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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불발에 그친 6월 개헌 그 후 - 사회복지학] 국가의 공적 부양 책임 규정할 필요 

 

윤찬영 전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간다운 생존권의 실질적 권리성 확보 미흡… 사적 부양의 원칙 극복해야

시민권의 역사적 진화와 발달로 복지국가의 발달을 설명한 영국의 마샬(T.H.Marshall)에 따르면 복지국가에서 시민의 권리는 공민권과 참정권을 거쳐 사회권으로 진화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대통령 간선제를 고수하겠다는 전두환 대통령의 4·13 호헌 선언,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에 맞선 1987년 6월 항쟁으로 일정한 정도 자유권을 확충했다. 이후 여러 가지 정치개혁 제도와 프로그램으로 국민의 참정권이 강화돼왔다. 그러던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했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심화된 양극화 현상과 신자유주의적 질서는 이제 우리에게 사회권을 확충할 것을 시급히 촉구해왔다고 볼 수 있다.

현행 헌법의 취지와 규정을 보면, 외형상 어느 정도는 복지를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제119조 제2항의 경제민주화와 다불어 제 34조 제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같은 조 제2항에서 국가의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 등을 볼 때 그러하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정권마다 내세운 여러 제도와 조치에도 여전히 국민이 체감하는 복지 수준은 만족스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청년실업으로 고통받는 청년층과 노인, 여성들은 물론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은 미래의 삶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또 헌법학 교과서에서는 아직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대해 권리성 인정 여부를 놓고 학자들의 학설이 분분하다. 정권마다 복지제도를 확충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신뢰하고 기대할 만한 복지헌법으로서 미흡하다.

무릇 권리는 그에 상응하는 의무가 있어야 실효적으로 행사될 수 있다. 국민이 가지고 있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상응하는 국가의 의무는 고작해야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이다. 그나마 이것마저 매우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생존권적 기본권 또는 복지권으로 일컬어지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권리성이 의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이번 헌법 개정안에서 새로운 사회적 위험을 제시하고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규정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구체적 권리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를 따지는 권리성 논란을 극복기에는 여전히 미약해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상응하는 국가의 의무를 구체화하고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에 상응하는 국가의 의무 또는 책임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우리나라 법체계가 취하고 있는 사적 부양의 원칙을 극복해야 한다. 개인과 가족의 사적 부양 책임을 넘어서 국가에 의한 공적 부양 책임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에서 부양의무자 조건을 명시함으로써 부양에 관한 한 민법에 따른 사적 부양 우선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아동·노인·장애인·여성 등 취약한 인구층에 대해 국가의 공적 부양을 우선한다면 국민 개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훨씬 더 강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양의무자 조건을 내세우는 각종 법령 규정은 위헌이므로 무효가 될 것이다. 현행 헌법 제34조 제2항(개헌안 제35조 제2항)을 살리되 공적 부양 우선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규정해 진정한 인간다운 생존권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 제35조 ② 모든 국민은 장애·질병·노령·실업·빈곤 등으로 초래되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적정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아동·노인·장애인·여성 등 취약한 사람에 대하여 당사자와 그 가족에 우선하여 부양하여야 한다.

※ 윤찬영 교수는…전주대 사회과학대학 학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1434호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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