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기조의 일대전환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이 바뀌면서 2기 경제팀의 진용이 확정됐다. 김동연 전 부총리와 장하성 전 실장의 갈등이 표면적 경질 사유가 됐지만 실제적으로는 부진한 경제 성과에 대한 문책도 포함돼 있다. 사실 최근 경제상황은 실로 암울한 수준이다. 단적으로 3분기 국민소득통계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6%, 전년 동기 대비 2.0%를 기록했다. 하마터면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1%대를 기록할 뻔했던 셈이다.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7.7%, 건설투자는 -8.6%를 기록했다. 이러다 보니 건설업종의 성장 기여도는 -0.3%로 나타났다. 건설업이 성장률을 끌어내린 셈이다. 일자리 증가분은 올해 평균치가 9만 명 정도로 예상되는데, 이는 과거 30만 명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심한 수준이다. 건설과 설비투자는 급감하고 일자리 상황은 고용참사라 불릴 정도다.

최근 집값이 주춤하고는 있지만 주택거래는 줄고 분양은 지연되고 있다. 10월 수출은 사실상 전산업 분야에서 감소했고 반도체 가격이 고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통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추락이 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더구나 금융통화정책도 심상치 않다. 경제현실이 이처럼 악화되고 있는데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얼마 전 통계청은 국내 경기가 지난해 2분기에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2분기는 현 정부가 출범한 시점이다. 그러고 보면 새 정부 출범 즉시 경기부양책부터 시행했어야 했던 셈이다. 그러나 부양책은커녕 직전 정부와의 차별화를 외치면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2년 누적 29%의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카드까지 내밀었다. 임금을 올리면 경제성장과 분배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된다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유토피아적 어젠다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 그런 유토피아가 가능했다면 왜 다른 나라들이 화끈하게(?) 임금을 올리지 않았을까. 그러나 정책은 과감하게 시행했고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다. 경기 하락으로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하던 자영업자들이 먼저 철퇴를 맞았다.

최근 통계를 보면 이 부분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10월 단순노무 종사자 숫자는 356만1000명으로 1년 전 대비 9만3000명이 감소했다.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올해 4월 1만9000명, 8월에 5만 명, 9월에 8만4000명이 감소했다. 통계 분류상 단순노무는 이른바 건설현장의 막노동이나 주유, 음식배달 등 보조 업무 성격의 일자리가 포함된다. 내수 위축에 최저임금 인상이 더해지면서 가장 취약한 일자리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 분야의 종사자들이 대부분 소득이 취약한 계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따로 통계를 거론하지 않아도 소득분포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자영업자 숫자 자체도 감소하고 있다. 10월 통계를 보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0만1000명이나 줄어들었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도 4000명 줄어들었다. 정부는 최근까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늘어난다는 통계를 인용하면서 고용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이마저 감소하고 있다.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2기 경제팀에게 주어진 과제는 실로 막중하다. 그리고 이런 과제를 해결하려면 ‘유턴과 원톱’ 그리고 ‘친화와 결집’이라는 화두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하던대로 하면 희망이 없으니 과감한 방향전환과 스타일 변화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유턴과 원톱’이 필요하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을 혁신성장정책과 함께 ‘원톱’ 체제를 통해 시행하는 경우 정책에 우선 순위가 부여된다. 혁신성장을 우선하는 경우 이와 상충되는 소득주도성장 관련 정책의 순위가 조정된다. 이렇게 되면 혁신성장을 우선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최근 청와대의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행정부의 ‘늘공(늘 공무원)’을 압박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만한 과제들이 뒤로 밀린다는 이야기가 여러 곳에서 들린다.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되어 혁신성장 중심 경제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청와대는 이를 2선에서 지원하는 식으로 움직인다면 어려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친화와 결집’도 중요한 어젠다이다. 현 정부는 ‘시장친화’ ‘기업친화’와는 거리가 먼 정책을 너무도 많이 내놓았다. 명분 위주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가가 세금으로 뭐든 해결하겠다는 식의 발상이 많았다. 민간이 중심이 되어야 할 부분에도 정부가 나서서 지나친 개입을 하는 정부만능주의가 팽배해진 것이 그동안의 모습이었다. 단적으로 최저임금 상승분의 50%를 정부가 보조하는 정책이 그렇다. 국민혈세로 인상분을 보조할 정도이면 차라리 임금 인상 보류가 맞는 것 아닌가. 자영업자와 기업들에게 힘든 과제를 던지고 이를 세금으로 해결해주겠다는 것은 던지지 말았어야 할 과제를 던진 것이라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나아가 규제 완화와 투자촉진책을 시행해 우리 경제의 다양한 역량을 결집해내는 것도 2기 경제팀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다. ‘친노동’이라는 명분에 치우쳐서 ‘반자본’에 가까운 정책들을 추진하면서 경제 내의 다양한 역량이 결집되기보다는 분산되어 버린 것이 그동안의 모습이다. 공정경제라는 어젠다를 가지고 기업을 압박하는 정책을 거칠게 시행하면서 기업의 역량이 위축되고 투자는 감소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 ‘상유정책(上有政策) 하유대책(下有對策)’이라는 말이 있다. 정부 정책이 거칠게 실시되면 기업들은 당분간 가만히 있자는 식의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 명분도 중요하지만 실리도 중요하다 구체적 성과가 나와야 먹고 살 것 아닌가. 효율과 실리가 땅에 떨어지고 명분만 부각되면 경제는 제대로 굴러가기 힘들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가 정착된 우리 경제에서 효율과 실리를 부정하는 식의 정책이 만연하면 기업 조직의 사기가 떨어지고 원하는 성과는 나오기 힘들다. 노동과 자본의 편을 가르기보다는 이를 통합시키고 결집시켜서 경제 발전을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다.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심각하다.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반제품과 부품이 미국에 완제품으로 가는 상황에서 두 나라 간의 갈등은 자칫하면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대미수출과 대중수출을 모두 악화시킬 수 있는 악재다. 또 신흥국 상황에 대한 배려 없이 미국 연준이 마이웨이 식으로 추진하는 금리 인상도 급격한 자본유출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럽다. 우리 경제는 외환보유액도 많고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서 괜찮다고 하지만 터키·아르헨티나 같은 나라가 힘들어져서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 신흥국 그룹 전체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하기 이르다.

2019년 경제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정책기조의 일대전환이 필요하다. ‘유턴과 원톱’ 그리고 ‘친화와 결집’의 어젠다를 통한 과감한 정책 전환을 이뤄 한국 경제가 발전 궤도에 다시금 안착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1461호 (2018.12.0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