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들이 입맛대로 가산금리 책정이처럼 대출금리가 원유값 같은 이유는 가산금리 때문이다. 경남은행 등이 대출자의 소득이나 담보를 누락·축소해 부당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가산금리 덕분이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서 정한다. 기준금리는 시장금리와 연동되는 금리이고, 가산금리는 은행 인건비, 업무 원가, 세금, 대출자 신용도 등을 고려한 위험 비용, 은행 마진율(목표 이익률) 등을 합쳐 산출하는 금리다. 우대금리는 대출자가 신용카드를 만들어 사용하거나, 급여통장을 옮길 경우 적용하는 금리다.여기서 문제는 가산금리다. 기준금리는 시장금리와 연동되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떨어지면 당연히 함께 떨어지고, 오르면 함께 오른다. 하지만 위험가중금리로도 불리는 가산금리는 시장의 상황에 따라 은행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 늘 문제가 되고 있다. 가산금리를 어떻게 산정했는지 산정기준과 시기 등은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아 적정성을 따져보기도 어렵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관련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등 2개 항목에 대해서만 은행연합회를 통해 공개하고 있으나, 전체 대출자의 평균치여서 가산금리의 과다 여부 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번 금감원 조사에서는 가산금리 인하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인하하지 않고 수 년 간 고정값을 적용하거나, 산출 근거 없이 불합리하게 가산금리를 부과한 사례 등도 적발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가산금리는 은행이 입맛대로 책정해 운영한 것이다.이 같은 가산금리는 통상적으로 기준금리와는 반대로 움직인다. 기준금리가 하락세일 때는 보통 경기가 좋지 않고, 이에 따라 대출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가산금리는 상승하게 된다. 돈을 떼일 가능성이 커지므로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려 이자를 더 받아가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보통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며 “기준금리 인하 시기엔 경기 침체 우려가 큰 만큼 위험 요소 관리를 더 철저히 하고, 충당금도 더 쌓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대출금리도 대체적으로 떨어지는 게 맞지만 가산금리가 올라가기 때문에 인하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기준금리가 내리던 2008년 10월부터 2009년 4월까지 기준금리는 3.61%포인트 떨어진 반면 가산금리는 상승하면서 실제 대출금리는 연 7.79%에서 5.40%로 2.39%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휘발유·경유 인하폭이 원유값 인하폭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금융당국이 2월부터 넉 달 간 시중은행을 들여다 본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책금리가 상승했다고 해도 시중금리 상승폭이 너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월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에서 예금 금리를 뺀 것)가 벌어지는 상황을 두고 “이것이 타당한지 은행권에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장금리 오름세에 편승해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놀이’를 경고한 것이다. 실제로 2월에는 예대금리차가 3년 3개월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잔액 기준 총 수신금리는 연 1.23%로 한 달 전보다 0.02%포인트 올랐다. 총 대출금리는 0.03%포인트 상승한 연 3.56%를 기록했다. 예대금리차는 2.33%로 한 달 전보다 0.01%포인트 확대됐는데, 이는 2014년 11월(2.36%) 이후 최대치다. 대출금리는 높게, 예금금리는 낮게 책정해 이자 수익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 덕에 은행들은 최근 사상 최고수준의 순이자수익을 거두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9조7000억 원을 벌여들었다. 지난해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은 대출 이자로만 19조9237억원을 벌어들였다. 2016년(18조2261억원)과 비교해 1조6976억원(9.3%) 늘어난 수치다. 다른 산업은 경기 둔화에 시달리고 있는데, 은행업만은 ‘실적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경기 둔화에도 은행권은 ‘실적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