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간 국내외 기업 이끈 장수 CEO의 조언…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 필수”
▎사진: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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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벌레에게 얼음을 이야기할 수 없다. 여름이란 시간에 갖혀 겨울의 추위를 이해하지 못해서다. 시간과 경험이 답이다. 겨울을 지내며 얼음을 보고 느낀 벌레에겐 따로 설명이 필요없다. 이강호 PMG 회장에겐 대부분의 한국인이 겪지 못한 경험이 있다. 그는 37년 간 한국그런포스펌프 등 국내외 기업을 이끌어왔다. 서울과 미국 뉴욕, 그리고 덴마크를 누비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진행해왔다. 이후 인성 검사와 인지능력 분석 전문의 HR 컨설팅 회사인 PMG(Predictive Management Group)를 세운 이강호 회장은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말한다. 하루를 48시간처럼 쓰는 사람이 있고 한달을 하루처럼 사용하는 이들도 있다. 기회의 문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열린다. 이 회장은 한국 젊은이들이 시간의 경계를 넘어 글로벌 안목을 가진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도움이 되는 경험을 추려 만든 책이 [사람 생각]이다. 이 책은 복잡 다난한 이 세상에서 가치를 키우며 스스로의 성장해 나가는 이들을 돕는 가이드북이다.
만나고 도전하라이 회장은 책 첫머리에서 묻는다.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인가? 그동안 주인공으로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주인공으로 살아갈 것인가?” 인생의 주인공이 되길 원하는 순간 삶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주인공 의식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꾸려나가게 이끈다. 다른 이의 눈치나 평가가 아닌, 스스로의 목적에 얼마나 부합되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한국 젊은이들이 타인의 시각과 평가에 매달리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겼다. “나의 행복을 다른 이의 평가에 맡기는 삶은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인공이 뭘 하는지 보며 따라다니는 조연의 인생입니다.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야 자존감이 생기고 내가 원하는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이 회장의 주장엔 무게가 있다. 그는 평생 어려운 결정을 내리며 스스로의 길을 걸어왔다. 한걸음 더 성장하기 위해서, 조직원들과 함께 기업인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살리기 위해서 몸부림쳐왔다. ‘Why not the best’를 되뇌이며 스스로를 담금질했고 경험을 쌓았다. 예컨대 뉴욕과 시카고는 서울과 도쿄 정도 거리다. 미국 사업가에겐 당일 출장 거리다. 10시간 운전 출장도 다반사다. 지역과 시간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단순히 시간, 거리만의 문제가 이니다. 더 큰 세상에서 사업하는 이들과 눈높이를 맞춰야 했다. 미국, 유럽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대화하며 이해의 폭을 넓혔다. 미국 경영계의 리더들, 유럽의 파트너들, 덴마크의 내로라하는 기업인들과 친분을 쌓았다. 다른 사고방식과 언어, 문화의 폭은 넓고 깊다. 그는 이를 뛰어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거듭하며 글로벌 안목을 키웠다. 시야가 넓어지자 인종과 국적을 뛰어넘는 친구가 생겼다. 이 회장이 책에서 ‘만나고 도전하라’고 누누이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젊은이들은 30대에 글로벌 무대에서 책임자 자리에 오르고 40대면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진으로 활동한다”며 “한국 젊은이들도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책은 10여 년 전부터 구상했다. 경제 잡지에 수 년 간 연재한 내공이 있었다. 그가 25년 간 이끌었던 한국그런포스펌프의 사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작가의 권유로 집필을 시작했다. 제작엔 1년여가 걸렸다. 그는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 마음 속에 커다란 두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비전문가가 만든 책이라 품질이 떨어질지 불안해서다. 편집 과정에서 책을 고치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원고를 마무리 했다.수십 년 간 마음에 두고 있던 경영 화두를 주제로 잡았다. 바로 ‘사람’이다. 37년 간 CEO를 지내온 과정을 돌이켜 보면 모든 것이 사람으로 귀결돼서다. 사람을 만나서 채용하고, 함께 일하고, 또 외부 파트너와 고객을 만나고 이들의 생각을 듣고 반응하는 모든 경영 과정의 핵심은 사람이었다. 이 회장은 “사업의 성패나 인생의 성패 모든 것은 사람으로 이어지기에 주제를 사람으로 정했고 제목도 ‘사람 생각’으로 뽑았다”고 말했다.이 회장은 세계를 움직이는 리딩 기업의 공통된 특징을 보면 사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같이 경영의 핵심을 ‘사람’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다른 분야, 서로 다른 구조와 문화를 가진 기업임에도 회사의 직원부터 고객까지 같은 사람임을 강조한다. 이 회장이 살아남는 기업 중심에는 사람이 있음을 깨달았다고 하는 배경이다. 이는 그의 경영철학으로 이어진다. 어떤 기업이 지속가능할 것인가, 어떤 CEO가 장수할 것인가. 이 회장의 답은 간결하다. ‘조직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있는지’를 보면 나온다는 것이다. 리더십이 힘을 발휘하려면 사람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런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다.
세계를 움직이는 기업의 공통점은책은 모두 6개 장이다. 생각, 만남, 사람, 도전, 지속가능성, 장수 CEO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각 장의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전반부 3장은 삶을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어떤 생각을 하며 가치관을 키워나갈지, 그가 만난 인생의 스승들이 누구인지, 왜 그들이 소중한지 소개한다. 인생의 여정을 걸으며 그가 보고 느낀 점들이다. 후반부 3개 장에선 주제가 경영으로 옮겨 간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야기, 그가 일해온 기업들, 무엇보다 이 회장이 인생 최고의 경험으로 꼽는 25년 간의 한국그런포스펌프 CEO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를 각각 도전, 지속가능성, 장수 CEO로 장을 나눠 소개했다. 앞부분과 뒷부분의 소재는 다르지만 책 전반에 걸쳐 이야기하는 흐름은 사람의 소중함이다. 책의 마지막 장 에필로그엔 ‘거대한 글로벌 무대가 기다린다’는 제목이 달려 있다. 세계는 창의적인 도전자를 원한다. 부름에 답하기 위해 한국 젊은이들에겐 무엇이 필요할까. 이 회장은 “시간과 지식의 경계를 넘어서는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됐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지식의 경계도 무색한 세상이다. 정직과 성실, 끝없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을 옳곧게 세워야 한다. 그런 개인이 늘어야 기업도 국가도 발전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젊은이들에겐 수많은 고민거리가 쏟아진다”며 “같은 고민을 하며 인생을 헤쳐간 다른 이의 경험을 통해 인생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