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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일 ‘무인시대’ 어디까지 왔나] ‘아마존고’ 등장으로 ‘무인전쟁’ 격화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일본 5대 편의점, 2025년까지 모든 점포에 무인 계산대...중국에서는 무인 스포츠용품점 등장

▎미국 시애틀 아마존캠퍼스에 자리한 무인마트 ‘아마존고’가 1년 간의 시범 운영을 끝내고 올해 1월 정식 오픈했다. / 사진:연합뉴스
1년 간의 시범 운영을 끝내고 올해 초 미국 시애틀에 정식 오픈한 ‘아마존고’의 등장은 미국 내는 물론 전 세계 ‘무인시대’의 서문을 열었다. 아마존고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고객이 앱을 찍고 매장에 들어오면 수백개의 센서가 고객을 시각적으로 구별하고 동선을 추적한다. 고객이 선반에서 물건을 들어올리면 사라진 물건의 무게를 감지해 누가 그 물건을 들고 갔는지를 판단한다. 아마존이 지난해 식료품 유통 업체 홀푸즈를 인수하며 식품 유통 업계에서 발을 넓히자 관련 업계는 무인시스템 도입을 서둘렀다.

미국 최대 수퍼마켓 체인인 ‘크로거’는 소비자들이 직접 스캐너를 들고 계산하고 나가는 ‘스캔, 백, 고(Scan, Bag, Go) 프로그램’을 전국 매장에 확대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장차 고객의 휴대폰과 연동할 수 있는 디지털 선반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월마트는 새로운 월마트 앱을 출시했다. 무인 계산대에서 상품을 스캔하면 바로 결제되고 영수증도 저장되는 월마트 페이 기능을 비롯해, 매장 내에서 상품을 찾고 상품평까지 볼 수 있는 검색기능 등이 포함돼 있다. 월마트는 1년여 전 아마존의 경쟁사인 젯닷컴을 인수했고, 크로거는 중국 최대의 온라인 쇼핑 업체 알리바바와 업무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유통업을 넘어 미국 내 여행·호텔·식당 등 접객서비스 관련 업계는 머지않아 아마존고와 같은 무인 자동결제 기술이 업계 전반에 적용될 것으로 내다본다. 앱으로 숙소를 예약해 별도의 체크인 없이 호텔방 문에서 스캔해 들어가고, 체크아웃 시에도 호텔을 나서면서 숙박료는 물론 레스토랑, 객실 미니바, 룸서비스 등 이용금액이 자동으로 청구되는 시스템이다. 호텔여행업 전문 마케팅 업체 ‘퍼즐파트너’의 앨런 영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자동결제 시스템이 도입되면 서비스 종사자의 역할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고 개장 후 현지 언론들은 미국 내 350만 명(2016년 기준), 그중 90만 명을 차지하는 식료품매장 계산원의 실직이 우려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인구 감소로 인력난이 심각한 일본의 편의점·물류 업계는 무인 시스템 가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세븐일레븐·패밀리마트·로손·미니스톱·뉴데이즈 등 일본 5대 편의점은 지난해 4월, 2025년까지 일본 전역의 모든 점포에 무인 계산대를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일본 경제산업성과 편의점 5개사는 이를 위해 ‘편의점 전자태그 1000억장 선언’을 공동 발표하기도 했다. 무인 계산대 시스템은 소비자가 여러 상품이 든 바구니를 무인 계산대 위에 올려 놓으면, 계산대가 상품에 부착된 IC(집적회로)태그를 읽어 한번에 계산해주는 방식이다.

일본 편의점, 심야 무인계산 점포 운영


이에 앞서 업계는 심야 무인계산 점포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로손은 올 초부터 도쿄 내 3곳에서 심야시간 무인계산 점포를 시험 운영 중이다. 모든 상품에 전자태그를 부착해 바구니에 물건을 담기만 하면 별도의 계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다. 로손은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이나 로봇·빅데이터를 활용해 24시간 영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대금 지불을 자동화하는 새 기술 적용 확대 계획을 밝혔다. 당장 내년부터 스마트폰을 활용해 스스로 모바일 결제를 하는 서비스를 도입, 손님이 적은 오전 0~5시 계산 작업을 무인화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곧바로 완전 무인화된 점포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점원이 상주해 계산이나 손님 응대를 제외한 진열·청소 작업을 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직원이 카운터에 없는 심야 시간에는 담배와 술을 판매하지 않고, 방범카메라를 증설해 도난 예방대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2위인 패밀리마트는 일부 지역에 한정해 24시간 영업을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달리 세븐일레븐은 심야 영업 방식 변경에 아직 신중하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24시간 영업을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다”라며 “다만 인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뿐만 아니라 외식 업계도 일손 부족이 심각해짐에 따라 대형 패밀리레스토랑인 로얄홀딩스가 지난해 카운터 종업원을 두지 않고 신용카드로 고객이 직접 계산하는 지점을 처음 오픈했다. 이 레스토랑은 요리 과정에도 사람의 손이 최대한 미치지 않도록 하는 반자동 조리시스템을 적용해 종업원 고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일본 물류 업계에서도 무인 자율주행차량을 도입해 ‘무인’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 최대 택배사 야마토 운수는 지난해 4월부터 IT기업 DeNA와 손잡고 무인자율주행차량인 ‘로보네코야마토’ 3대를 도입했다. 로보네코 야마토는 이른바 ‘달리는 택배 로커’로 차 안에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열리는 로커를 실고 이용자가 있는 곳까지 달린다. 이용자가 미리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배달 희망 장소와 시간·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로보네코야마토가 도착하면, 비밀번호를 입력해 택배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현재는 시범 운행 단계로 운전석에 사람이 타지만, 앞으로는 무인 자율주행차량을 통한 전체 무인 배달을 목표로 한다.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유통산업 큰손들도 무인편의점 투자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중국 전역에 시범 운영중인 무인 편의점 브랜드는 20여 개가 넘는다. 아마존이 미국 내 무인 매장인 ‘아마존고’를 선보인게 기폭제가 됐다. 지난해 6월 상하이에 들어선 ‘빙고박스’는 세계 최초의 24시간 전자동 무인 편의점이다. 빙고박스는 향후 1년 간 산하 브랜드 무인 편의점을 5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중국 최대 식품회사 중 하나인 ‘와하하’는 무인 편의점 ‘테이크고’ 설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무인 편의점에 투자하려는 벤처캐피털 자금도 몰리고 있다. 빙고박스와 샤오마이편의점은 각각 1억3000만 위안(약 226억원), 1억2500만 위안(약 218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7월 항저우 국제 엑스포센터에서 개최한 페스티벌에서 무인 커피숍 ‘타오카페’를 선보이기도 했다. 카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QR코드를 스캔해 매장 출입 허가를 받으면 된다. 이용 환경은 ‘아마존고’와 유사하다. 고객이 음료를 주문하면 자동시각과 안면 감지기가 고객의 얼굴을 인식, 스크린에 고객 사진과 함께 대기 시간이 표시된다. 음료 외 상품은 결제 게이트를 통과할 때 알리페이를 통해 자동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중국 가전 유통 업체 ‘쑤닝’은 지난해 중국 최초로 ‘스포츠 뷰’라는 스포츠용품 무인 매장을 개장했다. 온라인 전문 업체가 아닌 오프라인 중심의 전통 유통 업체가 무인 매장을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매장을 이용하려면 쑤닝 앱에 미리 계좌정보와 얼굴을 등록해야 한다. 안면인식을 통해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필요한 상품을 쇼핑한 후 계산대를 걸어나가면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가 고객과 상품을 자동으로 인식한다. 비용은 쑤닝 앱에 등록된 계좌에서 자동으로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이 업체는 고객들의 구매 이력이나 동선 등 누적된 빅데이터를 이용해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쑤닝은 스포츠용품 매장뿐 아니라 가전·식품 매장 등으로 무인 매장을 추가 개설할 계획이다.

1454호 (20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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