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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익통보자보호법 개정 예정후진국에서는 뇌물과 같은 부정부패가 국가·기업의 큰 리스크다. 이와 달리 선진국에서는 기업 등 조직의 비리가 은폐돼 결국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게 더욱 큰 리스크다. 2015년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사건, 2009년의 도요타 바닥매트 결함 은폐와 같은 사건은 막대한 벌금과 함께 회사를 도산 직전까지 몰고 갔다. 반면 2015년 GM의 점화장치 결함, 투자은행 도이체방크의 회계부정, 현대차의 최근 리콜 사태는 나중에 더 크게 터질 수도 있었던 문제를 내부고발자의 제보로 나름대로 수습한 사례다.내부고발자는 영어로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이란 뜻의 ‘휘슬블로어(Whistle-blower)’를 의역한 말이다. 미국의 소비자운동가 랄프 네이더가 1970년대 내부고발자에 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 즉 ‘심판’이란 단어를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이전에는 내부고발자를 ‘내부자’나 ‘고자질쟁이’로 불렀다. 우리가 쓰고 있는 내부고발자란 단어는 1970년대 이전 미국에서 부르던 두 부정적인 단어를 합쳐놓은 것처럼 보인다. 체육계 내부고발자인 A씨는 “내부고발자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부정적 이미지”라고 억울해 했다.축구와 같은 스포츠 경기에서 큰 반칙이 있으면 호루라기를 불어 게임을 멈추고 선수를 퇴장시키는 게 심판이다. 한국적인 현실에선 심판인 내부고발자가 호루라기를 부는 즉시 자신이 퇴장을 당한다. 회사에서 해고되고 형사고발·민사소송 등에 시달린다. 내부고발자 A씨는 3년 간 무려 21건의 다른 소송을 치러야 했다. 소송 비용만 매년 2000만~3000만 원이 들었다. 정부가 공익제보자로 보호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공익제보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법으로 신분을 보장하고 포상금을 지급하며 법률 비용을 내주기도 한다. 설령 형사고발을 당하더라도 공익성을 먼저 따진다. 미국은 2002년 사반스-옥슬리법으로 기업 비리와 연방 증권법 위반을 공익제보한 내부고발자에게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보복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를 어기면 10년 이상의 중형에 처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에는 도드-프랭크법에서 내부고발자의 포상을 강화했다. 평범한 직장인의 정의감에만 매달릴 수 없을 정도로 기업 내부의 비리가 터졌을 때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2월 21일 미국 대법원은 금융계 내부고발자의 자격 요건을 “내부에서만 문제 제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규제기관에 이를 신고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1심과 2심에선 미 증권거래소(SEC)에 신고를 하지 않아도 공익제보자로 보호받고 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판결이 엇갈렸다. 내부고발자의 지위를 규정한 이번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기업과 제보자 모두에게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제보자가 공익제보자로 보호받게 되면 기업의 정당하지 않은 인사조치는 보복 행위로 간주돼 기업이 처벌받을 수 있다. 제보자가 공익제보자로 지정되지 못하면 포상금은커녕 기업으로부터 민사·형사상의 온갖 소송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 판결의 영향으로 앞으로 미국 월가의 내부고발 과정이 상당 부분 바뀔 것으로 보인다.
부정적 이미지 없애기 위해 휘슬블로어로 불러한국은 내부고발자에 관한 정의와 보호, 가해자인 비리 조직에 대한 처벌을 담은 공익신고자보호법을 2011년에야 시행했다. 효과가 있었을까? 해마다 2월에 발표하는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국가별 부패인식 지수를 보면 큰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부패 인식지수 순위는 2011년 이후 계속 떨어져서 2016년엔 52위, 2017년엔 5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일본은 20위 슬로베키아는 54위를 기록했다. 당연히 등수가 낮을수록 더욱 부패했다는 뜻이다. 부패인식 지수에는 여러 가지 자료를 점수화해 반영하는 데 한국은 국제사법 프로젝트가 조사한 법규 완비 부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고, 정치·경제적 위기관리 부분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얻었다. 앞으로는 나아질까? 대다수 내부고발자는 “각오는 했지만 (내가 입은 피해가) 이 정도일 줄 알았으면 공익제보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기업의 대형 비리를 처음으로 알린 내부고발자는 1970년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에서 근무하던 스탠리 아담스다. 그는 로슈가 비타민 제품의 가격담합으로 부당한 이득을 얻었다며 이를 유럽의 가격담합 규제기관에 알렸다. 그러나 유럽경제커뮤니티는 제보자 이름을 공표했다. 산업스파이 협의로 조사를 받던 스탠리 아담스는 이 때문에 6개월형을 받고 스위스 감옥에서 복역했다. 그가 자신의 명예를 회복한 건 10년 동안의 지루한 재판을 겪고 난 후였다.
수천만원 과태료 내면서 내부고발자 복직 거부체육계의 대표적인 한 협회에 2014년 간부로 입사한 A씨는 조직 내부에 만연한 비리를 접한 후 협회장을 설득해 외부 회계감사를 받았다. 그 결과 입장료를 횡령하고, 차명계좌로 돈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A씨는 협회장에게 이 사안을 6개월 이상 보고조차 못했다. 임원들이 직접 보고하겠다며 보고서에 사인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기존 집행부는 A씨가 법인카드를 쓰는 현장에 직원을 보내 감시했고, 때로는 “그게 당신 돈도 아니지 않느냐”며 회유도 했다. A씨가 협회장을 무작정 찾아갔지만 비서실에 막혀 또 몇 달을 보내야 했다.2014년 6월에 나온 회계감사 보고서를 A씨가 협회장에게 보고한 건 2015년 2월이다. 하지만 협회장은 3월에 사퇴했다. 부회장이 회장대행을 맡은 다음 날 아침 A씨는 대기발령 조치를 당했다. 열흘 후엔 해고 당했다. 협회는 A씨를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이때부터 3년 간 총 21건(자신과 관련된 것은 12건)의 재판을 치르면서 모조리 승소했다. 하지만 해고와 복직을 거듭해야 했다. 해고만 4번을 당했다. 마지막에 협회는 노동위원회의 복직 명령을 어기고 과태료로 연간 수천만원을 내면서까지 A씨를 복직시키지 않았다. 이 협회는 10억원가량의 횡령 비리를 공익제보한 A씨와의 소송에 3년 간 5억원의 소송비용을 냈다. A씨는 “비리는 사실이었고 소송에서도 다 이겼지만, 협회는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며 “증거를 가지고 가도 받아들이질 않는다”고 허탈해 했다. “우리 사회가 이 정도인 줄 알았으면 내부고발을 하지 않았을 거다.”공익 증진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김광호씨도 “절반의 성공인 것 같다”고 말한다. 국가에서 수여한 훈장도 받고 공익단체 상도 받았지만 회사에서 (공익성을) 100% 인정하지 않는다고 여겨서다. 현대차 품질 관련 부서에서 일하던 그는 2015년 2월 품질전략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품질전략팀은 리콜 여부를 결정하는 부서다. 그는 현대차가 불법 사항을 관행적으로 숨겨온 사실을 알게 됐다. 기존 조직원들은 관행이니 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했다. 김광호씨는 리콜을 해야 할 만큼 품질에 문제가 있는 사항을 추려 감사실에 알렸다. 그러나 그가 감사실에 다녀온 다음 날 품질전략팀장으로부터 업무에서 손을 떼라는 말을 들었다. 그 후 김광호씨는 2016년 10월 현대·기아차가 엔진·고압펌프 등 품질 결함을 인지하고도 리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미국 도로교통안전국과 국토교통부에 신고했다. 현대차는 그를 영업비밀 유출 등의 이유로 해고하고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형사고발을 했다가 8개월 후에야 취하했다. 호루라기재단·참여연대 등이 김광호씨를 공익신고자로 보호해달라고 요청하자 국민권익위원회는 2017년 3월 현대차에 김광호씨를 복직시키라고 통보했다. 국토부도 김광호씨가 공익제보한 품질 결함을 은폐한 32건의 제보를 기반으로 현대·기아차 24만대에 대해 리콜 결정을 내렸다. 리콜에 해당하는 결함은 총 8건이었다. 2건의 결함은 무상수리 조치가 내려졌다. 공익제보 32건 중에서 10건이 인정됐다.
피해자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는 국민권익위원회
제보자 실명 유출해도 처벌 안 하는 체육계 상급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