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10년 끊긴 NK세포 유산 잇는 최순호 휴먼셀바이오 대표] “NK세포는 수보다 질이 더 중요” 

 

환자 개개인 맞는 항원제 배양도 치료 행위 금지한 규제가 가장 큰 리스크

▎최순호 휴먼셀바이오 대표 겸 연구소장은 면역치료는 단순히 NK세포 수를 늘리기보다는 건강한 세포를 잘 배양하는 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사진:휴먼셀바이오
같은 암에 걸렸는데 왜 어떤 이는 살고, 어떤 이는 죽을까. 면역·체력 등 개개인의 유전 형질에 따라 암을 극복할 수도, 굴복 당할 수도 있다고 의료계는 보고 있다. 이에 미국·일본 등 의료 선진국에서는 면역력을 담당하는 환자의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 NK세포)’를 배양해 암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NK세포란 백혈구의 일종으로 체내로 침투한 바이러스 등 악성 세포를 파괴하는 면역세포다. 본래 환자가 가지고 있는 세포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암 등 여러 질환을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NK세포 치료 기술의 핵심은 배양이다. 일반적으로 혈액 20ml에서 적혈구 등을 제외하고 얻을 수 있는 면역세포 수는 100만셀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배양해도 T세포만 늘어날 뿐, 증식 속도가 정해져 있는 NK세포는 잘 늘어나지 않는다.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양의 건강한 NK세포를 배양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이 강한 면역자극을 통해 NK세포를 활성화시켜 증식 속도를 높이는 기술을 내놓는 등 여러 배양 기술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0년 전후로 NK세포를 이용한 면역치료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기업 오너들의 횡령 등 범죄 행위가 잇따랐고, 정부가 NK세포를 통한 치료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사실상 기술 개발의 대가 끊겼다. 국내 환자들이 일본으로 NK세포 원정 치료를 떠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 NK세포 배양 기술의 명맥을 잇겠다는 바이오 벤처기업이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일본 등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기술 수출을 일군 기업이 등장하며 한국의 기술력이 다시 조명 받고 있어서다. 바이오 벤처회사인 휴먼셀바이오 최순호 대표를 만나 NK세포 배양 기술의 현황과 전망 등을 들어봤다. 연세대 노화과학 박사 출신인 최 대표는 현재 휴먼셀바이오의 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다.

과거 NK세포 치료법의 효능 논란이 있었다. 실제 효과는 입증됐나.

“환자의 면역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해 다시 환자에게 넣어줘 자가치료를 위한 면역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많은 수의 면역세포가 암세포와 싸워 이겨 병을 완화시키는 데 응용할 수 있다. 실제 기존 항암 치료 등과 병행해 암 치료에 상당히 진전된 사례가 보고됐다. 과거 엔케이바이오와 이노셀 등이 면역치료로 병원에서 임상 환자를 공개 모집할 수 있는 임상3상 허가를 받은 바 있다.”

치료는 어떤 과정을 거치나.

“일단 암 환자로부터 혈액을 60cc 뽑아 2주 간 세포를 배양, 증식한다. 2주 후쯤 20억셀의 NK세포가 들어있는 세포치료제가 만들어진다. 이를 링거를 통해 환자의 혈액 속에 집어 넣는다. 이 NK세포들이 환자 몸 속을 돌아다니며 질환을 치료한다.”

암세포가 NK세포에 면역력을 가지면 효과가 없지 않나.

“NK세포에 암세포의 면역력을 파괴할 수 있는 안티젠(항원)을 배양하면 된다. 암 세포를 누그러뜨리면서 NK세포만 잘 배양되도록 만드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표적 치료로 특정 암을 치료하기보다는 저항력과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범용 기술을 토대로 임상이 많이 진행될 것이다.”

현재 NK세포를 몇 셀까지 배양할 수 있나.

“10여년 전쯤에는 20억셀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50억셀 이상 배양할 수 있다. 그러나 숫자만 늘린 경우에는 건강한 NK세포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휴먼셀바이오도 50억셀 배양으로 출원을 받았는데 치료를 위해서는 25억~30억셀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배양 원천 세포를 추출하는 시기도 중요한데 가장 건강할 때 미리 추출해 보관하는 것이 좋다. 암 세포와 싸울 병사가 총을 든 정예병이냐, 막대기를 든 약병이냐의 차이인 셈이다.”

면역세포 수가 많으면 효과가 뛰어난가.

“50억셀 이상 배양한 NK세포를 체내에 주입하면 이상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질병 세포를 어떻게 찾아 물리치느냐며, 이를 위한 강군을 육성하는 방법이다.”

젊을수록 NK세포도 건강한가.

“당연하다. 인체가 나이 들고 병 들면 면역세포의 상태도 나빠진다. 사람이 나이 들면 면역력이 떨어지는데, 이는 면역세포의 건강이 나빠지고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셀뱅킹이라는 보험 개념의 면역세포 보관 서비스도 나오고 있다.”

최근 NK세포 배양 회사가 적지 않게 나온다. 차별점은 무엇인가.

“암 환자의 경우 채혈이 어려운 데다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소량의 혈액으로 얼마나 많이 빠르게 배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또 환자마다, 각 질환마다 최적의 배양법을 찾는 것도 차별점이다. 세포와 상태를 잘 유지하는 냉·해동 기술도 회사마다 차이가 있다.”

현재 병원 외 사업자가 NK세포를 이용해 치료하는 것은 불법 아닌가.

“병원에서의 치료 행위 자체도 불법이다. NK세포 연구가 당장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내 대학병원들이 NK세포를 치료에 활용하려고 해도 제약사항이 많아 암 환자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 국내 NK세포 기업·연구소가 장기적으로 연구활동을 못 하는 것도 현금흐름 부족 때문이다.”

NK세포 보관 설비에는 비용이 얼마나 드나.

“줄기세포는 배양하지 않아도 쓸 수 있지만 NK세포는 배양을 위한 보관 설비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비용을 말하긴 어렵지만 셀뱅킹 사업을 하려면 NK세포를 -196도의 질소탱크에 40년 간 보관해야 한다. 휴먼셀바이오도 12월 관련 설비를 완공하며, 보관의 영속성 보장을 위해 대학병원과 세포 공동 보관 및 임상 등을 협의 중이다.”

NK세포 배양을 통한 부대 사업은 무엇인가.

“셀뱅킹을 중심으로 환자가 앞으로 어떤 병에 걸릴지 유전자 검사를 해주거나 보험상품 개발도 가능하다. 추후 가능성 측면에서 건강보조식품이나 미용 분야로도 확대할 수 있다. 휴먼셀바이오의 경우 몽골에는 기술 이전을 마친 상태며 베트남과도 기술이전 협의 중이다.”

휴먼셀바이오의 상장 계획은.

“임상1상이 끝나는 시점부터 기술특례상장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10년 간 끊긴 NK세포 배양 기술의 유산을 이을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20년 간 한우물만 파고 연구했는데, 최근 배양세포 수만을 강조하는 기업이 많아 안타깝다. 단순히 같은 세포로 여러 번 임상한 결과가 기술 진보를 가져올지 의문이다. 소량이라도 여러 조건 속에서 양질의 세포를 키우는 의미 있는 결과가 중요하며 그게 기술의 핵심이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464호 (2018.12.2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