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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상담 아들의 게임중독 갈등 극복] 과다인지 중독인지부터 구분하라 

 

후박사 이후경
과다이면 습관 바꾸고, 중독이면 강박 치료해야…관계 회복에도 신경 써야

그는 두 아들을 둔 회사원이다. 최근 안 풀리던 회사에서 승진했고, 무능력한 그의 남편도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힘든 일이 좀 해결되나 싶더니 새로운 문제가 그를 괴롭힌다. 중1 아들 때문이다. 집중력이 좋고 눈치도 빨라 얼마 전만 해도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아이다. 하지만 사춘기가 오더니 달라졌다. 하루 종일 게임만 한다. 회사에서 틈틈이 학원은 다녀왔는지, 숙제는 다 했는지, 동생과 잘 지내는지 등을 챙기는데, 매번 ‘다 했어’ ‘걱정 마’라며 거짓말을 반복한다.

그는 자신을 일도 육아도 다 잘 해내는 ‘수퍼맘’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아들의 반항이 있기 전까지는 그랬다. 며칠 전 숙제를 한다던 아들이 숨어서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너무 화가 나서 또 게임을 하면 어떻게 하냐며 소리를 질렀다. 엄마의 야단을 부당하다고 여겼는지 아들이 갑자기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그러더니 갑자기 동생을 찾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그는 아들에게 화가 났으면 엄마에게 화를 내지 왜 동생을 괴롭히는지 물었다. 아들은 그래야 엄마가 더 슬퍼할 것을 알기 때문에 그랬다고 한다.

믿었던 아들이 게임하며 거짓말까지…

하늘이 무너졌다. 더 이상 아들을 훈육하는 일에 자신이 없어졌다. 문득 이제부턴 남편이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전자전인가, 남편은 아들과 똑같은 성격으로, 훈육은커녕 아들과 다투기만 더 할 뿐이다. 문제가 생길수록 아들은 방문을 잠근 채 게임에만 집착한다. 퇴근해 집에 오면 ‘다녀오셨어요?’라는 아들의 활기찬 인사가 아닌, 마우스 클릭과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집안을 울릴 뿐이다.

한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세계 1위다. 스마트폰 사용률은 90%를 넘는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일상이다. 스마트폰 알람으로 잠을 깨고, 카톡으로 대화하고, 인터넷 뉴스를 보고, 음악을 듣는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10~15%가 인터넷 중독이고, 30%가 스마트폰 중독이다. 게임·채팅·검색·음란물에 빠진다. 이 중 게임이 80%를 차지한다. 남자는 게임에, 여자는 채팅에 더 잘 빠진다. 각종 규제에도 청소년의 게임중독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누구나 게임에 중독될 수 있다. 중독은 강력한 습관이다. 게임은 정말 재미있다. 화려한 영상과 강렬한 소리로 유혹한다. 게임만큼 즐거운 놀이는 없다. 공부에 찌든 스트레스를 단숨에 날려준다. 게임은 보상이 즉각적이다. 5시간 공부해도 성적은 안 오르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다. 피드백이 빠르고 확실하다. 공부로 무력해진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게임은 또 다른 현실이다. 가상 세계에서 구겨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가짜 친구와 교류한다. 게임은 편안한 도피처다. 현실로부터 소외된 외로움을 한순간 잊게 한다.

아무나 게임에 중독되지 않는다. 중독은 강박적 습관이다. 갈망·내성·금단이 있다. 간절히 원하고, 더 자극적인 것을 찾고, 못하게 하면 짜증·분노가 터진다. 게임은 알코올과 다르다. 오래 한다고 중독되지 않는다. 게임의 중독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게임은 도박처럼 경험을 통해 중독된다. 누가 중독에 취약할까? 고단한 환경과 외상이 원인이다. 공부·불화·소외 등 강한 스트레스를 계속 받는 경우다. 이혼·폭행· 왕따 등 강한 상처를 받은 경우다. 중독은 살맛나는 상태다. 중독이 유일한 안식처다.

게임중독은 과다와 다르다. 과다는 과도한 몰입이다. 그냥 하는 거고, 하다 보니 과해진 것이다. 밥도 거르고 밤도 샌다. 한 게임을 지속하고 프로게이머도 가능하다. 그러나 못하게 하면 언제든지 멈춘다. 게임 외에 다른 것도 잘한다. 중독은 강박적 몰입이다. 일단 게임 생각이 나면, 어떻게든 해야 한다. 못하게 하면, 견디지 못하고 폭발한다. 오래 하진 않고, 프로게이머는 어렵다. 게임 외에 모든 흥미와 의욕을 잃는다. 더 자극적인 것으로 갈아타고, 게임을 잘 하는 데 관심 없다.

“중독은 도파민 결핍에서 온다.” 도파민은 행복호르몬이다. 뇌의 식량과 같다. 현대인은 불행하다. 과도한 정보에 시달리고, 인정과 칭찬에 굶주리고, 노력만큼 보상도 못 받는다. 도파민이 항상 부족한 상태다. 현대인은 알코올·도박·성(性)·게임 등의 자극을 통해 도파민을 공급받는다. 즉각적인 보상은 위험하다. 자극이 반복되면, 도파민 수용체가 무뎌진다. 같은 쾌감을 유지하려고, 더 많은 도파민을 요구한다. 이것이 중독의 나락에 빠지는 기전이다. “중독은 쾌감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게임에 빠진 뇌의 특징은 이렇다. ①후두엽이 활성화된다. 후두엽은 시각중추다. 영상과 소리에 예민해져, 살짝 거슬리는 정보에도 짜증내고 폭발한다. ②보상회로가 망가진다. 보상회로는 뇌간·변연계·전두엽에 걸쳐있다. 도파민의 총량은 일정하다. 즉각적인 쾌감을 위해 많은 양을 소모하면, 사고·감정·신체 활동에 쓸 도파민이 고갈된다. ③전두엽의 활성이 떨어진다. 청소년은 뇌 발달의 완성이 덜 된 시기다. 전두엽은 계획·통제·동기·자의식에 관여한다. 충동적이 되고, 무기력해지고, 자아형성이 어려워진다.

자, 그에게 돌아가자.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과다인지 중독인지 구분하자. 둘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과다인 경우, 습관을 바꾸자. 우선 더 재미있는 것을 찾자. 무조건 못하게 하면, 할 게 없어 무력해한다. 과다는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 몰입의 습관을 다른 데로 돌리면, 뭐라도 열심히 한다. 중독인 경우, 강박을 치료하자. 우선 중독에서 과다로 바꾸자. 무조건 못하게 하면, 강박이 더 심해진다. 강박이 생긴 원인에 초점을 맞추자. 강박은 스트레스와 상처에서 온다. 둘을 해결하면 저절로 좋아질 수도 있다.

일정기간 실컷 하라고 할 필요도

둘째, 관계에 주목하자. 중독은 관계 단절에서 온다. 불행해지지 말자. 게임에 빠진다고 당장 문제는 없다. 아이는 엄마가 행복하기를 원한다. 이렇게 말하자. “엄마는 네가 뭘 할지 모르지만 잘할 줄 믿는다. 너는 해낼 것이다.” 관심을 보이자. 밝게 웃으면서 대하자. 아이는 엄마의 밝은 표정을 좋아한다. 이렇게 말하자. “네가 ~을 하면 참 좋겠다.” 갈등을 감수하자. 화·짜증은 관계를 회복하려는 신호다. 같이 화내면 안된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 칭찬을 아끼지 말자. 이렇게 말하자. “네가 ~을 하니 참 좋다.”

셋째, 조절능력에 주목하자. 과다는 조절상실에서 온다. ‘하지 마라’고 하지 말자. 우선 일정기간 실컷 하라고 하자. 욕구는 억제하면 더 커지고, 충족하면 사라진다. 재미는 못하게 하면 커지고, 맘대로 하게 하면 시시해진다. 차츰 게임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함께 하자’고 하자. 우선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자. 게임이라도 함께 해야 한다. 한 가지씩 시도해보자. 가르치려고 하면 안 된다. 공부를 좋아하게 하려면, 엄마부터 공부를 좋아해야 한다. 아들은 예쁜 엄마를 좋아한다. 집에서 여성스런 옷을 입자.

※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1432호 (201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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