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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경기 좋은 상태에서 금리 오르는 국면지금은 어떤 국면일까? 미국은 세 번째 국면에 본격 진입하고 있는 것 같다. 2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4.0%(전분기 연율)를 기록했다. 고용 호전에 따른 소비 증가와 설비투자 확대로 ‘고성장-낮은 실업-저물가’라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시행된 감세정책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어 정책 효과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긴축도 강화되고 있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가 아직 중립 수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중립 수준을 넘길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당분간 금리 인상을 이어갈 계획임을 밝힌 것이다. 이 영향으로 미국의 시장금리가 2014년 기록했던 고점과 연초 이후 유지해 온 3.1%를 넘어 3.2%까지 상승했다. 연준의 자산 재투자 축소도 시간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연말까지 매월 국채 300억 달러, 모기지유동화증권 200억 달러에 해당하는 자산의 매각이 이뤄질 전망이다.경기와 금리의 관계가 세 번째 국면에 들어섰지만 아직 미국 주식시장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지는 않아도 고점 부근에 머물면서 가끔 신고점을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 차례 금리를 올렸음에도 투자자들이 금리의 절대수준이 여전히 낮다고 보고 있는 게 주가가 하락하지 않는 이유인 것 같다.우리는 3국면을 통과해 4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경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성장률 전망이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제는 다수 전망이 2.7%에 맞춰질 정도다. 연초보다 0.3%포인트 내려왔다. 이 전망치도 최근 시행된 재정 정책이 가계소득과 지출 확대에 기여할 거란 가정하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치는 전망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경기 둔화에도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의지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서이지만 선진국의 금융정책이 긴축 쪽으로 흐르는 부분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우리 시장의 반응은 3월과 6월, 9월이 다르다. 3월에는 주가가 금리 인상에 상관없이 움직인 반면 6월과 9월은 인상 직후 크게 하락했다. 특히 9월은 금리 인상이 이뤄진 후 6일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10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우리 시장이 느끼고 있는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이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릴 경우 시장이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종합주가지수가 올해 최고점 대비 10% 넘게 하락했다. 미국과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홍콩과 독일 정도만 비슷한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을 뿐 다른 선진국은 별로 하락하지 않았다. 우리 시장이 경기 둔화와 금리 상승을 동시에 겪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반응이다. 금리 인상이 일회에 그쳐 종합주가지수가 마냥 하락하지는 않겠지만 상승으로 돌아서기도 힘들다. 이미 연말까지 주가의 상하단이 정해졌다.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2250~2400선을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3국면은 소재산업 중 일부 기업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과 건설이나 제조업에서 수주가 감소하는 걸 빼면 기업 실적에 문제 될 게 없는 국면이다. 소비 관련 주식이나 레저, 내수주를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익이 좋긴 하지만 주가가 오르지는 않는다. 현재 발생하는 이익보다 다가올 4국면의 이익 감소가 두렵기 때문이다.지금 우리 상황이 그렇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1%와 44% 늘었다. 대단히 높은 증가율이지만 주가는 이익이 발표되기 전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이익 발표가 끝난 후에도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익이 줄어들면 이익이 좋지 않아서, 이익이 좋으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이익이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2000년 이후 우리 기업 이익이 3년 이상 크게 늘어난 경우가 없다. 대부분 1~2년 간 이익이 급증했다가 다시 감소하거나 정체되는 형태였다. 1999년에 시작된 이익 증가는 2년째인 2000년에 마무리됐고, 2004년 있었던 이익 증가 역시 2007년 들면서 약해졌다. 가장 최근 경우인 2009년 역시 이익 증가가 2011년을 넘지 못했다. 올해에 이익이 늘어나면 증가 햇수가 4년째가 된다. 시장이 발생하는 이익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으려 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3분기 실적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기 힘들 것 같다. 주가가 하락하지 않도록 막는 요인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미래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현재 나오는 수치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이익 증가가 주가에 큰 영향 미치지 못해3, 4국면의 특징적인 주식 중 또 하나가 중소형주다.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주식시장의 중심 축이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바뀐다. 성장성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들은 주가가 오를 때나 하락할 때 모두 극심한 변동성을 겪는다. 지금은 바이오와 엔터테인먼트 주식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바이오는 1월에 고점을 기록한 후 8월까지 하락했다. 그리고 9월에 다시 강하게 상승했다. 2차 상승이 시작된 건데 추석을 전후한 시점까지 오름세가 이어졌다. 앞으로 바이오 주식이 어떻게 될 건가는 10월 시작된 2차 반락이 어떤 수준에 서 멈추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2차 하락이 8월에 기록했던 저점을 깨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될 경우 앞으로 바이오 주가는 박스권 내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고 주가가 1차 저점 이하로 떨어지면 하락 추세로의 전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똑같은 성장주이지만 엔터테인먼트 주식은 바이오와 다른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는 상승 재료였던 신약 개발이 아직 현실화되지 못한 반면, 엔터테인먼트 주식은 ‘방탄소년단(BTS)’ 등을 통해 타당성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같은 성장주라도 기대의 실현 정도에 따라 다른 모습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