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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중인 프리랜서의 세계] 크라우드소싱으로 협업하고 혼자 멀티플레이어로 뛰기도 

 

이창균 기자
수요와 공급 급증하면서 시장 활성…보호·지원 위한 법·제도 개선 여전한 과제

일정한 집단이나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채 자유계약으로 일하는 ‘프리랜서(freelancer)’의 세계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기업들의 아웃소싱 이용률이 급증한 사이 기술적으로도 재택근무 환경이 보편화하면서 수요와 공급 모두 늘고 있다. 젊은 세대가 프리랜서 생활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된 영향도 크다. 전에 없던 시장이 속속 생기면서 프리랜서로 고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는 과거보다 대폭 늘어났다. 시대상의 변화와 더불어 사라지는 프리랜서 현황과 해외 동향도 살펴봤다.


▎사진:gettyimagesbank
네 살배기 아들을 둔 ‘워킹맘(일하는 엄마)’ 한효재(31)씨는 남들과 조금 다른 하루를 보낸다. 이웃들이 한창 직장에 출근하는 오전에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약간의 가사 노동을 하거나, 밤사이 부족했던 잠을 보충한다. 그리고서 외주 받았던 일러스트 작업을 아이가 돌아올 때까지 집에서 한다. 아이가 오면 일을 멈추고 밤까지 놀아주다가, 아이가 잠들면 다시 시작해 새벽까지 작업을 이어간다. 한씨의 월 평균 수입은 3년 전 평범한 직장 디자인 부서에서 근무할 때의 약 3배. 고소득 달성과 일·가정(家政) 양립에 성공하고 있는, 그는 프리랜서다.

직장인이었던 한씨가 2015년 프리랜서 전향을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육아 문제였다. “육아 문제로 ‘경단녀(경력이 단절된 여성)’가 될 위기였는데 육아와 일의 양립을 위해선 전환점이 필요했죠. 프리랜서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결심했을 때 마침 주변 소개로 출판사 담당자와 연결이 돼 첫 일감을 받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수입이 적고 시행착오가 따랐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포트폴리오(작품집)가 알차게 채워지고 업계에서 좋은 평판이 잇따르면서 정기적으로 발주하는 ‘단골’ 클라이언트까지 늘었다.

취업과도 창업과도 다른 제3의 길


취업이냐, 창업이냐. 구직자나 은퇴자, 혹은 재직 중이더라도 하루에 수십 번씩 퇴사 욕구가 꿈틀거리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떠올려보는 두 갈래 진로다. 그러나 계속된 경기 불황에 기업들이 마련한 일자리는 대상 세대를 불문하고 태부족이다. 그렇다고 창업도 쉽지 않다. ‘제3의 길’ 프리랜서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프리랜서는 소속 없는 개인이 경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아 자유로이 일한다는 점에서 ‘1인 기업(창업)’과 비슷하지만 개념이 다소 다르다. 통상 프리랜서는 수요에 따라 도급을 맡은 후 보상을 받는 ‘하청’의 성격을 띠지만, 1인 창업에선 직접 수요 창출을 위해 소비자를 찾아다니면서 상품·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를 차렸으니 정확히는 소속도 있다. 다만 프리랜서도 클라이언트 요구에 따라, 혹은 그들에게 신뢰감을 주고자 사업자 등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프리랜서로 성공한 후 1인 창업으로 스스로 발전시키기도 한다.

국내 프리랜서 인구는 얼마나 될까. 크라우드소싱(대중을 뜻하는 영단어 ‘crowd’와 아웃소싱의 합성어로 기업 활동 일부에 대중을 참여시키는 것) 플랫폼 프리랜서코리아에 따르면 넓은 범위에서 2016년 말 기준 약 120만 명으로 추산된다. 교육부가 올 들어 발표한 2016년 말 전체 취업자 대비 1인 창업 및 프리랜서의 비중 7.2%를 모수인 1601만 명(지난해 3분기 20~49세 취업자 수)에 곱해서 나온 수치다. 좀 더 들여다보면 증가세가 뚜렷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1인 창업 및 프리랜서 비중은 2014년 6.4%, 2015년 6.6%였다가 2016년 말 7.2%로 크게 높아졌다(전년 대비 증가율이 10.2%). 지난해는 8.0% 정도로 이보다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1인 창업으로 발전한 경우까지 고려해도 프리랜서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모두 증가세라는 얘기다. 관련 업계는 세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프리랜서 프로젝트 정보 플랫폼 프리넥스트 관계자는 “수요 측면에선 기업들의 단발성 프로젝트 형태 사업 진행이 증가하면서 아웃소싱 이용률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시시각각 상황이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업종에선 정규직 수를 가급적 최소화하되 실력 있는 프리랜서를 고용해 그때그때 맞춤형으로 프로젝트를 맡기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해야 생존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핵심 사업 분야에서만 정규직 숫자를 유지하고, 나머지 분야에선 프리랜서로 전문성을 보강하는 전략을 쓴다는 것이다. 또 사물인터넷(IoT)이나 원격 화상회의 시스템이 발달하는 등 기술적으로 재택근무 환경이 보편화하면서 프리랜서에게 일을 맡겨 진행하기가 수월해졌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2016년 말 기준 프리랜서 약 120만 명


다른 하나는 공급 측면에서의 변화다. 특히 기업들이 선호하는 고학력의 젊은 세대일수록 직장을 갖는 대신 프리랜서로 일하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어났다. 기존 직장에선 꿈꿀 수 없던 고소득을 목표로 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덜 벌고 덜 안정적이더라도 무리하지 않고 원하는 시간만 일하면서 자유롭게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이른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work-life balance’를 줄인 신조어)’을 기대해서다. 앞서 서울시는 분야별 프리랜서 1000명을 대상으로 생활 실태를 조사, 지난 4월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프리랜서들은 시작의 계기로 ‘학업 등 개인 사정 때문(22.3%)’에 이어 거의 비슷한 비율로 ‘일정한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좀 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서(21.3%)’라고 응답했다.

‘일하는 분야 특성상 프리랜서가 대부분이어서(12.6%)’ ‘구직 중 임시로(12.2%)’ 등 수동적으로 또는 취업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프리랜서를 택한 경우보다 많았다. 과거엔 피치 못해 되는 게 프리랜서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자발적으로 되고 있다는 의미다. 비혼주의자와 1인 가구, ‘딩크(DINKs,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가 급증한 시대상과도 관련이 깊다. 경기도 판교의 한 게임 회사에 다니다가 최근 사표를 내고 프리랜서로 전환한 개발자 강신우(가명·37)씨는 “평생 몸을 바쳐 회사에 다녀봤자 일찍 ‘잘리지’ 않으면 다행일 뿐, 남는 게 없다는 걸 요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할 생각이 없이 혼자 살고 있으며, 주위엔 굳이 정규직에 연연하지 않은 채 프리랜서로 사는 딩크 개발자 친구들이 이미 많다. 젊은 기혼 여성들에게도 프리랜서는 경단녀가 되는 두려움을 떨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만드는 대안적인 일자리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선진국들의 선례를 봤을 때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운 흐름일 뿐, 꼭 부정적으로만 여길 세태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공유경제 관련 서비스 기업 벌로컬의 이원홍 대표는 “미국·일본·유럽에선 약 5년 전부터 워라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현재 프리랜서가 경제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특히 미국은 지난해 프리랜서만 국내 전체 인구보다 많은 5700만 명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2027년 무렵엔 프리랜서가 미국 근로자의 절반 비중을 차지하면서 정규직 수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현재 이들은 미국 산업계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사회 전반의 생산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일본도 프리랜서 인구가 1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대표는 “프리랜서는 업무 변화에 대한 재교육이 잦고 적응이 빨라 미래 사회에 훨씬 적합한 인재들”이라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뿐만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각기 다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정규직들이 쉽게 못 갖췄던 특화한 전문 기술이나 경험을 가진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기업들로선 고용에 드는 비용이 정규직보다 적지만 생산성은 뛰어난 경우가 많은 프리랜서들을 선호하지 않을 수 없다.

단발성 프로젝트를 위해 정규직을 채용해선 수지 타산이 안 맞는 중소기업일수록 더 그렇다. 강소기업이 즐비하며 업무 ‘효율’을 중시하는 선진국일수록 프리랜서 시장이 활성화하고 그 생태계가 잘 구축된 이유다. 이런 흐름 속에 최근 국내로도 확산되고 있는 대표적인 프리랜서 시장 트렌드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프리랜서 간 긴밀해진 협업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발주된 프로젝트에 과거처럼 한 명의 프리랜서만 참여하지 않고, 여러 명이 동시에 참여해 더 높은 성과를 내려 힘쓰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동종 업계뿐 아니라 이종 업계 프리랜서와 협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단순 경쟁보다 정밀한 협업이 중요해진 공유경제 시대 도래에 걸맞게 프리랜서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예가 프리랜서를 중심으로 급성장 중인 크라우드소싱 생태계다. 기업이 온라인을 매개체로 삼아 프로젝트 발주를 하면, 불특정 다수의 프리랜서가 뛰어들어 일을 한다. 이런 크라우드소싱은 2000년대 후반 영국에서 처음 등장하면서 주목받은 후 최근엔 특히 일본에서 프리랜서 시장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크라우드소싱으로 일한 프리랜서만 약 400만 명으로 일본 전체 프리랜서 인구의 3분의 1을 훌쩍 넘긴 것으로 추산됐다. 2014년 대비 2.6배 증가한 수치다. 한국은 아직 이보다 훨씬 규모가 작지만, 예년보다 크라우드소싱 개념이 확산되면서 기업이 애초 협업 형태로 발주해 이를 프리랜서들이 동시 수주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업계 종사자는 “프리랜서 팀을 구성해 다른 팀과 수주 경쟁을 하는 신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한 명의 프리랜서가 자기 분야를 넘어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일명 ‘멀티 프리랜서’들이 증가세인 트렌드가 있다. 현재 국내 전체 프리랜서의 약 70%는 프리랜서 수요가 가장 많은 개발과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들 분야 안에서도 과거보다 프리랜서 역할이 필요해진 일들이 세분화하면서 클라이언트들의 관련 의뢰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또 이런 흐름 속에 경험이 풍부한 프리랜서는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데 능통해져 다른 후속 의뢰에도 부담을 덜 갖게 됐다. 예컨대 개발자는 서버 개발이나 웹페이지 코딩 및 프로그래밍뿐 아니라 웹 디자인 프로젝트에 디자이너로서 적극 참여한다. 작가도 그림만 그리거나 글만 쓰는 대신 둘 다 맡는 경우가 늘었다. 웹툰을 그리면서 광고 콘티를 짜고, 제품 디자인 작업에 참여하면서 게임 스토리도 제공하는 식이다.

프리랜서 중개업 등 신종 서비스 인기


▎웹툰 작가는 고소득을 기대하는 지망생들이 최근 몰리고 있는 대표적 프리랜서 분야다. 사진은 국내 유명 웹툰을 소재로 만든 우표들. / 사진:우정사업본부 제공
그래야 클라이언트에게 실력을 어필해 더 많은 일감을 얻기가 수월해지는 측면도 있다. 아울러 같은 분야에서 경쟁 상대들이 과거보다 크게 늘면서 프리랜서 입장에선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받아들인 트렌드이기도 하다. 한편 개별 산업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트렌드도 있다. 기업 등 클라이언트와 이들이 찾는 프리랜서를 매칭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프리랜서 중개업’의 성장이다. 이런 사업을 하는 IT 아웃소싱 플랫폼 위시켓의 박우범 대표는 “이전까진 친한 지인이 (클라이언트를) 소개해줘서 음지에서 ‘알음알음’으로 수주하는 프리랜서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젠 온라인으로 연결 받고 직접 프로젝트를 골라서 일하는 프리랜서 수가 급증해 다수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설립된 이 스타트업은 5년 간 기업 회원들이 등록한 프로젝트 누적 금액만 지난 3월 1000억원을 돌파했다(1068억원). 현재 프리랜서 4만8000명, 기업 6000곳이 회원으로 있다. 연 평균 200억원의 거래액이 발생했다고 치면 그 10%인 20억원가량이 매년 수수료 매출로 돌아온다. 여기에 다른 부가서비스 제공으로 수익성을 키우고 있다. 비슷한 중개업을 하는 후발주자까지 늘면서 국내 프리랜서 생태계도 ‘정보의 불투명성’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 시장에선 프리랜서가 일반 직장인과 달리 경력을 객관적으로 증명 받을 방법이 적어 인맥이 없으면 수주에 어려움이 있었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여러 후보 중 어느 프리랜서가 가장 유능한지, 누군가 경력을 ‘뻥튀기’하진 않았는지 검증하기가 쉽지 않았다.

박 대표는 “중개 플랫폼이 나타나면서 양쪽 이용자 모두 신뢰감 있는 누적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인맥 베이스로 영업하는 동안 수입의 불안정성을 호소하던 프리랜서 회원들이 지금은 ‘프로젝트 선택권이 넓어졌다’며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중개 플랫폼들의 또 다른 순기능은 까다로운 계약서 작성 문제에 대한 프리랜서들의 고민을 덜어준다는 점이다. 지인 소개로 계약할 경우 친분 때문에 계약서를 꼼꼼히 쓸 것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대충 계약서를 썼다가 계획에 없던 일을 추가 보수 없이 떠안는 낭패를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중개 플랫폼을 이용하면 계약서 양식 제공부터 계약 이력 보존까지 진행돼 피해에 대한 우려를 기존보다 덜어낼 수 있다.


▎서울의 한 건축사사무소. 소속된 직원으로 일하는 건축가들이 있지만, 높은 임금을 주고 프리랜서 건축가를 고용하는 경우도 많다.
프리랜서 입문을 준비하는 초심자라면 뭘 유념해야 할까. 누구나 성공을 꿈꾸며 프리랜서 시장에 진입하지만, 아무나 성공하진 못한다. 고소득 프리랜서들은 다음과 같이 생존 전략을 귀띔한다. 첫째, 프리랜서가 몰린 하나의 전문 분야에서도 아직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블루오션은 존재한다. 그 틈을 파고들 필요가 있다. 철저한 사전 조사는 필수다. 둘째, 무조건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하고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기업이면 경쟁사에 비해 어떻게 차별화한 상품·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 할지, 사업 목표가 정확히 뭔지 파악할 수 있는 이해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전문성만 믿고 기업이 진짜 원하는 걸 알려고 하지 않은 채 일하는 프리랜서들이 많다. 자기 주관은 지킬 수 있을지 몰라도 시장에서는 평판이 나빠질 수 있다.

프로젝트 기한 엄수해야 하고 영업력도 필요


셋째, 프로젝트 기한 엄수는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의외로 기한까지 일을 못 끝내는 프리랜서가 굉장히 많다. 매번 기한만 잘 지켜도 유능한 프리랜서로 인정받을 수 있다. 월 평균 600만원씩 버는 베테랑 프리랜서 번역가 황인섭(가명·43)씨는 “프리랜서 초기 클라이언트가 마감일을 정해주면 아예 그 하루 전을 달력에 마감일로 표시하고, 어떻게든 그날까지 일을 마쳐 결과물을 제출하는 습관을 들였다”며 “신인이지만 신뢰할 수 있는 번역가라는 평이 들리면서 점차 일거리가 늘어났다”고 회상했다. 넷째, 영업 수완도 필요하다. 중개 플랫폼이 발달했지만 그럼에도 ‘내게 호감을 갖고 도움을 줄’ 인맥 확보는 여전히 중요하다. 자신을 적극 알리는 데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 그러면 일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온다.

다섯째, 분야에 따라 프리랜서에게 일을 맡기는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프로젝트가 있다. 민간 기업에 비해 돈을 덜 주는 경우가 많지만 관심을 가질 만하다. 포트폴리오 차별화에 도움이 될뿐더러 시장에서도 공공 프로젝트 참여 경력이 있는 프리랜서를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여섯째, 이전에 소속됐던 직장의 명성을 최대한 활용해봄 직하다. 그 자체로 프리랜서 시장에선 자신의 명성이 된다. 유명 글로벌 컨설팅 펌에서 근무한 바 있는 프리랜서 컨설턴트 이준용(가명·35)씨는 젊은 나이에도 빠르게 시장에 정착할 수 있었다. “직장에 있는 동안 동남아시아 등 해외 다양한 지역을 돌면서 일했던 경험을 주위 지인들에게 먼저 알렸습니다. 누구나 이력서엔 당연히 기재하지만, 입소문이 정말 중요하단 건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곱째, 계약서와 세금에 신경 써야 한다. 직장인은 직장에서 다 관리해주지만 프리랜서는 혼자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보조해주는 플랫폼이나 세무사가 있더라도 본인이 웬만한 것은 알아둬야 뒤탈이 없다. 프리랜서는 움직이는 기업과 같다. 혼자서 영업도 하고, 계약도 하고, 세금도 내야 한다. 이 밖에 직장인보다 밤새 일할 일이 많으므로 체력은 필수다. 시장에서 명성이 쌓이면 어느 순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일이 한꺼번에 쏟아지므로 스케줄 관리도 알아서 잘 해야 한다.

이 같은 노력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으면 고소득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확률이 아무래도 높아진다. 국내 프리랜서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증가하고 여러 갈래로 진화하면서 기본적인 수익 구조도 과거보다 다소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중개 플랫폼의 등장으로 프리랜서들은 영업 채널이 일정 부분 단순해지면서 일감 찾기와 계약 진행에 힘을 덜 써도 생존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수주한 작업 자체에만 집중하는 시간이 늘다 보니 마감이 빨라지고, 한 달에 새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 숫자가 늘어나서 버는 돈도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프리랜서 시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활성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면에선 “일반 회사 비정규직보다도 더 안정적이지 못한 일자리” “아르바이트를 할 때보다 낮아진 소득”이라는 자평 속에 많은 프리랜서가 저소득과 불안정성으로 남몰래 눈물을 삼키고 있다. 실제 서울시 조사에서 프리랜서들의 월 평균 수입은 152만9000원에 불과했다. 한 달에 200만원 미만을 버는 프리랜서가 71.6%로 대다수여서다. 월 평균 수입이 400만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8%, 300만~399만원은 7.0%에 각각 그친 반면, 50만원에도 못 미친다고 답한 비율이 14.1%에 달했다.

프리랜서의 14.1% “한 달에 50만원도 못 벌어”


업계 관행상 보수 기준이 지나치게 낮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일거리가 불규칙하게 제공되는 탓에 대다수는 여전히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입을 받아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프리랜서들은 어디까지나 하청을 받는 ‘을’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어 ‘갑’의 횡포에 시달리는 이중고를 겪기도 한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4.2%는 ‘거래 과정에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고 답해 일방적인 계약해지 등의 피해 위험에 쉽사리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해지시 사전 통보를 못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60.9%였으며 보수 체불 피해 경험이 있는 경우도 23.9%나 됐다.

국내 프리랜서 시장이 진화하면서 ▶생산 가능 인구의 자발적 자기 계발과 우수 전문 인력의 양산 ▶선진국처럼 이를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 기대감 확산 ▶경단녀 문제 해소 등 일자리 창출 대안으로서의 가능성 확인 ▶워라밸 있는 근로문화 확산이 당연시되는 풍토 조성과 같은 긍정적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개선점 또한 확연히 존재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하지만, 과거와는 달라진 경제 환경과 시장 분위기에 걸맞게 법·제도적으로도 프리랜서 보호·지원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1452호 (2018.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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