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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투자의 시대' 저자 정민규 변호사] “평양시내 아파트 이용권 투자 노려볼 만” 

 

한정연 기자
2차 북미 회담 결렬됐지만 연내 일부 개방 예상… 북미 연락사무소만 설치돼도 남북 관계는 획기적 개선

▎사진:정민규
지난 2월 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하노이에서 훈훈한 양국 정상들의 분위기가 실시간으로 전해질 때 쯤 [북한 투자의 시대]의 저자인 정민규 변호사와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결렬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과 대북 제재의 일부 해제를 전제로 쓴 이 책은 발간 시기를 잘못 만난 불운한 책인 걸까? 정민규 변호사의 얘기는 다르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이렇게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올해 안에 어떤 식으로든 양국 간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게 대북사업”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정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하면서 대북사업에 관여했고, 자신도 현재 대북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전제조건은 북한에 대한 유엔과 미국의 제재 해제다.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는데도 북한 투자를 지금 꼭 생각해야 하나?

“올해 안에 어떤 식으로든 북미가 타협점을 찾을 거라고 생각한다. 북한 경제가 녹록하지 않다. 김정은이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고 해도 너무 어려운 길이다. 결국은 북한이 미국의 요구 조건을 수용해서 대북 제재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본다. 북한은 먼저 준비한 자만이 들어갈 수 있다. 제재가 풀리면 이미 늦다. 오히려 조금 불확실한 현재 상황이 기업가들의 선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 열리기만 하면 가장 잠재력이 큰 게 북한 시장이다.”

북한은 현재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 북한 고위층의 민원 해결 등을 팁으로 제시했는데, 암초가 많을 것 같다. 국내 상황도 북한과 접촉할 때는 미리 보고를 해야 하는 등 걸림돌이 많다. 만약 북미 협상이 일괄 타결된다 해도 이런 문제가 한 번에 다 해결될 수 있을까?

“국내에서도 조건이 까다롭지만 이건 북미 관계가 나쁠 때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어떤 형식으로든 북미가 정전협정을 맺고, 스몰딜이라도 해서 일부 제재가 풀리면 된다. 남북 간 시스템은 충분히 바꿀 수 있다. 모든 전제는 북미 관계다. 이 관계만 잘 풀리면 남북 간 교류는 쉽게 바뀐다. 기존 사전신고도 사후신고로 바뀔 수 있다. 행정부에서 시행령을 개정해서 바꿀 수 있다. 북미 연락사무소만 설치돼도 남북 관계는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다.”

북한에 투자해서 수익을 내도 이집트 통신사처럼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본이 들어갈 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수익을 가지고 나올 수 있느냐다. 책에 기술한 사례를 보면 오히려 더 힘들어 보인다.

“과실송금은 과거에 베트남이나 미얀마도 개방 초기에 잘 안 지켜졌던 부분이다. 글로벌 자본, 특히 미국 자본이 들어가면 북한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베트남도 그랬다. 물론 개방 초기에는 물물교환 방식으로 과실을 가져올 텐데, 달러나 유로와 같은 결제대금이 북한에 없기 때문이다. 개방이 진행되면 당연히 과실을 가져올 수 있다. 미국 자본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어떤 형식으로든 해결될 부분이다. 북한은 지금 장마당을 통해서 중앙 배급체제를 대체하고 있는데, 과거로 돌아가자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은 개방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 경제가 어렵다고 했는데 직간접적으로 듣는 통로가 있나?

“중국 조선족 기업인 중에서 북한에서 사업하는 사람들로부터 듣는다. 북한 경제를 연구하는 학자들 얘기만 들어도 북한 경제는 현재 마이너스 성장이다. 한계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이번에 우리는 시간이 없다고 하는 게 이 얘기다. 김정은의 속내가 드러난 것이다. 석유 수입도 안 되고, 광물 수출도 안 된다. 밀무역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치에 온 거다.”

북한의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하고 지하자원을 개발하면, 우리나라 청년실업도 북한에서 창업을 하는 식으로 해소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해결책이 우리에겐 좋을 수 있겠지만, 북한 경제 자체를 건강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인지는 의문이다.

“북한은 자급자족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개혁개방이 된다면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기존 유휴인력을 활용하고, 쌓여있는 지하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외부 기업들이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다. 자본을 축적하는 시간이 북한 혼자서 한다면 몇십 년이 걸릴 텐데, 외부 자본이 들어와서 단축시킨다면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해주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나쁠 게 없다. 결국 국민총생산(GNP)이 증가할 것이다.”

우리 기업가에게 중국이나 러시아의 조선족, 고려족 기업가들과 합작회사를 만들어서 들어가는 게 낫다고 썼다. 북한 고위층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법 등도 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북한이 바로 개방할 수 있는 게 개성공단, 금강산 정도일 것이다. 아직까지 나진·선봉 등은 중국이나 러시아에만 개방하고 있다. 중국·러시아와의 시너지 효과를 보려면 국경기업에 합작회사를 만들어서 중국 반 한국 반 기업으로 들어가는 것 이 좋다. 북한이 중국이나 러시아 기업들에게는 정책이 변한다고 해서 재산을 몰수하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합영기업이 좀 더 지속가능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공산권 국가들에 진출했던 많은 기업이 갑자기 정책이 바뀌면서 투자금을 뺏기고 빈손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에 대한 보험으로 북한 고위층과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한국 정부 채널은 정권이 바뀌면 또 바뀐다. 중국 공산당, 정보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비공식적으로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고, 이게 나중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보수정권에서 채널이 다 끊기긴 했지만, 민주평통 쪽 고위직을 활용하거나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인사들을 통해서 북한 인맥을 소개받을 수 있다.”

기업의 투명성이 개선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북한의 불투명성을 감수하고도 들어갈까?

“미국 기업들이 해외 정부에 뇌물을 주지 못 하게 하는 법이 있다. 그런 일이 많았으니까 이를 방지하는 법이 있는 거다. 나는 베트남·미얀마에 기업들이 진출했을 때 분명 그만한 대가를 치렀을 거라고 생각한다. ”

개인이 북한에 투자할 때도 려명거리나 미래과학자거리의 아파트를 사라고 했다. 결국 북한에서도 아파트 투자가 유리할까?

“북한에서 토지는 국가 소유지만 건물은 그렇지 않다. 이용권을 사면 입주할 수 있다. 건물 중에서도 아파트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북한이 개방되는 순간 개성에서 평양까지도 투자할 수 있는 시기가 곧 올 것이다. 자본주의의 흐름은 정권이나 이념이 못 잡는다.”

러시아의 대북사업가로부터 모래 채취 사업을 제안받았다고 했는데, 왜 하지 않았나?

“대북 제재가 풀리면 북한에서 사업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법인도 준비 중이고, 투자자도 확보했다. 지금은 합법적이라고 해도 북한과의 거래가 감시되는 상황에서 굳이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 개성공단 정도만 풀려도 곧장 사업을 할 생각이다. 사실 두만강의 러시아 영역에서 바지선을 대놓고 큰 호스를 대놓고 모레를 가져오면 합법적이지만, 굳이 리스크를 질 필요가 없다. 내가 책에 쓴 대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리고 골재 사업은 남한 기업가들의 관심이 많다. 여러 아이템을 가진 기업가들이 다들 대북 제재가 풀리기만 기다리고 있다.”

굳이 북한에서 사업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은 성장 모멘텀이 꺼졌고, 모든 영역을 대기업이 다 장악하고 있다. 북한 투자가 우리 세대의 마지막 남은 대박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를 실천해서 보여주고 싶다.”

-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1475호 (201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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