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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로 살펴본 일본 유학의 장·단점] 일본어·네트워크 문제 해결할 지름길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韓 고교, 日 국립대 졸업 후 日 대기업 입사한 최겸씨… “유학생 출신도 일본인과 동일하게 경쟁”

▎일본의 대기업이 모여있는 마루노우치 거리 모습. / 사진:© gettyimagesbank
한국 청년들의 일본 취업이 늘어나면서 일본 유학도 하나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본으로 곧장 취업해 이주하는 청년들이 문화·언어 습득에 들이는 노력을 생각해 보면 일본 유학은 어쩌면 지름길일 수 있다. 10여 년 전 한국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일본에 취업한 A씨는 “유학생 출신 취업자들은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과의 교류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며 “대학을 다니면서 이미 일본 사회와의 접점이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대기업 중에서도 가장 상위권에 속하는 대형 광고회사에 2014년 입사한 최겸씨의 경우가 그렇다. 경기도의 한 외국어고등학교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최겸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일본 유학을 준비했고, 2005년 일본의 명문 국립대인 히토츠바시대학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도쿄대학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최씨는 대학원 재학 중이던 2013년 여름 회사 입사가 내정됐고, 2014년 4월부터 근무하고 있다. 일본 대학은 4월에 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보통 졸업 전년도 여름부터 취업활동을 시작한다. 최씨는 “원래 유학을 가고 싶었고 일본어 전공이라서 일본을 택했다”며 “학부에 다닐 때는 교수가 되고 싶었지만, 석사 2학년 때 박사 진학 심사를 앞두고 문과 박사 진학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하다가 취업을 하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요즘은 일본 기업들도 외국인 유학생을 따로 뽑겠다는 생각을 시작한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일본 대기업은 유학생들도 일본인 졸업생과 동일한 입사 과정을 거친다. 일본은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거의 일괄적인 ‘신입 졸업예정자 공채’를 한다. 일본 경제인단체 소속 기업들이 이런 제도를 바꾸자는 얘기를 해왔지만 오랫동안 일괄 공채를 했기 때문에 대기업들 공채는 비슷한 시기에 끝난다.”

학비는 한국과 큰 차이 없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유학 지역인 미국과 달리 일본 유학에는 분명한 장점이 존재한다. 가장 큰 건 학비다. 미국에선 유학생 1년 경비가 학비 포함해 1억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본은 국립대의 경우 1년 학비가 500만~600만원 수준이다. 사립대의 1년 학비 상한선도 120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특히 장학금 제도가 상당히 잘 돼 있기 때문에 실제로 들어가는 비용은 더 적다. 대학교육연구소(KHEI)가 2017년 11월 펴낸 한국 대학의 등록금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사립 일반대학 연간 평균 등록금은 740만원, 국립 일반대학은 422만원이다. 2013년과 비교해 사립 일반대는 4만원, 국립 일반대는 2만원 인상됐다. 일본 문부과학성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일본 대학의 연간 학비는 국·공립대가 평균 53만5800엔(약 535만원), 사립대가 평균 86만4400엔(약 864만원)이었다. 최겸씨는 “한국인 유학생들은 일본 문부과학성이 주는 정부 장학금도 많이 받고, 한국 정부와 공동장학생 제도도 많이 활용한다”며 “그 외에도 일본학생지원기구인 JASSO가 지급하는 장학금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 계열 장학금을 받는 국·공립대 재학 유학생은 학비가 무료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다. 최씨도 “만약 학비를 지원받고 아르바이트도 한다면 서울에서 생활하는 것과 비용 면에서 큰 차이가 안 난다”고 설명했다. 최겸씨와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나눠봤다.

정말 야근이 많은 것 같다. 회사 생활에 만족하나?

“만족한다. 최근에는 좋아지고 있지만 원래 우리 회사가 노동 강도가 세기로 유명하다. 사내 분위기도 군대와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나는 군필자라서 크게 어려움은 없다. 일본 기업들은 신입사원의 잠재력을 보고 뽑는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신입사원 연수에 공을 많이 들인다. 1~2개월 동안 비용을 많이 들여서 신입 공통연수를 한다. 나머지는 ‘직장 내 훈련(OJT, On the Job Training)’이다. 임금 상승 곡선은 한국과 다르다. 일본 대기업들은 평균적으로 연차가 적을 때는 한국 대기업보다 적게 준다. 대기업 대졸 초임이 월 200~250만원 정도다. 다만 상승률이 크다. 5년차가 되면 5500~6000만원 정도가 평균이다.”

취업 과정이나 회사 생활에서 외국인 취업자에 대한 차별은 없나?

“일본어 실력이 일본인과 같은 수준이라면, 명시적인 차별은 없다고 100% 장담한다. 일본 기업에 취직하는 유학생 출신은 대부분 일본어에 큰 문제가 없다. 일본에서 취업하려면 적어도 학부나 석사를 여기서 하는 걸 강력하게 추천한다. 우선 일본어 구사 능력이 크게 향상되고, 일본 생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또 일본 취업제도상 일괄적으로 취업을 하기 때문에 공채시기를 놓치면 취업이 힘들 수 있다.”

“일본어 실력 갖추면 차별 대우 없어”

일본 취업을 할 때 유학 경험은 어떻게 작용하나?

“유학은 목표 설정을 어떻게 하는가가 중요하다. 가끔 일본 생활이 맞지 않아서 한국으로 귀국하는 경우도 있고, 처음부터 취업을 목표로 학부 유학을 오는 경우도 많다. 한국에서 취업이 잘 안 된다는 것도 분명 영향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세대에 따라 상황이 다른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2003년 이전에는 한국에서 학부를 마치고 오는 경우가 많았고, 학업을 마치고 귀국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나처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학부로 유학온 친구들이 많다. 학부를 일본에서 나오면 일본 친구들과 나이 차이도 없어서 취업에서 불리한 게 적다. 주위 친구들을 보면 자신이 일본에서 생활하기에 문제가 없는데, 굳이 가성비가 안 좋은 한국 구직활동을 해야 하냐는 고민을 한다. 일본 대학을 졸업한 유학생들이 현지 취업에 많이 나서기 시작한 건 2011년 이후다. 개인적으로 나는 일본 생활에 잘 맞았다. 일본에서 사회적인 관계가 갖춰지고, 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취직해서 계속 일본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 한국인 직원이 많은가?

“본사 임·직원만 약 7000명이다. 한국인은 10명 정도다. 도쿄대가 2명이고, 대부분 명문대 출신이다. 우리는 서비스업이지만 제조 업체에는 한국인 사원 비율이 더 높다고 들었다.”

일본이 정책적으로 외국인 인재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평가하기에는 아직 애매한 부분이 있다. 일본 기업이 외국 인재를 뽑으려고 하는 것 자체가 실제로는 모순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인재로 포장해서 채용하지만 실상은 다른 면이 있다. 일본 대기업에 외국인 인재가 입사해도 현장에서 부서장·팀원들은 이들이 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기보단 일본인과 똑같은 실적을 내길 바란다. 위화감 없이 사내 문화에 녹아 들기를 바라는 거다. 일본에서 대학이나 대학원을 나온 경우는 문제될 게 없다. 원래 학교에서도 그랬고 현지 문화에 녹아 드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대학을 나왔다거나 혹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보여주면서 업무상 강점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반응이 있을 수도 있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일반적인 일본의 상장사 연봉은 한국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일본이 약간 높은 정도다. 다만, 일부 투자은행이나 컨설팅회사 등 외국계 글로벌 기업을 제외하고도, 평균 연봉 수준이 1억원이 넘는 일본 기업이 50곳은 된다. 입사 10년도 안돼 연봉 1억원을 넘길 수 있는 회사가 한국보다는 많다. 일본인 구직자들도 한국 유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이런 곳을 1지망으로 노린다. 이런 곳에서 명문대를 나온 친구들의 경우 5~6년 차에서 연봉 1억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런 연봉 차이가 있기 때문에 유학생들이 느끼는 한국 취업의 메리트가 더 떨어지는 것 같다.”

[박스기사] 일본 대학으로 유학가려면? | 국공립대는 1월 대학입시센터시험 필수

일본 대학은 국립·공립·사립으로 나뉜다. 의학·치의학·수의학은 6년제이고, 나머지는 4년제다. 대학원은 2년 과정이 대부분이다. 박사과정은 5년인데 대부분 전기과정 2년과 후기과정 3년으로 구분된다. 일부 대학원은 5년 일괄제 박사과정과 후기 3년 과정만 둔다. 이 외에도 2년제나 3년제의 단기대학이 있다. 가정계·인문계·교육계 등이 과반수를 차지한다. 전수학교는 직업교육이나 실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져서 취업률이 높은 편이다. 전수학교를 졸업하면 ‘전문사’를 받는다. 고등전문학교는 중학교 졸업자를 대상으로 하며 5년제다. 직업 능력을 육성하는 게 목적이다.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일본 대학에 진학하려면 먼저 해당 국가에서 12년 간의 교육 과정을 수료한 것을 증명해야 한다. 대학원은 중등교육(고등학교 이하)과 고등교육(대학)을 16년 간 받고 수료해야 한다. 일본 대학 수업은 전기(4월~9월)와 후기(10월~다음 해 3월)의 2학기제다. 일반적으로 4월에 입학하지만 10월 입학을 인정하는 대학도 있다. 방학은 여름(7월 하순~8월 하순), 겨울(12월 하순~1월 초순), 봄(2월 하순~4월 초순) 3번이다. 입학 허가는 해당 학교로부터 따로 받아야 한다. 국·공립대학 학부 지원자는 한국의 수능과 같은 시험을 필수로 봐야 하고, 사립대의 경우는 대부분 자체 시험을 본다. 시험은 지원한 대학에서 치른다. 일본판 수능은 ‘대학입시센터시험’이다. 독립 행정법인인 대학입시센터가 6개 교과 32과목에서 문제를 출제해 1월 중순 시행한다. 과목은 자신이 지원한 전공과 관련된 것을 사전에 지정해야 한다. 다만 이 성적을 입시에 어느 정도 반영하는지는 대학의 자유다.

[박스기사] 일본 정부 국비유학 프로그램은? | 매월 120~150만원 생활비까지 지급

일본의 국비 외국인 유학생 프로그램은 연구 유학생, 교원연수 유학생, 학부 유학생, 일본어 및 일본문화 연수 유학생, 고등전문학교 유학생, 전수학교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학부 유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7~25세 미만이면 장학금을 받을 자격이 된다. 기간은 5년. 해마다 세계 100개 나라에서 총 460명을 뽑아 등록금을 제외하고 생활비로만 매월 12만엔(약 120만원)을 지급한다. 국립대는 수업료가 무료고 사립대는 일부 지원한다. 일본 정부가 왕복 항공권까지 제공한다. 대학원 유학생인 연구 유학생은 세계에서 4042명을 뽑아 2년 동안 매월 생활비로 14만8000엔(148만원)을 지급한다.

1464호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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