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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개 켜는 수소 경제] 차세대 수소차 관심 끌고 수소경제법 제정안 발의되고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에너지 절감, 환경 개선, 일자리 창출…친환경 수소 생산 기술 개발이 과제

한국에서도 수소경제 시대가 서서히 열리고 있다. 현대차가 내놓은 차세대 수소차인 넥쏘에 관심이 쏠렸다. 판매 첫날 보조금이 동날 정도로 수소전기차 판매가 호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련 기업은 앞장서서 충전시설을 늘리는 중이다. 4월 10일 국회에서는 수소 관련 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수소경제법 제정안이 발의됐다. 수소경제 시대 인프라 확보 역할을 맡은 민관 단체도 출범했다. 미국·독일·일본 등에서는 수소경제사회로의 이행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다. 친환경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않다는 비아냥을 받아온 수소 에너지가 각광을 받을 수 있을까.


▎울산 매안동 수소충전소에서 관계자가 차량에 수소를 충전하고 있다. / 사진:김현동 기자
#1.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는 1호차가 두 대다. 대한민국 수소 경제 1번지를 외치는 울산과 광주에 각각 전달됐다. 전달식은 3월 27일에 동시에 열렸다. 울산 1호차는 김기현 울산광역시장이 탑승자다. 울산 수소전기하우스에서 하언태 현대차 울산공장장이 김 시장에게 차를 전달했다. 광주 1호차 전달식은 광산 CNG 충전소에 새로 들어선 ‘동곡 수소충전소’에서 열렸다. 이광국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이 윤장현 광주광역시 시장에게 1호차를 전달했다.

#2. 4월 10일 국회에선 수소 관련 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수소경제법 제정안이 발의됐다. 수소 전문 기업을 지정하고 이와 관련한 기술 개발 지원, 사업 육성을 정부가 주도한다는 내용이다. 법이 제정되면 수소 전문 기업은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원욱 의원은 “이미 미국·독일·일본은 수소사회를 대비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수소경제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정책과 법률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며 “에너지 절감, 환경개선, 일자리 창출 등 산업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고 수소경제 사회로의 이행을 촉진하기 위해 이번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4월 10일 수소경제법 발의


지난 10년 동안 한국에서 수소전기차는 논란의 장본인이었다. 전기차보다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을 받았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수소전기차 개발을 계속하자 ‘현대차는 친환경 차량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수소충전소 설치 민원이 올라왔지만, 특정 기업 밀어주기 논란을 꺼린 정치권은 지원을 망설였다. 수소는 친환경 에너지이지만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수소차는 친환경 차량이 아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수소충전소 건설 비용과 폭발 위험도 약점이었다. 수소가 현실과 거리가 먼 에너지원이란 평가를 받아온 배경이다.

올 들어 국내에서 수소차를 바라보는 시선엔 큰 변화가 생겼다. 현대차가 차세대 수소차인 넥쏘를 발표하며 여론 몰이에 성공했다. 수소차의 단점으로 지적된 여러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덕이다. 보조금 덕에 차값이 낮아졌고, 수소탱크 폭발 위험도 크게 줄었다. 승차감과 연비도 높은 수준이었다. 수소 지원 정책을 펼치는 해외 분위기도 자극이 됐다. 여러 선진국이 진행 중인 다양한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의 영향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수소산업 지원책이 힘을 받으며 민관 합동 단체가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올라오는 중이다.

4월 10일엔 수소전기차는 물론 수소에너지와 관련한 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수소경제법’이 등장했다. 수소 전문 기업을 지정하고 관련 기술 개발 지원, 사업 육성을 정부 주도로 진행하는 내용이다. 법이 제정되면 수소 전문 기업은 고가 장비의 공동 사용, 기술 개발, 전문 인력 양성에 드는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다른 법안도 대기 중이다. 국회 신재생에너지포럼 대표의원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은 수소 안전과 관련한 법안을 준비 중이다. 전 의원은 “관련 포럼과 전시회 등이 늘어나면서 국회에서 수소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아직 걸음마 단계인 만큼 관련 수소에너지에 대한 법안을 차근차근 준비하며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바뀌자 지자체의 움직임도 부산해졌다. 한국 수소경제의 거점으로는 울산과 광주가 꼽힌다. 에너지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수소 생산량은 연간 125만t이다. 대부분은 정유공정과 납사분해 등에 쓰이고 남은 16만t 정도를 수소전기차에 활용할 수 있다. 연간 8만대를 무난히 굴릴 수 있는 양이다. 수소는 대부분 울산과 포항, 여수에서 생산된다. 정유화학 업체가 밀집한 지역이다. 가스 운송용 트레일러를 이용해 수송하기 때문에 가까운 대도시가 수소충전소 건설에 유리하다. 수소경제 유망 도시로 울산과 광주가 꼽히는 이유다. 지금 울산과 광주엔 각각 2곳의 수소충전소가 있다. 연말까지 각각 5곳과 4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최근엔 한 단계 진화한 복합 충전소도 등장했다. 광주 동곡 복합수소충전소는 기존 주유소를 수소 충전이 가능하게 개량한 시설이다. 올해 6월 울산 북구 연암동에는 ‘국내 1호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이 들어설 예정이다. 휘발유·경유·LPG는 물론 수소와 전기까지 모두 충전할 수 있는 장소다. 복합 충전소의 장점은 저렴한 운영비다. 수소충전소를 단독 시설로 운영한다면 연간 약2억2000만원이 필요하지만 LPG·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와 함께 운영하면 인건비 지출이 감소해 약1억2000만원까지 운영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윤장현 시장은 “수소 충전이 가능한 복합 충전소를 꾸준히 늘려가며 광주가 친환경 도시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소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이유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글로벌 트렌드와 환경, 그리고 일자리다. 한국에선 이제야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수소차의 약진은 글로벌 트렌드다. 지난해 1월 17일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가 신설됐다. 주제는 ‘탄소경제사회에서 수소경제사회로 이행’이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수소자동차 비율을 2030년 1.8%, 2050년 17.7%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미국·유럽 등 주요 국가는 수소사회 진입을 위해 수소에너지 충전소 확대와 수소차 보급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각국 행보에 따라 세계 수소 제조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수소산업협회에 따르면 수소에너지 시장 규모는 2017년 1242억 달러에서 2021년 약 1521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가 에너지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이 나날이 커지는 만큼 한국도 변화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 단계 진화한 복합 충전소 등장


미국과 유럽은 배기가스 규제를 더욱 강화 중이다. 최근 유럽연합은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유럽 자동차 업체의 반발에도 2020년 이후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은 더욱 엄격해진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매년 규제를 강화해 2025년까지 차량의 15%를 친환경 차량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김준범 울산대학교 교수는 “전 세계가 파리협정 발효 이후 온실가스 감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내놔야 한다”며 “자동차 제조사가 선택할 수 있는 생존 전략으로 수소전기차 같은 무공해 자동차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자동차 강국이 수소차에 관심을 보인 또 하나의 이유는 일자리다.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사용 부품이 더 많다. 전기차의 약진은 기존 자동차 메이커 뿐만 아니라 부품을 공급하는 중견·중소기업에게 생존의 위험 요소였다. 기존 자동차 부품의 3분의 1에 불과해 업종을 바꿔야 하는 업체가 많았다. 수소차는 다르다. 기존 자동차와 수소차는 공유 부품이 많다. 여기에 독자적인 부품을 새로 제조해 공급해야 한다. 구석에 몰린 자동차 부품기업에게 한줄기 생명줄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침체에 빠진 자동차산업을 부흥할 블루오션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한국에서 수소차 생산 업체는 현대차가 유일하다. 정부는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수소차의 장점에도 특정 기업 몰아주기라는 비판 때문에 수소전기차 지원 언급을 꺼렸다. 하지만 수소전기차가 중소기업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서가 있따라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산업연구원과 한국수출입은행 분석 자료에 따르면 수소전기차를 포함한 중소기업 자동차산업의 취업계수는 매출액 10억원당 4.0명으로 0.9명인 대기업의 4배 수준이 넘는다. 2.2명인 제조업 전체로 따져도 2배가량으로 많아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 부품수는 내연기관차 대비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들지만, 수소 전기차에만 이용하는 전용 부품이 많아 이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고용창출 효과가 더 크다는 설명이다.

미국·유럽 배기가스 기준 더욱 강화


▎2015년 그린에너지 엑스포에 전시된 수소전지차의 내부 구조를 관광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전용 부품은 기존 내연기관차용 부품과 호환되지 않는 부품이다. 수소전기차에만 설치되는 수소저장 장치, 수소공급 장치, 공기공급 장치, 열관리 장치 등이다. 전체 부품의 36%가 넘는다. 이 같은 수소차 전용 부품의 국산화율은 98% 수준이다. 대부분이 중소기업에서 생산한다. 기술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미 수소센서 등 일부 부품은 중국과 일본 등에 독점 수출하고 있다. 수소차 보급이 늘수록 한국 중소기업이 세계 수소차 부품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이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 관계자는 “수소차에는 중소기업에서만 생산할 수 있는 부품이 여럿 있다”며 “현대차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전체 생태계를 보고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자동차 제조 강국들은 수소 경제 정착을 위한 민관합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H2USA)과 일본(수소연료전지협의회), 유럽(H2모빌리티)은 이미 정부와 기업, 민간단체 등이 손잡고 ‘민관협력단체’를 구성했다. 한국은 지난해 민관합동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H2KOREA)’를 출범시켰다.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전국 10개 지방자치단체, 가스공사와 에너지공단을 포함한 공공기관 11곳이 모였다. 이 밖에 수소연료전지차 제조사인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유관기관 25곳이 이름을 올린 상태다.

한국은 강력한 제조업 기반을 갖춘 나라다. 전문가들이 한국의 수소 산업 경쟁력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중화학 공업이 발달하고, 전국에 가스 공급 파이프 라인이 깔려 있다. 인구 밀도가 높고 국토가 좁아 거점 중심으로 인프라를 확보해 나갈 수 있다. 일본 가와사키 중공업의 요시무라 겐지 차장은 “일본과 한국은 인구가 많고 국토 면적이 협소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소경제 발전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의 활용 방법을 높일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물론 풀어야 하는 과제도 여럿 있다. 무엇보다 수소 생산 과정의 친환경 여부다. 한국의 최대 수소차 운행대수는 8만 대다. 이를 넘으면 새로 정유화학공장을 지어 수소를 생산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정유화학 처리 과정에서 사용하고 남은 수소를 썼지만, 8만대 이후부터는 수소 생산만을 위한 공장을 지어야 한다. 수소 생산을 위해서는 화석이나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이러면 수소를 활용할 때 얻게 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 손실이 더 크기에 친환경 논란이 나오는 것이다. 아직은 세계 어느 나라도 수소차를 위한 대규모 정유화학 공장을 건설하지 않았다. 에너지 효율상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수소차를 100% 친환경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이유다.

친환경 논란은 풀어야할 숙제


▎현대차 마북연구소에서 직원들이 수소전기차 부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답은 친환경 수소 생산 방식의 확보다. 독일은 풍력과 태양광을 이용한 수소 공장을 운영 중이다. 한국은 미생물과 태양광을 이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해양수산부는 120억원을 투입해 친환경 바이오수소생산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해수부 지원을 받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기술을 개발 중이다. 수소 생산은 성공했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해양부는 3년이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한국동서 발전도 충남도와 친환경 수소생산 연구에 뛰어 들었다.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일산화탄소로 분해하는 방식이다. 경북대학교에선 태양광을 이용한 광촉매 기술로 바닷물에서 수소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국내 특허를 출원했으며 해외 특허 출원도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 생산을 위한 무공해 생산기술이 대안으로 떠올랐다”며 “친환경 수소 생산 방식이 자리를 잡으면 수소차를 비로소 100% 친환경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431호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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