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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의 ‘브라보! 세컨드 라이프’(11) 김복규 경영 컨설턴트] 인생 2막 삶의 에너지는 호기심 

 

여행 많이 다니고 일주일에 평균 책 3권 읽어… 58세에 퇴직 후 16년째 강의·컨설팅

▎사진:지미연 기자
“인생 2막 살이는 1막의 연장선상에서 모색하는 게 좋습니다. 기준은 돈도 명예도 아니고 멋과 재미라야죠. 인생 에필로그가 본편보다 긴 시대엔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고희를 넘긴 경영 컨설턴트 김복규씨는 “2막 무대에서 재미있게 일하다 보면 노후에 쓸 만큼 벌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젊어서 여행을 많이 못하는 건 시간과 돈이 없어서입니다. 지금은 여행을 잘 못하지만 퇴직 후에 많이 다니려면 웬만큼 벌면서 건강을 유지해야 되죠. 가장 바람직한 2막 준비입니다.”

2004년 58세에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정년퇴직한 그는 16년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강의와 경영 컨설팅을 한다. 인생 1막 무대의 앵콜 공연인 셈이다. 한때 고객사가 10여 개 됐었지만 일을 덜 하려 6개사로 줄였다. 자동차 부품, IT, 바이오, 전자 업종의 회사들이다. 이들 가운덴 19년 된 고객도 있다. 중기진흥공단 시절 경영지도사로 맺은 인연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퇴직 당시 그의 직함은 경영정보화 지도실장이었다. 공단 재직 시절 그는 대략 1만개의 회사를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을 했다. 세컨드 라이프를 경영 컨설턴트로 살기 위해 때로는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면 그만두겠다고 인사부에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고 한다.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만두고 나가면 지금보다 더 잘 먹고 잘살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내가 경영지도를 그만두면 국가적 손실 아니냐고 뻥을 쳤어요.” 그랬기에 퇴직 후에도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당시 이민화 대표 시절의 삼성메디슨과 미래산업도 그의 고객사였다. 정문술 당시 미래산업 사장은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를 이만큼 키워준 사람”이라고 그를 소개했다고 한다.

그는 컨설팅이 경영 진단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고객사가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인재난을 겪는 회사엔 헤드헌터사를 통해 필요한 인력을 뽑아 주고 돈이 없는 회사엔 벤처캐피털과 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줍니다. 사업성 검토가 객관적이고 치밀한 벤처캐피털을 끌어들이면 사모펀드가 따라서 들어가죠.” 때로는 고객사에 직접 투자를 하기도 한다. 사업성이 좋은데 투자자가 망설일 때다. 고객사에서는 고문 대접을 받는다.

그의 강의 노하우는 오버헤드 프로젝터, 파워 포인트 등 강의 툴을 적절히 활용하는 한편 목소리의 톤을 조절해 청중의 몰입을 끌어내는 것이다. 임팩트를 연출하는 것이다. 일을 많이 하던 시절엔 공단 재직 시절보다 수입이 많았다고 한다. 하루 컨설팅해주고 신입사원 월급만큼 받기도 했다. 요즘은 어려운 중소기업들에 재능기부를 많이 한다. 월 10일가량 일하는 지금도 그는 인생 1막 시절에 육박할 만큼 번다. 장차 월 6일 분량으로 일을 줄일 생각이다.

오랜 중소기업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중기 오너들에게 “겸손해 지고, 시장 변화를 끊임없이 주시·전망하라”고 조언했다. “중소기업은 오너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너의 갑질은 회사가 망하는 길이죠. 오너는 물론 조직의 중간 간부도 직장 내 갑질을 못하게 막고 안 고쳐지면 내보내야 합니다. 인재는 급여가 아니라 CEO의 평판을 보고 모이죠.”

CEO는 자신의 전공과 취향을 경계해야 한다. 자금이 생기면 기술자 출신은 설비를 사들이고 관리자 출신은 재테크를 하려 든다고 그는 말했다. 일하지 않을 땐 세계의 오지를 찾아 풍경 사진을 찍는다. 연간 200일가량 다니던 출사 여행을 그는 100일로 줄였다. “몇 년 더 지구상의 오지를 찾아 출사를 다니고, 그 후엔 국내를 다닐 겁니다. 그러다 기력이 쇠해지면 전원생활을 하면서 집 주변 풍경을 찍을 생각이에요.”

컨설팅 및 출사 차 중국에 자주 가던 시절 그는 한 중국인 여자 유학생에게서 중국어 회화 과외를 받았다. 중국 신장성 출신으로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이 학생은 외우는 숙제를 내줬는데 숙제를 못 해 가면 자로 손바닥을 때렸다고 한다. “이 선생님이 중국어 과외를 많이 해 봤는데 성과가 잘 안 난다며 못 외우면 10대를 때리겠다고 했습니다. 안 맞으려 나름 열심히 했지만 결국 한 번 맞았죠. 그렇게 한 6개월 배웠는데 지금은 거의 다 까먹었어요.”

그는 자신의 나이가 마흔여섯이라고 주장한다. 1946년생이라서이기도 하지만 평생 40대 중반의 마인드로 살겠다는 다짐이다. 실제로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인다. 외국에 나가면 열다섯 살 아래로도 본다고 말했다. 동티베트로 출사를 갔을 때의 일이다. 석양을 배경으로 양치기 할아버지와 양들을 찍고 싶었다. 역광으로 잡은 양들의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가이드에게 할아버지 포즈의 연출을 부탁했다. 임무를 완수한 가이드가 그에게 “할아버지 아니고, 당신보다 나이가 적다”고 귀띔했다.

“사람들이 실제 내 나이보다 아래로 봅니다. 해외에 나갔을 때 한국 사람들은 젊어 보인다는 걸 과시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젊은 외모는 무엇보다 육식을 하지 못하는 덕이라고 말했다. 나이 마흔에 출장지에서 쇠고기를 잘못 먹은 후 고기를 먹으면 두드러기가 나는 알러지가 생겼다고 했다. 육식을 못하다 보니 영양의 밸런스가 깨져 1년 반량 기력이 떨어졌지만 그 후 다시 회복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채식을 권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동물성 단백질을 거의 섭취하지 못했지만 그런 대로 건강하게 살았습니다. 사실 자연 상태의 초식 동물이 수명이 더 길어요.”

인생 2막을 앞둔 사람들에게 그는 책을 많이 읽고 말은 많이 하지 말라고 권했다. “본래 묵언수행은 침묵을 강요 당하는 게 아니라 수행의 경지가 깊어져 말이 없어지는 거예요. 꾸준히 공부하면 남들이 떠들 때 다 아는 얘기라 사실 할 말도 없습니다.” 일주일에 평균 세 권의 책을 읽는다는 그는 책을 많이 읽다 보면 독서에 요령이 생기고 읽는 속도도 빨라진다고 말했다.

“전진하지 않고 멈춰선 삶은 죽음과 다를 게 없습니다. 팽이채로 쳐야 팽이가 돌 듯 부단히 에너지를 공급해야 사는 거 같이 살 수 있죠. 노후의 삶의 에너지는 호기심입니다. 해외 여행을 하더라도 스스로 자료를 찾아 보지 않고 배우자가 가자고 해 따라나서는 식이면 ‘거기 경치 참 좋더라’하고 끝이에요.” 아는 만큼만 보이고 보이는 만큼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아는 만큼 즐길 수 있어

그에 따르면 부탄어는 우리말과 흡사한 단어가 많고 어순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 윷놀이는 방법은 차이가 있지만 스코틀랜드, 핀란드, 헝가리, 프랑스 사람들도 한다. 호기심을 개발하려면 세상만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스마트폰을 10대만큼 잘 쓴다는 그는 안 쓰는 기능은 있지만 모르는 기능은 없다고 말했다. 각종 기능들이 너무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발진티푸스에 걸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다. 어머니가 온기가 남아 있다고 만류해 목숨을 건진 후 3일 반 만에 깨어났다고 한다. 그때 사후의 세계를 경험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에게 장차 묘비명을 어떻게 새기고 싶은지 물었다. “생사는 여일(如一)합니다.”

1469호 (20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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