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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8대 관전 포인트(7) 국제유가] 감산 연장에도 완만한 등락 가능성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
사우디, 아람코 기업공개에 사활...셰일오일이 유가 상승 압력 완화

▎OPEC 14개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10개국은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 정기총회에서 산유량 감산 규모를 9개월 연장해 2018년 말까지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칼리드 알 팔리흐 사우디 석유장관.
2018년 국제유가는 2017년보다 구간을 소폭 높여 주로 60달러 선을 중심으로 오르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지난 몇 년 동안의 국제유가 움직임을 돌아보자. 국제유가는 세계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면서 반등하기 시작해 2011년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2013년 2월 110달러 선을 넘어서는 강세를 보인 후 2014년 하반기부터 내림세를 탔다. 국제유가는 2015년 이후 3개월 남짓을 제외하면 50달러 아래에 머물렀고, 2016년 1월 25달러 선에서 저점을 찍었다. 이는 아랍에미리트연방(UAE)에서 생산되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한 국제유가 동향이다. 두바이유는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와 함께 세계 3대 유종을 이룬다. 우리나라는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두바이유 가격의 등락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2017년 55~60달러에서 거래


2014년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 약세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자초했다. OPEC 회원국들은 미국 셰일오일을 견제해 원유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증산에 나섰다. 그러나 나타난 결과는 저유가의 늪이었다. 저유가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OPEC은 2016년 11월 정기총회에서 감산에 합의했다.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좌초한 2008년 이후 8년 만에 이뤄진 감산 합의였다. 감산 합의 후 국제 유가는 반등해 50달러대 초반에서 거래됐다.

필자는 감산 합의에서 사우디의 적극적인 의지와 역할에 주목했다. 사우디는 하루 120만 배럴로 정한 감산 물량 중 가장 많은 48만6000배럴을 떠안았다. 이는 이라크가 감산하기로 한 21만 배럴의 두 배 수준이 넘는 규모였다. 사우디는 또 이란의 증설을 허용하고 대신 감산을 자처하면서까지 합의를 이끌어냈다. 사우디는 감산으로 유가를 끌어올려야 할 절실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국영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의 기업공개(IPO)였다. 유가가 약세를 벗어난다는 전망이 뒷받침돼야 아람코 IPO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사우디는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를 다각도로 육성한다는 ‘비전 2030’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국채 발행과 사우디아람코의 IPO다. 석유 부문은 사우디 국내총생산(GDP)의 42%, 재정수입의 88%를 기여한다.

2017년 원유는 어느 수준에서 거래됐나? 국제유가는 5월 초와 6~7월 50달러 아래로 떨어졌을 뿐, 2017년 내내 50달러 대에서 오르내렸다. OPEC는 2016년 11월 정기총회에서 제시한 가격 목표대인 55~60달러를 달성한 셈이다. 2017년 유가에 영향을 준 가장 큰 요인은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를 이행한 것이었다. OPEC은 2016년 11월 총회에서 2017년 1월부터 6개월 동안 하루 12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다. 이어 2017년 5월 총회에서 감산 기간을 2018년 3월까지로 9개월 더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OPEC은 1월부터 7월까지 감산합의를 100% 지켰다. 이후 감산합의 이행률은 8월 116%, 9월 86%, 10월 92%로 대체로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세계 경제 회복에 따른 석유 수요 증가와 달러화 약세가 유가를 끌어올렸다.

유가의 추가 상승을 억제한 요인은 미국과 OPEC 감산 면제국인 리비아와 나이지리아의 증산이었다. 미국의 원유 생산은 셰일오일 생산성이 향상되는 가운데 유가가 상승하자 2016년 10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했다. 셰일오일의 생산성이 향상된 요인은 시추 기술 향상, 시추 장비 업그레이드, 경제성 높은 지역에 집중 등이 꼽힌다. 리비아와 나이지리아는 내전과 정정 불안에 따른 생산 차질을 고려해 감산이 면제됐다. 2017년 국제유가가 40달러 대로 떨어진 것은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원유 공급 과잉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진 결과였다. 미국 원유 재고 증가, 나이지리아·리비아의 산유량 증가 등이 이 전망을 뒷받침했다.

두바이유 가격은 6월 말 바닥을 확인한 뒤 11월 들어 60달러 선을 넘었다. 두바이유 가격이 60달러를 넘어서기는 2015년 7월 1일 60.93달러를 기록한 이후 2년 4개월 중 처음이었다. 이후 두바이유 값은 6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유가가 상승한 요인으로는 선진국과 신흥국 경기의 동반 상승과 사우디의 정정 불안이 꼽힌다.

2018년 국제유가는 어떻게 움직일까? 2016년 11월 OPEC 총회 이후 변수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OPEC는 앞으로도 감산 합의를 잘 이행할까?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유가가 오를 경우 미국 셰일오일 생산이 신속하게 늘어나 가격상승 압력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 OPEC은 앞으로도 감산 합의를 충실히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원유 가격을 끌어올려 유지한 성공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회원국들은 증산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사우디는 아람코의 해외 상장을 계속 추진 중이고 2018년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의 칼리프 알 팔리 석유장관은 10월 1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오일앤드 머니 에너지 컨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장 계획이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며 아람코 주식을 사우디와 해외 시장에 함께 상장하는 계획 역시 “변함없다”고 말했다.

배럴당 50~60달러 유지 원해

2018년 국제유가 전망에서 주목할 포인트는 OPEC의 감산 목표가 변했다는 점이다. 2016년 11월 감산 합의 이후 아랍걸프스테이트인스티튜트의 원유 전문가 왈리드 카두리는 “OPEC 회원국들은 배럴당 50~60달러 사이의 골디락스존에서 유가가 유지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관은 아랍걸프 국가들이 미국 워싱턴에서 운영하는 연구소다. OPEC는 2017년 5월 정기총회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원유 재고를 지난 5년 평균치인 27.7억 배럴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가격이 아니라 수급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OPEC은 2014년 이후 누적된 석유 재고 때문에 세계 석유시장의 균형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OECD의 원유 재고는 2017년 9월 말 29억8000만 배럴로 집계돼, 감산이 합의된 2016년 11월 말 30억1000만 배럴보다 1% 줄어드는데 그쳤다.

원유 공급과 관련한 가장 큰 변수는 2017년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 정기총회였다. 이 자리에서 OPEC 14개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10개국은 산유량 감산 규모를 9개월 연장해 2018년 말까지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유가 상승세는 완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셰일오일이 유가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셰일오일 시추기 수는 산유량의 선행지표인데, 2016년 5월 316기로 저점을 기록한 후 증가해, 2017년 8월 말 759기로 늘었다. 2018년 유가는 2017년보다 소폭 오르지만 골디락스 상태에서 완만하게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

1415호 (20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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