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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대한민국 100대 기업의 CEO | 종합 1위 SK하이닉스 박성욱 부회장] 메모리 기반 솔루션 기업으로 약진 목표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적자에서 5년 만에 최대 흑자 기록…올해 매출 40조원, 영업이익 20조원 전망

▎엔지니어 출신의 박성욱 부회장은 앞으로 10년은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 사진:SK하이닉스
매출 30조원에 영업이익 13조원. 2017년 SK하이닉스의 경영 성적표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다. 올해는 전년 수준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1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무려 50.1%를 기록했다. 제품 1000원어치를 팔아 500원을 남긴다는 얘기다. 제조업에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기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돋보이는 대목이다. SK하이닉스의 약진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 증가에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며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클라우드서버, 사물인터넷(IoT) 관련 기기가 급격히 늘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이자 핵심 부품이 바로 반도체다. SK하이닉스는 이런 수퍼 호황을 누릴 자격이 있는 기업이다. 2012년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3년 과감한 설비투자를 진행했다. 이를 주도한 인물이 SK하이닉스의 박성욱 부회장이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1984년 현대전자 연구소로 입사했다. 그 후 34년 동안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정보통신(IT)산업에서 반도체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는 인물로 꼽힌다. 그리고 2013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며 이를 입증했다. 당시는 반도체 불황기였다. 반도체 가격과 수요 모두 저점을 찍고 있었다. 박 부회장은 그런데도 과감하게 투자를 감행했다. 신주를 발행해 마련한 자금 2조3000억원을 반도체 설비투자에 쏟아 부었다. 2015년 불과 2년 만에 SK하이닉스는 매출 18조7979억원에 영업이익 5조3361억을 올리며 SK 그룹의 효자로 변신한다. 박 부회장은 투자를 더욱 늘렸다. 2016년 6조2920억원에 이어 2017년 10조 3000억원을 설비에 투자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은 덕에 지금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률 50.1%


SK하이닉스는 올해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시에서 올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공장 M15 건설을 진행 중이다. 공장 건설에 이미 2조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2025년까지 추가 설비 마련에만 약 13조원을 투입한다. 중국의 D램 생산 전초기지 역할을 할 우시공장 완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95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중국 우시 D램 공장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SK하이닉스는 자회사 ‘SK하이닉스 시스템 IC’를 통해 중국 기업과 현지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SK하이닉스는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SK하이닉스 시스템IC와 중국 업체와의 50대 50 지분 비율의 합작사 설립 건을 논의했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가동 중인 D램 공장에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구축하게 된다. 만약 이 건이 성사되면 파운드리 자회사 설립에 이어 중국 내 합작법인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사업 역량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는 공장 증설에 따라 증가하는 후공정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2723억원을 들여 2019년까지 중국 충칭 후공정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충한다.

생산능력뿐만 아니라 기술력도 돋보인다.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후반의 D램 및 업계 최초 72단 3D낸드를 성공적으로 개발·양산해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 한편으로는 메모리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TSV 기술을 적용한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차세대 메모리 제품 개발을 추진하며 미래 준비에도 앞장서고 있다. 올해 가장 주목받는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라인이다. HBM은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을 적용해 D램을 여러 층 쌓아 올려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인 제품이다. 로직 반도체와 메모리를 1개의 패키지로 묶은 2.5D패키지에 주로 쓰이며, 수요보다 공급이 크게 부족해 일반 D램보다 가격이 5배 이상 비싸다. NH투자증권 도현우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2 공급을 시작했다”며 “고성능·기업용 메모리 제품의 매출 증가로 2018년 영업이익은 20조원, 매출은 40조 원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런 호실적을 이어가려면 경쟁자를 따돌려야 한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곤 ‘떠오르는 중국 반도체’가 있다. 중국 반도체산업에 대해서는 아직 예측이 어렵다. 박 부회장도 실제 기술력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 이르다고 본다. 그는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금액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전망을 묻자 “심지어 ‘구글신’에게 물어봐도 쉽게 답을 찾지 못할 것”이라며 “앞으로 3년이 지난 30년보다 더 빠르게 대폭 변하는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큰 흐름은 볼 수 있다고 한다.

중국 반도체 산업 예의주시 중

장기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스마트폰 등 다양한 IT 기기의 수요 증가가 있을 전망이다. 도시바 인수도 이런 환경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글로벌 기업들과 기술을 공유하며 시장 흐름에 선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서다. 박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을 아직 시작 단계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10년은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그는 “과감한 R&D 투자를 통해 기술력을 강화해 앞으로도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로서 위상을 높여 가겠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경영자로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를 ‘최고의 메모리 기반 솔루션 회사’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과감한 투자가 필수다. 그는 열린 기업문화도 중요하다고 본다. 산업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문화가 있어야 경쟁력이 더욱 높아진다고 본다.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놓으며 새로운 발상이 존중받고 실현될 수 있는 ‘왁자지껄’한 문화로 변화해야 합니다. 이런 기업문화의 딥체인지를 통해 SK하이닉스가 최고의 반도체 회사로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435호 (2018.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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