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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그룹 3040 오너경영인은 지금] 인공지능(구광모)·로봇(정기선)·태양광(김동관)으로 ‘미래 경영’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LG·현대중공업·한화그룹 등 신성장동력 물색 … 정의선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에 사활

▎최근 경영 전면에 부상한 주요 그룹 3040 오너 경영인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세대교체’. 최근 10대 그룹의 가장 뚜렷한 경영 변화를 네 글자로 표현하면 이렇다. 부친의 뒤를 잇고자 경영수업을 받던 30~40대(3040) 젊은 오너경영인들이 전면에 부상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재계 4위 LG그룹이 대표적이다. LG그룹은 총수였던 구본무 회장이 지난 5월에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만 40세의 구광모 전 LG전자 상무가 6월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돼 새 리더가 됐다. 구광모 회장은 원래 구본무 회장의 조카였다. 그러나 구본무 전 회장이 그룹의 장자 승계 전통을 지키기 위해 지난 2004년 양자(養子)로 입적했다. 취임 후 한동안 외부 일정 없이 정중동의 날들을 보냈던 구광모 회장은 9월에 그룹 내 8개 계열사 연구·개발(R&D) 인력 1만 7000여 명이 모인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 총수로서 첫 현장 행보에 나섰다.

투명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등 그룹의 미래자산들을 보고 임직원들을 격려한 구 회장은 “미래 성장 분야의 기술 트렌드를 빨리 읽고, 사업화에 필요한 핵심 기술 개발로 연결할 조직과 인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가 그룹 내의 첫 공식 행선지로 이곳을 택하면서 그룹 안팎에선 “R&D에 역점을 두고 젊은 총수답게 미래지향적 사업을 펼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구 회장은 유학 시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 두 곳에 몸담았던 경험이 있다.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AI와 같은 미래 먹거리 개척에 힘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 LG그룹은 올 들어 LG전자 5개 계열사가 출자한 펀드를 운용하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라는 투자전문 회사를 미국에 설립해, 신사업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 스타트업 발굴·인수와 인재 영입을 추진 중이다.

부진한 디스플레이·스마트폰 사업 정상화 숙제

다만 최근 구 회장 앞에 주어진 과제가 만만찮다. 우선 가격 경쟁력과 물량 공세를 앞세운 중국에 밀려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크게 고전 중인 계열사 LG디스플레이(LGD)가 걱정거리다. 증권가에 따르면 LGD는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에서의 실적 악화 등으로 올해 3700억원가량의 영업적자가 발생할 전망이다(지난해는 2조4616억원의 영업이익 기록). 이에 회사 설립 후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생산직의 희망퇴직 절차를 진행 중이다. 5년차 이상 직원을 신청 대상으로 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일차적으로는 한상범 LGD 부회장이 이런 ‘비상 경영’을 이끌고 있지만, 결국 총수인 구 회장이 어떤 리더십으로 경영 정상화를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015년 2분기 이후 만성 적자로 그룹에 깊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는 일도 구 회장이 마주한 핵심 과제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결과 재계 순위가 10위(자산총액 기준)로 내려간 현대중공업그룹도 세대교체로 관심을 모은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만 36세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주인공이다. 지난해 11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올해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섰다. 그는 현대중공업 내에선 수주를 총괄하는 선박해양영업부문장을, 현대중공업 계열사 중에선 엔지니어링 서비스 사업을 하는 현대글로벌 서비스 대표를 맡으면서 그룹 전반의 경쟁력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전문 경영인인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핵심 리더로서 그룹을 이끄는 한편, 정 부사장의 경영에도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글로벌 업황이 침체된 그룹의 본업인 조선업에서 조금 눈을 돌려 차세대 먹거리를 개척하는 데 특히 주목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로봇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984년 현대중공업 내에 로봇사업팀을 두고 로봇 사업을 시작, 2016년 국내 최초 산업용 로봇 생산량 4만대를 돌파할 만큼 일찌감치 부업에도 힘썼다.

지금은 사업지주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가 로봇 제조에 매진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까지 맡아 로봇 사업에서 리더십을 펼치고 있다. 올 5월 현대중공업지주는 정 부사장의 진두지휘 하에 글로벌 로봇 기업인 독일의 쿠카그룹과 전략적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2021년까지 다양한 산업용 로봇 6000대를 수출하기로 합의했다. 그룹 관계자는 “쿠카와의 협력은 기존에 현대중공업지주가 생산하지 않았던 종류의 로봇을 개발하고 새로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이뿐 아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9월 중국의 로봇 기업 하궁즈넝(哈工智能)과 산업용 로봇 합자회사를 설립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연간 최대 2만대의 산업용 로봇을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한 로봇으로는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서비스 로봇 분야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5월에 국내 최대 포털 기업 네이버의 R&D전문회사, 네이버랩스와 서비스 로봇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해 지금도 개발이 한창이다. 정 부사장이 주목한 또 다른 신사업 분야는 의료다. 그는 현대중공업지주가 9월 카카오인베스트먼트(카카오의 투자전문회사)와 아산병원과 공동으로 의료빅데이터 전문회사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자리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나란히 등장했다.

이종업계 협력 강화해 새 시장 개척 승부수

이 밖에 재계 8위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건재한 가운데 만 36세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 전무는 2010년 그룹 입사 후 그룹의 핵심 신사업 분야로 낙점된 태양광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2011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을 맡으면서 태양광에 입문한 김 전무는 이후 한화 큐셀 전략마케팅실장,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 영업담당실장을 각각 맡아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한화큐셀은 2011년부터 2015년 1분기까지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이후 반등, 흑자 행진을 이었다. 한화큐셀의 지난해 매출은 21억8890만 달러(약 2조4724억원), 영업이익은 2560만 달러(약 289억원)였다. 김승연 회장은 8월 그룹 홍보실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태양광 사업에 총 9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장남에게 힘을 실어줬다.

한편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도 만 49세인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이 부친인 정몽구 회장을 보좌하면서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내수 불황에다 글로벌 수출 환경까지 나빠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 부회장은 “현대차를 일반적인 제조사가 아닌 ‘스마트 모빌리티(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등)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 빅데이터 등 관련 분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을 선제 개척해 세계 자동차 산업 변혁에 대응하면서 트렌드 선도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1455호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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