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대출 만기 돌아오면서 연체율 급등...제3의 인터넷은행, 저축은행과도 경쟁해야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혁신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8월 7일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 간담회에서 인터넷은행 출범 1년에 대한 성과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등장으로 기존 은행권에 긴장을 불어넣고, 금융소비자의 혜택을 늘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인터넷은행이 가져온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은행은 공인인증서 없이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데다 계좌번호를 몰라도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등 편의성을 앞세워 출범 직후부터 바람몰이를 했다. 출범 1년 만에 두 인터넷은행은 고객 수 700만 명, 대출액 8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금리가 비교적 저렴하고, 비대면 소액대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금융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출범 1년이 넘자 연체율이 큰 폭으로 뛰면서 이제는 은행의 기본인 리스크(위험 요소) 관리 능력을 갖췄는지 검증받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특성상 중금리대출이 많아 연체율 상승은 예견했던 일”이라며 “상품 혁신과 더불어 리스크 관리가 인터넷은행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 BIS 비율, 1년 만에 6.67%포인트 하락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과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출범한 케이뱅크의 올해 2분기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4%다. 1분기 0.17%에 비해 0.27%포인트나 높아졌다. 시중은행 연체율이 0.3%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꽤 높은 수준이다. 케이뱅크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총 대출액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비율)도 1분기 0.12%에서 2분기 0.22%로 수직 상승했다.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이 악화한 건 출범 1년이 지나면서 중금리대출의 만기가 도래하기 시작한 영향이 컸다. 케이뱅크는 자체 신용평가등급(1~10등급) 중 4~10등급인 중·저신용자에게 제공한 연 6% 이상의 만기 1년짜리 중금리대출 비중이 건수 기준으로는 전체 대출의 60%, 잔액 기준으로는 40%를 차지한다. 연체율 상승은 이 중 일부 대출자가 상환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10.71%(6월 말 기준)로, 1년 전 보다 6.67%포인트나 떨어졌다. 시중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통상 15% 내외다.지난해 7월 말 출범한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해 2분기 연체율은 0.06%,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08%, BIS 자기자본비율은 16.85%다. 건전성 면에서 케이뱅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아직 중금리대출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본격적으로 중금리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3분기에는 케이뱅크처럼 건전성 지표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카카오뱅크의 중금리대출 건수도 전체 대출의 38.6%에 이르기 때문이다. 총 대출액도 6조8060억원(6월 말 기준)으로 케이뱅크보다 많다. 특히 두 은행 모두 올해 상반기 적지 않은 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상의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상반기 손실 규모는 케이뱅크가 395억원, 카카오뱅크가 120억원이다. 반면 이 기간 시중은행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시중은행이 올린 이자이익만 19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9.5% 는 수치다. 출범 초기인 만큼 대규모 정비통신기술(ICT) 투자와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손실액이 적어 보이진 않는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손실액이 적지 않고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고 있지만 인터넷은행들은 아직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도 시중은행과의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다고 설명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담보대출이나 고신용자 비중이 큰 시중은행과 달리 인터넷은행은 특성상 중·저신용자의 중금리대출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며 “중금리대출 비중이 큰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연체율 등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9월 20일 진통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은산분리 규제(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의결권 주식은 4%, 비의결권 주식까지 최대 10%로 제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따라 카카오와 KT는 각각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작업에 착수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흑자전환 기간도 상당히 단축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올 상반기 인터넷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한 건 은산분리 규제로 자본 확충이 지연된 탓도 있다. 케이뱅크는 올 상반기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지만 300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카카오뱅크 4월 계획대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했지만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은산분리 규제로 의결권이 없는 전환우선주를 섞어 발행했고, 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실권주가 발생해 카카오가 3080만주(1540억원)를 인수하기도 했다.당장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대출금리가 오름세여서 연체율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최근 인터넷은행의 부실화 가능성을 제기하며 금융감독원에 선제적인 금융감독에 나설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인터넷은행의 최근 연체율 상승은 출범 초기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신용도 평가를 생략한 채 대학생 등에게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 준 영향”이라며 “아직 강제적인 감독상 시정조치를 발동할 수준까지 악화한 것은 아니지만 경영상의 어려움과 자산 부실을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4~5월 제3의 인터넷은행 예비인가이런 가운데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4월이나 5월께 제3의 인터넷은행에 대한 예비인가를 내줄 계획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에서는 NH농협·신한·KEB하나 은행이, 비은행권에서는 키움증권과 인터파크 등이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저축은행들이 중금리대출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자체 중금리대출이 제외된 데다 법정 최고 금리 인하 등으로 인한 영업 악화를 중금리대출로 만회하려는 전략이다. 9월 30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4분기 저축은행이 판매 예정인 중금리대출 상품은 39개에 이른다. 이는 올 1분기 11개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용대출 만기는 1년으로 차주의 신용등급을 높여 한도를 늘려주지 않는 한 연체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다”며 “지금부터는 인터넷은행이 혁신이나 편리함보다는 신용관리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