로 전기를 생산해 전구를 밝히는 초소형 열 발전기다. 제품 하단의 양초에 불을 붙이면 잠시 후 상단에 위치한 발광다이오드(LED) 램프에 불이 들어 온다. 성질이 다른 도체들의 온도 차이가 전기를 발생시키는 ‘제베크(Seebeck) 효과’를 활용한 아이디어 제품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효과도 뛰어난 덕에 인도네시아 서민층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중앙대 전기전자공학부를 휴학 중인 박제환 루미르 대표는 “형광등 안정기 개념을 응용해 불꽃 크기가 달라져도 LED 램프는 항상 같은 빛을 내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얼마 전 미국 특허도 취득했는데, 2년이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전기 없이 사는 저개발국 인구는 13억 명에 이른다. 촛불 하나로 LED 램프를 밝히는 루미르C는 이들에게 빛을 전할 수 있다.

전기 없이 사는 저개발국 인구 13억 명


▎인도네시아의 한 가정에서 루미르 램프를 사용해 요리를 하고 있다.
루미르는 해외에서 먼저 가능성을 인정받은 기업이다. 2015년 미국 포브스로부터 30세 이하 30인 아시아(Forbes 30 Under 30 Asia)에 선정됐다. 2016년 5월에는 일본의 최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마쿠아케에서 소개받았는데, 불과 5일 만에 150만엔이 넘는 펀딩 모금액을 달성했다.

최근엔 새로운 신제품을 들고 제 3세계를 찾아갈 계획이다. 촛불이 아닌 식용유로 LED 램프를 켤 수 있는 신제품 ‘루미르K’ 개발에 성공했다. 공식 출시에 앞서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지역에 약 100개의 ‘루미르K’를 보급, 현지 주민들을 통한 필드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된 최종 제품을 제작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과 함께 등유로 LED 램프를 켜는 제품을 테스트했던 현지 주민들이 비싼 등유 대신 폐식용유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개발한 제품이다.

식용유는 인도네시아의 7대 생활필수품 중 하나다. 전국에 고루 분포한 야자수가 재품 원료다. 야자유는 구하기 쉬워 가격이 저렴하고 성능도 뛰어난 재료다. 일반 등유의 5분의 1 양으로 2.5배 밝은 빛을 낸다. 식용유 1L면 200시간이나 전등을 밝힐 수 있다. 심지어 재활용까지 가능하다. 요리 후 남은 폐식용유를 사용할 수 있어 연료비도 거의 들지 않는다. 루미르K는 루미르C보다 더 저렴한 20달러에 제품을 공급할 생각이다.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서 6개월 간 150가구를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 97%의 응답자가 만족한다고 답했을 정도로 반응도 좋다. 박 대표는 “기부와 후원에 의존하지 않는 제품을 공급해 개발도상국의 빛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이를 위해 앞으로도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개발해 수익 모델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탄자니아 어린이 문맹 퇴치하는 ‘에누마’ | 교육 소프트웨어로 더 나은 세상 만든다


▎이수인 에누마 대표.
에누마는 엔씨소프트 출신 이수인 대표(최고경영자)가 남편 이건호 대표(최고기술책임자)와 2012년 실리콘밸리에서 설립한 교육 스타트업이다. 2013년 6월 출시한 학습 애플리케이션(앱) ‘토도수학(Todo Math)’이 미국·중국 등 세계 20개국 애플 앱스토어 교육 부문 1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다. 미국 1300여개 초등학교가 토도수학을 수업 교재로 활용할 정도로 교육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영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이 가장 좋아하는 수학 앱으로 꼽힌다. 토도는 스페인어로 ‘모든’이라는 뜻이다. 영어·한국어·중국어 등 10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애플의 지원으로 세계 애플 매장 기기에 토도 수학이 깔려 있다. 에누마는 실력을 인정 받으며 K9벤처스, 탈 에듀케이션 그룹,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글로벌 투자 업체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했다. 에누마의 목표는 교육 소프트웨어를 통한 ‘더 나은 세상 만들기’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답게 구성원도 독특하다. 모두 20여명인데, 실패를 경험한 이민자 그룹이다. 그리고 일부는 장애가 있는 아동의 부모이다.

아이 괴로움 덜며 학습 효율 높여


▎탄자니아 아이들이 에누마 킷킷스쿨로 공부하고 있다.
엑스프라이즈 글로벌 러닝(XPRIZE GLOBAL LEARNING) 대회 참가를 위해 개발한 킷킷스쿨도 주목할 앱이다. 미국 엑스프라이즈 재단이 주최하고 유네스코와 탄자니아 정부가 함께 진행하는 개발도상국 어린이 교육 관련 오픈소스 솔루션 공모전이다. 에누마의 킷킷스쿨은 유치원부터 2학년까지의 언어와 수학 과정을 담은 태블릿 기반의 앱이다. 이수인 대표는 “지난해 한국국제협력단·굿네이버스와 손을 잡고 이 솔루션을 탄자니아 아이들에게 테스트했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아프리카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글을 읽지 못하는 2억 5000만 명의 아이 중 1억9000만 명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럼에도 문맹률이 높은 이유는 언어를 말로 배우다 보니 글과 소리를 연결하는 능력이 발달하지 않았다. 에누마 직원들은 최근 수시로 탄자니아를 방문하고 있다. 탄자니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두 차례 현지 테스트도 진행했다. 한국국제협력단의 지원을 받고 국제구호개발 단체인 굿네이버스와 협력해 640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였다.

에누마 킷킷스쿨을 접한 아이들 사이에서 변화가 있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빠지지 않고 나오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토도수학을 처음 개발할 때 장애아동을 위한 앱으로 개발했는데, 이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알파벳을 모래 위에 쓰게 한다거나 잔디 위에 놓인 돌 개수를 세게 하는 식으로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을 디자인했다. 읽고 있는 부분에 하이라이트 효과를 주고 누르면 소리가 나게 하며 흥미를 끌었다. 깊이 있는 사용자 리서치도 병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사실 아이들에게 학습은 기본적으로 괴로운 일”이라며 “괴로움을 최대한 덜어주는 방법을 고민하며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에누마는 ‘하나 하나 센다, 열거하다’라는 단어 ‘이누머레이트(Enumerate)’에서 따온 말로 ‘모든 아이를 위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엘살바도르 시각장애인에 편리함 선사한 ‘넥스트 이노베이션’ | 6개월 걸리던 점자책 제작 단 하루에


▎서인식 넥스트 이노베이션 대표. / 사진:전민규 기자
넥스트 이노베이션은 제 3세계 시각장애인 교육에 주목한 기업이다. 주요 활동무대는 엘살바도르다. 이들은 일반 문서를 점자로 변환해주는 제품을 공급한다. 기존 점자 도서는 제작 기간만 6개월 넘게 걸렸다. 페이지에 요철을 만들어서 손으로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넥스트 이노베이션이 개발한 점자책 변환 시스템 ‘SENSEE’의 변환 시간은 불과 30초에 불과하다. 200페이지 분량의 점자책 제조 시간도 단 하루로 단축했다. 시각장애인 교육 분야에선 획기적인 발전이다. 개방성도 탁월하다. 68개 언어에서 사용하는 86개의 점자코드를 사용할 수 있다. 서인식 넥스트 이노베이션 대표는 “시각장애인 교육 분야에선 금속활자가 새로 등장한 것 같은 엄청난 변화”라며 “세계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육에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엘살바도르 거점으로 이웃 국가에 진출

서 대표는 12월 엘살바도르를 방문했다. 그가 전략적으로 생각한 거점 국가다. 스페인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 가운데 하나다. 엘살바도르는 교육열이 높은 데다, 나라 규모가 작은 편이라 도입과 확산이 빠르다. 엘살바도르에서 성공하면 인근 스페인어 사용 국가로 확산 보급이 용이한 장점도 있다. 넥스트 이노베이션의 기술력에 감탄한 엘살바도르 정부와 업무협약 체결에 성공했다. 협약식 자리에서는 중남미 사용 언어인 스페인어로 ‘SENSEE’ 기술을 선보였다. 스페인어 텍스트를 단 몇 초 만에 점자로 변환한 후 바로 책으로 출력했다. 기술 시연에서 참석한 관계자의 호평을 얻은 것은 물론이다. 현지 언론도 넥스트 이노베이션을 소개하며 기대감을 보였다. 엘살바도르의 시각장애인학교 교장인 엘리시아 오란테스는 “교재가 없어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던 시각장애인들에게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며 “SENSEE의 도입으로 교육 환경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넥스트 이노베이션은 엘살바도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 변환시스템을 제공한다.
이 회사의 제품은 빠르게 자리 잡는 중이다. 지난 2016년 9월 전국 11개 기관에 시스템을 공급했다. 미국 SCVBC (Santa Clara Valley Blind Center)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같은 해 12월엔 샌프란시스코의 시각장애 지원 기관인 라이트 하우스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넥스트 이노베이션은 서 대표가 2013년 설립했다. 서 대표의 아버지는 시각장애인이다. 가족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며 자랐다. 그가 다른 시각장애인을 돕기 위한 사업에 뛰어든 배경이다. 그가 주목한 것은 콘텐트 제조 방식이었다. 시각장애인은 정보 접근에 제한이 많다. 특히 읽을 만한 콘텐트를 구하기 어렵다. 서 대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공학 기기의 발전은 꾸준히 진행됐지만, 정작 이들이 즐기고 접할 수 있는 콘텐트의 발전은 턱없이 더딘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데이터를 시각장애인에 최적화한 음성과 점자 텍스트파일을 개발해왔다. 컴퓨터 텍스트를 점자파일로 바꾸는 실시간 변환프로그램 SENSEE도 같은 고민을 통해 등장한 기술이다. 그는 “누구나 접하는 인기 베스트셀러를 시각장애인도 같이 볼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라오스에 깨끗한 물 공급하는 ‘LS 테크놀로지’ | 생명 살리는 기술 연구해요


▎노승원 LS테크놀로지 대표. / 사진:전민규 기자
물 부족 국가를 이야기하면 흔히 메마른 사막을 떠올린다. 하지만 강우량이 많은 지역인데도 물이 부족한 나라가 있다. 저수지나 우물 같은 식수원은 관리가 부실하면 중금속과 미생물에 쉽게 오염이 된다. 이런 경우 건강에 커다란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해마다 세계 340만 명이 수인성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그중 58%에 해당하는 84만 2000명의 사망 원인이 안전하지 않은 식수와 위생 문제다.

노승원 LS 테크놀로지 대표는 글로벌 물 문제에 관심이 많다. 인간의 기초생존권은 물론 보건, 성평등, 빈곤 퇴치, 교육,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있는 문제라고 보고 있다.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LS 테크놀로지를 창업했다. 그는 “오염된 식수원을 개선하는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하다 오존을 사용한 고도정수처리 장치 사업을 시작했다”며 “기존 제품은 가격이 고가라 도입이 어려웠는데, 기술 개발에 성공한 덕에 개발도상국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형 정수장을 지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러 물 부족 국가가 있지만 노 대표는 먼저 라오스에 주목했다. WHO와 유니셰프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5세 미만 아동의 1000명당 사망수가 3.5명인 반면, 라오스는 66.7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5세 미만 아동의 사망 원인 중 11.2%가 설사다. 라오스는 설사로 인한 5세 이하 아동의 사망자 수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국가다. 원인은 수도시설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은 가운데 비위생적인 식수 음용 습관이 고착화돼 있기 때문이다. 노 대표는 “라오스와 인근 국가의 경우 근래 농업장려로 인한 비료 및 살충제 소비가 증가해 지하수와 하천수의 수질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존으로 오염수 정수

LS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TOD(Tubular Ozone Dissolver) 시스템은 오존 기포를 쓰는 정수 처리 방법을 사용한다. 오염수에 오존을 고르게 분사한다. 오존의 산화 반응을 통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고도정수처리 기술이다. 99.8%의 높은 오존 용해율을 통해 각종 병원균과 같은 유기물질과 중금속과 같은 무기물질 제거에 큰 효과를 보인다. 노 대표는 “이 기술이 라오스 현지에 적용되면 식수환경 하위 7%에 해당하는 지역주민들에게 안전한 식수와 생활용수를 보급할 수 있다”며 “설사질환의 발병률 감소를 포함 사회·경제적 발전을 통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회사 이름인 LS는 ‘생명 구하기(Life Saving)’의 약자다. 생명을 살리는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란 의미다. 노 대표는 “저개발 국가에서 더 많은 사람이 안전 식수를 먹을 수 있게 해서 더 많은 생명을 살리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박스기사] 한국국제협력단의 CTS 프로그램은? | 스타트업과 손 잡고 제 3세계 사회 문제 해결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reative Technology Solution, CTS)은 2015년 첫 선을 보인 한국형 공적개발원조(ODA) 프로그램이다. 한국은 제3세계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꾸준히 국제원조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공공기관 담당자로선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청년 혁신가들의 창의적 혁신아이디어와 기술을 ODA에 적용하면 기존 방법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개발도상국의 문제 해결에 훨씬 효율적이다. 현지의 난제를 해결하며 개발협력사업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청년스타트업, 혁신가, 과학자, 국제보건 종사자 등의 ODA 사업 참여를 유도하며 지평을 넓힐 수 있다. 나아가 새로운 기업 육성을 통해 글로벌 창업·취업도 지원할 수 있다. CTS가 등장한 배경이다.

이 프로그램은 2015년 10개 사업, 2016년 6개 사업 지원, 2017년 17개 기업을 후원하며 규모를 키워가는 중이다. 2016년 7월부터 KOICA는 게이츠재단의 Grand Challenges 공식 파트너로 CTS를 ‘Grand Challenges Korea’로 운영하고 있다. 선발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연 1회 혁신기술 공모를 통해 제안을 받는 공모형 사업이 있다. 교육·보건·에너지·물·농어촌개발 분야 개발협력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주로 제안받는다. 수시로 발굴하는 사업도 있다. 주로 연 4회(2, 5, 8, 11월) 발굴한다. 미국 게이츠재단과 공동 진행하는 사업도 있다. 연2회 공모를 통해 발굴한다. 공모 일정과 절차는 KOICA CTS 홈페이지(www.koica-ct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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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4호 (201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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