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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국가와 중미 국가와 첫 FTA앞서 지난해 11월 16일 산업통상자원부 주형환 장관은 니카라과 수도인 마나과에서 5개국에 과테말라를 더한 6개국 통상장관과 한·중미 FTA 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됐다고 선언했다. 과테말라는 시장 접근, 원산지 등 일부 민감한 분야를 이번 타결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국과 양측은 상품시장 부문에서 95% 이상의 높은 자율화율에 합의했다. 개방 정도는 기존의 한·콜롬비아, 한·페루 FTA 수준이다.한국은 커피, 원당(설탕)과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등 열대과일을 비롯한 중미 측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해 즉시 또는 단계적 관세 철폐를 약속했다. 중미 지역은 세계 바나나 시장점유율 2위, 파인애플 시장점유율 1위 국가다. 중미 측은 자동차·철강·합성수지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장벽을 크게 낮췄다. 기어 박스, 클러치, 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과 화장품, 의약품, 알로에 음료, 섬유 등 한국의 중소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품목에 대해서도 즉시·단계적 관세 철폐에 합의했다. 서비스·투자 분야는 엔터테인먼트·유통·건설 등 우리 측 관심 분야에 대한 시장 접근성도 높였다. 특히 중미 국가의 정부조달 시장이 개방돼 우리 기업이 에너지·인프라·건설 관련 주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눈에 띄는 점은 한류 확산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는 사실이다.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불법 유통을 방지해 중미 지역 내 한류 콘텐트를 보호할 수 있게 한 점은 주요 소득이다. 온라인으로 전송되는 디지털 콘텐트에 대한 내국민 대우에 합의해 콘텐트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2월 21일의 서명은 그간 기술 협의, 법률 검토, 가서명, 협정문 공개, 국내 의견 수렴 등의 후속 절차를 진행한 후 이뤄졌다.이번 FTA는 상품·원산지·서비스·투자·지재권·정부조달 등을 포함하는 높은 수준의 포괄적 협정으로 평가된다. 양측 간 경제협력의 제도적 틀이 완성된 만큼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을 공유하고 우리 기업의 진출 기회로 삼는 등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확대할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다만 문제는 이들 나라가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않아 최종 국회 인준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점이다. 코스타리카는 4월 1일 대통령 결선투표를 앞두고 있다. 지난 2월 4일의 1차 투표에서 야당인 우파 국민복원당의 파브리시오 알바라도 후보(24.91%)가 집권 중도좌파 시민행동당의 카를로스 알바라도 후보(21.66%)를 근소하게 앞섰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대선 결선투표에서 정권 교체 조짐이 보인다. 이번 선거의 최대 현안은 집권당의 부패다. 2014년 5월 취임한 현 루이스 기예르모 대통령은 아프리카계 카리브인과 중국계 혼혈 혈통으로 국민 통합을 강조해왔다. 중도좌파 시민행동당 출신으론 첫 대통령이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중국산 시멘트 수입사인 시노시멘트의 후안 카를로스 놀라뇨스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아 현재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를 계기로 코스타리카에선 이를 시멘트와 부패를 합성한 ‘세멘타조’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코스타리카는 중남미에선 드물게 오랫동안 정치적 안정을 누려왔다. 여기에 식민지 시대 때 조성된 커피와 바나나 플랜테이션을 바탕으로 농산품 수출국가로 자리를 잡아왔다. 코스타리카 커피와 바나나는 국제시장에서도 브랜드 가치가 높다. 사탕수수·파인애플·멜론도 주요 수출 농산물이다. 1960년대 이후 외자를 도입해 산업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발전해 2017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명목금액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1856달러로 세계 59위에 올랐다. 다만 1990년대 이후 남미의 마약이 북미와 유럽으로 건너가는 중계지역이 되면서 치안 악화와 마약, 특히 콜롬비아산 코카인 중독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485만 명의 인구 중 20만 명 이상이 마약 중독자라는 통계도 있다. 중미에서는 1만4409달러의 파나마 다음으로 1인당 GDP가 높은 나라로 자리 잡았다.
코스타리카, 4월 1일 대통령 결선투표
니카라과 오르테가, 장기 족벌정치 전철 밟아
차베스 이은 마두로도 좌파 독재차베스의 뒤를 이어 마두로가 2013년 대통령에 올랐지만 제헌의회를 구성해 야당이 지배하는 의회의 무력화에 앞장서는 등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나서고 있다. 짧은 집권 기간 동안 국가경제를 파탄 냈다. 국민은 생필품 품귀에 시달리는데, 정작 자신의 권력만 강화하려 든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2017년 경제 성적은 충격적이다. 인플레이션 2600%, 국가 채무(국영기업 포함) 1300억 달러로 사실상 재정이 거덜난 상황이다. 중국은 이런 틈을 놓치지 않았다. 620억 달러의 인프라 조성비를 미끼로 베네수엘라에 진출했다. 러시아는 31억500만 달러의 채무를 지불 유예하며 마두로의 반미 정권을 돕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의 틸러슨 국무장관은 군부 쿠데타를 부추기는 발언을 하고 석유금수조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거칠게 접근하고 있다. 세계 2위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는 중남미 국가의 에너지 공급원에서 골칫덩이로 변하고 있다.그런 베네수엘라에서 4월 22일 대선이 열린다. 이번 대선은 독재 정권으로 변한 포퓰리즘 좌파 정권의 실체를 잘 드러낸다. 베네수엘라 대선은 애초 12월이었지만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앞당겨 치른다. 누가 봐도 정략적인 시기 변경이다. 영국 BBC방송은 마두로가 지난해 12월 지자체 선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야당 후보를 체포하거나 출마를 금지해 벌써 부정 선거 시비를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대선 이후 베네수엘라에서 혼란이 올 가능성을 키운다.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지원에 의존하는 중남미 국가들이 불안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중남미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한국이 잘 살펴봐야 하는 중남미의 정치경제학이다.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점이 경제대국 브라질과 멕시코도 올해 대선이라는 점이다. 두 나라 모두 전·현직 대통령의 극심한 부패로 국민이 희망을 상실하고 경제가 활력을 잃어간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5위인 멕시코는 7월 1일, 세계 8위인 브라질은 10월 7일 각각 대선을 치른다. 멕시코는 6년 단임제다. 이에 따라 현 집권 중도연합의 엔리케 페냐 대통령이 재출마할 수 없다. 집권 중도연합에선 안토니오 메아데 후보가 나와 좌파연합의 마누엘 로페스 후보와 맞서고 있다. 페냐는 이번 대선에서 최대 이슈다. 개혁정책으로 지지율이 한때 50%를 넘나들었지만 부부가 부패 혐의를 받은 데다 살인율이 급증하는 등 치안에도 무능함을 드러내면서 지지율이 23%로 하락했다. 국민의 지탄을 한몸에 받는다. 로페스 후보가 이런 상황을 이용해 부당이득 근절과 빈곤 추방을 약속하면서 메아데보다 5~15%포인트 앞서고 있다. 정권 교체의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브라질 국민은 대선을 앞두고 아노미 상태다. 중도우파인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은 부패 혐의를 받으면서 지지율이 3%로 추락했다. 실제로 간신히 탄핵을 면하기도 했다. 야당 유력 후보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다. 지난 1월 24일 지역연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혐의 2심 재판에서 징역 12년 1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출마가 불투명하다. 아직 36%의 지지율을 유지하지만 퇴임 당시 지지율 87%였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추락하는 영웅’ 신세나 다름없다. 이 틈을 타서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15%의 반사 지지를 확보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군부독재를 찬양하고 동성애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면서 극우층을 끌어 모으고 있다.
브라질·멕시코도 대선 정국으로 혼란중남미는 브라질을 제외하곤 모두 스페인어로 사용하는 동일 언어권이다.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도 서로 배우기 어렵지 않다. 배우지 않아도 어느 정도 이해도 된다. 이에 따라 넓게 보면 중남미 시장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개방 시장이다. 이런 중남미에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하려면 이런 정치상황과 문화상황, 그리고 정보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중남미 FTA를 계기로 이 지역에 대한 좀 더 정밀한 연구와 접근 전략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