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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의 1인 회사 설립·운영 길잡이(3)] 공고·홈페이지는 되고 블로그는 안 돼 

 

백우진 글쟁이주식회사 대표
주식회사는 재무상태표 공고해야…소자본 1인 회사도 해당되는지는 의문

“선배, 새로운 출발 축하합니다. 저는 사업 아이디어 나오면 관련 도메인이 있나 검색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writers.kr이 아직 남아 있네요.” 나는 글쟁이 주식회사를 차린 후 인생 후반의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는 신상 변동 소식을 지인들에게 e메일로 보냈다. 그러자 한 후배는 위와 같은 축하 겸 안내 답신을 보내왔다. 도메인은 알기 쉬운 문자로 표현된 인터넷상의 컴퓨터 주소를 뜻한다. 도메인은 회사 홈페이지를 만들고 e메일을 활용하는 기반이 된다. 그는 “참고로, 도메인 확보를 위해 홈페이지를 만들 필요는 없다”며 “랜딩 페이지는 블로그로 하고 해당 도메인 입력 시 넘어가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로그에 사업 홍보 페이지 하나만 올려도 된다고 덧붙였다.

결산 공고는 ‘일간신문이나 홈페이지에’ 규정: 회사명 도메인과 e메일 주소는 사업 성공의 첫 걸음이라고들 한다. 나는 그러나 도메인을 확보하고 아주 간단하게라도 홈페이지를 만드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내가 일반인 개인에게 알려서 수강생을 모아서 글쓰기 교육 서비스를 하기보다는 기업·기관·단체·금융회사 등 조직을 상대로 서비스하는 쪽을 주력하기로 했다는 점을 고려했다. 따라서 도메인을 확보하고 홈페이지를 만들어 일반인을 대상으로 홍보하기보다는 B2B를 알음알음으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홈페이지를 만들지 않기로 결정한 마음 한편에는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할 경우 결산 공고를 홈페이지에 하면 되는데, 홈페이지가 없다면 일간신문을 특정해 그곳에 공고해야 한다. 결산 공고할 내용은 재무상태표다. 주식회사는 결산기마다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를 작성해 이사회에 이어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은 후 재무상태표를 공고해야 한다.

홈페이지 공고 가능, 블로그는?: 전에는 주식회사의 결산 및 주주총회 소집 공고는 일간신문에 해야 했다. 그러다 2009년 상법을 개정해 최저자본금 5000만원 규정을 폐지하는 등 주식회사 설립·운영 절차를 간소하게 할 때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공고할 수 있게 됐다. 개정 상법 조문을 보면 “회사의 공고는 관보 또는 시사에 관한 사항을 게재하는 일간신문에 하여야 한다”면서 “다만, 회사는 그 공고를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자적 방법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회사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결산 공고를 홈페이지에 하거나, 아니면 홈페이지를 운영하지 않고 일간신문에 공고하거나, 비용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면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에 비해 홍보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공고를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는 정관에 기재해야 하는 사항이다. 정관은 법인의 목적, 소재지, 사원에 관한 정보 등 회사 핵심 정보의 조합을 가리킨다. 주식회사 설립 등기를 하려면 정관을 작성해야 한다. 홈페이지 대신 블로그도 전자적인 공고의 매체가 될 수 있을까? 나는 글쟁이 주식회사 설립 등기를 하는 과정에서 ‘홈페이지에도 공고할 수 있게 됐는데, 넓게 봐서 블로그도 홈페이지 범주에 들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관에 공고를 전자적으로 하겠다며 홈페이지 주소 대신 개인 블로그 주소를 적었다. 블로그에 공고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내 정관은 반려됐다. 나는 등기 절차를 온라인으로 밟았는데, 대법원인터넷등기소에서 온라인으로 작성한 서류를 제출하면 심사관이 그 서류를 검토한다. 내 신청서를 검토한 심사관은 전화 통화에서 “블로그는 전자적 공고 방법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나는 정관을 고쳐, 내가 근무했던 일간신문을 공고 매체로 적었다.




공고 안 하면 500만원 과태료?: 주식회사는 설립과 운영에 대해 여러 모로 규제를 받고, 그래서 개인사업자에 비해 더 신뢰를 받는다. 공고 의무도 주식회사에 대한 규제 중 하나다. 그러나 내가 설립한 글쟁이 주식회사는 내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따라서 주주총회 소집 공고 의무는 글쟁이 주식회사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또 1인 주식회사의 재무상태표를 공고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법인 등기를 마친 후 알아봤다. 회계 정보를 주로 제공하는 한 블로거는 내가 품은 의문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외부감사 대상 법인만 해당되는(결산 공고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오해한다”며 “모든 회사는 결산 공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감법인은 감사인의 명칭과 감사의견을 추가하라는 것이지, 외감법인만 공고하라는 것은 이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결산 공고를 하지 않은 경우 상법 635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 된다”며 주의할 것을 권고했다. 상법 635조는 과태료에 처할 행위를 열거해놓았다. 내 생각은 다르다. 2009년 개정된 상법에 따라 한 사람이 100% 지분을 가진 소액(예컨대 100만원) 자본금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세운 글쟁이 주식회사는 내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09년 개정 상법의 주식회사 설립·운영 간소화 취지에 비추어 글쟁이 정도 회사의 재무상태표는 공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나보다 앞서 2010년에 1인 주식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한 사업자는 “결산 공고를 그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과태료 처분을 받은 적도 없다”고 들려줬다.

[박스기사] 공고 의무는 주식회사에만 있어

주식회사는 다른 형태의 회사와 달리 공고 의무를 진다. 주식회사가 공고할 사항은 주주총회 소집과 결산 후 재무상태표이다. 주식회사 외에 합명회사, 합자회사, 유한책임회사, 유한회사는 공고 의무가 없다. 합명회사는 무한책임사원만으로 구성되는 회사로 사원은 회사의 채무를 직접 연대해 변제할 무한책임을 진다. 합자회사는 무한책임사원과 유한책임사원으로 구성된다. 유한회사는 많은 점에서 주식회사와 비슷한데, 다른 점은 정관으로 지분의 양도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한책임회사는 2011년에 개정된 상법에 신설된 회사 형태다. 유한책임회사는 내부적인 법률관계에서는 합명회사나 합자회사와 마찬가지로 민법상 조합의 법리에 따라 운영되지만, 외부적으로는 사업이 실패한 경우 사원은 주식회사나 유한회사의 사원과 같이 자신의 출자액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진다..

※ 필자는 글쟁이주식회사 대표다. 동아일보·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다.

1440호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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