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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의 경제적 파장은] 트럼프 통상정책 더욱 강경해질 가능성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2020년 대선에서 유리한 지형 확보 전략…중국뿐 아니라 일본과도 대립각 세울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6일(현지시간) 열린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 사진:연합뉴스
11월 6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중간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공화당이 상원을 차지하고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했다. 이번 중간선거는 임기가 2년인 하원의원 435명 전원과 임기가 6년인 상원의원 100명 중 3분의 1에 보궐선거를 합친 35명을 뽑았다.

중간선거 결과 기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던 트럼프의 공화당은 상원에서 기존보다 3석을 더 차지해 54석을 확보했으며, 하원은 241석에서 35석을 잃고 206석을 차지하는 데 그쳐 과반을 잃었다. 이에 따라 여당인 공화당과 야당인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양분하는 형국이 됐다.

상원 장악해 실보다 득 많아


하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승리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상원에서 의석을 늘리면서 과반을 계속 유지하는 데 만족감을 보였다. 트럼프의 말에는 상당한 일리가 있다. 사실 연방제 국가인 미국의 의회는 상원이 하원보다 우위에 있다. 인구 비례로 설정한 지역구에서 뽑는 하원의원보다 각 주에서 2명씩 선출하는 상원의원이 법률과 예산에 대한 실질적인 의회 권력을 행사는 시스템이다. 이에 따라 하원에서 과반수를 잃었지만 상원에서는 더욱 확고한 과반수를 다진 이번 선거 결과는 트럼프에게 그리 불리할 것도 없다.

게다가 미국 중간선거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번 결과는 트럼프에게 사실상 승리나 마찬가지다. 1910년 이후 이번까지 지난 108년 동안 28차례 치른 미국 중간선거에서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 상원 의석을 늘린 경우는 7차례 밖에 없다. 우드로 윌슨의 첫 집권 때인 1914년(50→53석),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첫 집권 때인 1934년(60→69석), 존 F 케네디의 1962년(64→68석), 린든 존슨의 1966년(67→64석), 리처드 닉슨의 1970년(43→45석), 조지 W 부시의 2002년(49→51석)에 트럼프의 이번 중간선거까지 포함된다.

미국인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국 대통령’ 순위에서 항상 최상위에 올려놓는 로널드 레이건도 1982년 첫 중간선거에선 기존의 54석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1986년 두 번째 중간선거에선 53석에서 45석으로 8석이나 줄어들면서 과반도 잃었다. 이뿐만 아니다. 뉴딜 정책으로 대공황을 극복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승전으로 이끈 프랭클린 루스벨트도 임기 중 치른 여섯 차례의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모두에서 의석을 잃었다.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의석을 늘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루스벨트는 임기 중 소속 정당인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과반을 차지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었다.

루스벨트 외에 임기 중 소속 정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대통령은 단선으로 끝난 민주당의 존 F 케네디, 린든 존슨, 지미 카터, 그리고 공화당의 워렌 하딩, 캘빈 쿨리지뿐이다. 소석 정당의 의회 장악이 대통령의 재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미 국민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중간 선거에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야당에 힘을 실어줬었다는 의미도 된다. 어차피 미국 대통령은 임기 중 야당과 대화하고 협력하며 협상하며 국정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미국 중간선거의 역사다.

다만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예산권과 법률 제정권, 그리고 행정부 관리 소환권을 적극 활용해 트럼프 행정부를 애먹이거나 정책의 집행과정을 꼬치꼬치 따지며 강도 높게 견제할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공화당이 하원 주도권을 잃었다고 해서 트럼프가 경제나 통상정책, 대북이나 대나토 정책을 비롯한 외교안보 분야의 정책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했다고 해서 행정부의 큰 흐름을 돌리거나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의회 권한이 더욱 막강한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은 어차피 대통령 중심제이기 때문에 백악관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하다. 트럼프가 기존의 정책이나 태도, 말투를 고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통상 문제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민주당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미국 공화당은 비교적 자유무역주의를, 민주당은 보호무역주의에 무게를 두는 편이었다. 하지만 공화당의 트럼프가 오히려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면서 인기몰이를 해왔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미국 중서부와 북서부의 쇠락한 중공업·제조업 중심의 공업지대인 러스크밸리의 실업자들과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어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원동력의 하나가 됐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통적인 정책 차이를 비교하면서 트럼프가 주장하거나 펼쳐온 정책을 살피면 그의 위상이 드러난다. 미국 민주당 주류는 ‘사회 자유주의’를 신봉한다. 사회정의를 강조하고 공동체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지향하면서 시장경제와 정치적·사회적 자유의 확대를 주장한다. 정부가 보건·교육·빈곤 등 사회·경제적 과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민주당의 이런 경향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 사회의 양극화 경향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정부의 개입 확대와 큰 정부를 지지한다. 특히 전통적인 미국의 제조업 쇠락 원인이 민주당 정부에서 추진해온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주장이 유권자 사이에서 먹히면서 민주당은 보호무역주의 입장을 더욱 강조하는 분위기다.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도 보호무역주의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공약했다.

공화당의 지향점과 다른 보호무역 내세워


이와 달리 미국 공화당은 보수주의를 신봉한다. 전통과 도덕성 유지를 강조하고 가족 가치 유지와 보수적인 체제가 사회적인 안정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경제적 자유주의를 추구하고 자유무역을 신봉한다. 국가의 권력과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무역에서도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자유무역에 가까운 주장을 해왔다. 이는 국가가 무역에 대한 간섭을 확대하는 보호무역주의는 지지하지 않는 것이다. 보호무역주의는 인위적인 시장 개입이라고 비판해왔다.

그럼에도 공화당 소속의 트럼프는 후보 시절부터 공화당의 지향점과 다른 보호무역주의를 외쳤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시장 기능을 무시한 채 사양산업에 대한 보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것이 제조업 노동자층의 강력한 지지로 이어지면서 공화당의 시각도 차츰 변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처음에는 이에 우려를 표시했지만 당의 득표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이를 방치했다. 보호무역주의는 공화당이 아닌 트럼프의 상품인 셈이다.

지금 상황이라면 보호무역주의를 통한 제조업 분야 일자리 확대 정책은 트럼프의 공화당이나 야당인 민주당이나 별 차이가 없는 셈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노조를 지지기반으로 삼아왔다. 이에 따라 표밭이자 정치적 지원자인 노조의 입장을 감안할 경우 민주당도 통상 문제에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결과적으로 양당의 통상정책 기조는 동일하지만 강약 정도는 서로 타협해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트럼프가 취임 후 지금까지 의회와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법률이 아닌 행정명령으로 통상정책을 이끌어왔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것만으로는 트럼프의 강력한 보호부역정책을 수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대통령 행정명령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조사를 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유럽산 철강이나 중국산 제품 상당수에 대해 부과해온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것이 이전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트럼프의 정책을 바꿀 수는 없어도 트럼프를 정치적으로 괴롭힐 수는 있다는 이야기다. 2년 후 재선에 도전할 트럼프로서는 중요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일방주의적 태도는 다소 누그러질 수도


▎아베 총리(오른쪽)가 11월 8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제베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을 만났다. / 사진:연합뉴스
트럼프가 마구 바꾸고 있는 각종 자유무역협정은 반드시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이 분야에서만큼은 하원을 장악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의 일방주의적 태도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더욱 강화될 조짐이다. 일본의 아사히신문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중간선거 이후에도 기존의 보호무역을 강조하는 통상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문은 11월 8일 트럼프가 경기 악화와 이로 인한 여론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통상 분야에서 더욱 강경한 정책을 내세울 가능성을 우려했다.

마이니치신문은 2년 앞으로 다가온 2020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시적인 성과를 유권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통상정책에서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오는 11월 13일 일본 방문이 예정된 마이크펜스 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의 중간선거 이후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발언을 쏟아낼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일본은 내년 초로 예정된 미·일 통상협정 협상 개시에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그리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다. 아울러 미·중 갈등 양상이 세계 경제, 특히 동아시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일단 아베 일본 총리는 11월 9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도 공고한 미·일 동맹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보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중간선거에서 상원 등에서 건투한 것을 축하했다”고 말했다. 아베의 덕담에 트럼프는 감사의 뜻을 표하고 “계속해서 협력해 나가자”는 답변을 했다고 스가 장관이 전했다. 지극히 의례적인 대화에 불과하다. 양국 정상은 통상 문제와 북한 비핵화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양 정상은 긴밀하게 연대해 대응한다는 기존 원칙을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스가 장관은 통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뭔가 답답한 게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는 이미 중간선거 직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대미 자동차 수출로 이익을 많이 내고 있다고 지적하며 “(일본이) 미국을 공정하게 대하지 않는다”라고 불만을 터뜨린 적이 있다. 이에 따라 중간선거를 마친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 대한 본격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는 앞으로 양국 통상문제의 난항을 예고하는 징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가 무역 분쟁이나 남중국해 군사 대치를 강화하는 대중 강경책을 앞세우는 것은 물론 일본과도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까지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의 요구를 그런대로 받아들이며 개인적으로 가까워지려고 애썼지만 내년에는 지방선거와 참의원 선거 등 중요 정치 일정이 있어 미국의 강경책을 받아들일 경우 정치적인 부담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베는 오랜 숙원인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만들기 위한 개헌에 더욱 박차를 가하려면 내년 참의원 선거 등에서의 승리가 절실하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통상압박에 지나치게 유연하게 대응할 경우 국내에서 정치적 역풍이 불어올 가능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베가 트럼프와 다소 각을 세우면서라도 국내 정치의 입지를 가능성을 예상하는 이유다. 물론 아베 입장에선 통상 압력도 어느 정도 막아내고, 국내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에도 택일을 요구 받는다면 국내 정치를 선택하고 트럼프와 마찰음을 낼 수도 있다.

참의원 선거 앞둔 아베도 강경 대응할 수도

중국과의 무역마찰은 어느 정도 선에서 정리될 가능성도 있으나 트럼프의 압박 기조는 계속될 수 있다. 이제 2020년으로 다가온 다음 대선에서 재선을 노려야 할 처지가 된 트럼프로서는 대중 압박을 통해 국내의 보수적인 유권자와 일자리가 걸린 제조 업체 근로자들의 표를 계속 노려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사이에 낀 한국은 그 사이에서 지혜로운 경제 외교를 강화해야 할 상황이다.

1459호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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