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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무선충전 시대 열리나] 도로 달리며 충전하는 기술 상용화 눈앞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독일·일본 완성차 업체 치열한 무선충전 표준 경쟁... 카이스트는 다이내믹 무선충전 시범 운행

▎메르세데스- 벤츠의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 / 사진:다임러AG
무선이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이끌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이유로 첫손에 꼽는 ‘전기차 충전의 어려움’을 선(線) 없는 무선충전으로 해소할 수 있어서다. 무선충전이 상용화하면 전기차 충전은 주차면 바닥에 있는 충전 패드를 통해 이뤄지고, 충전은 차량을 주차면에 대는 것으로 완료할 수 있게 된다. 전기차에 충전케이블을 연결해 30분 넘는 시간 동안 급속충전이 끝나길 기다려야 하는 불편과 충전케이블을 꽂아둔 채 자리를 비워야 해 느끼는 불안도 무선충전에선 없다. 최근에는 도로와 차량 사이에서 전기차 무선충전을 진행, 차량이 달리는 동시에 충전이 되는 ‘다이내믹 무선충전’ 기술까지 개발하고 있다.

전기차 무선충전 시장 연평균 118% 성장 전망


시장조사업체 ‘와테크 에이전시(WhaTech Agency)’는 지난 2월 ‘전기차 무선충전 시장 전망’ 보고서를 내고 전기차 무선충전이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는 2020년을 기점으로 전기차 무선충전 시장 규모가 2025년 4억700만 달러로 연평균 118%씩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선충전의 편리함 덕에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다시 전기차 무선충전 시장이 커지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역시 전기차 무선충전 상용화 시기에 전기차 시장 확대를 전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4월 전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가 올해 200만대로 성장하고, 2025년 연간 1100만대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무선충전은 전기에너지를 전자기파로 변환해 차량에 보내면 차량이 전자기파를 받아 충전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자기파 송수신 방법은 크게 ‘자기유도 방식’과 ‘자기공명 방식’으로 나뉜다. 송신부 코일(주차면)에서 자기장을 발생시켜 수신부 코일(차량)에 전기가 유도되는 원리를 이용하는 자기유도 방식이 주로 쓰이고 있다. 송·수신 공명기 간 자기공명 현상을 이용해 에너지를 보내는 자기공명 방식에 비해 에너지 전달 효율이 높고 주차면 바닥과 차량에 송·수신 코일을 설치하는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자기유도 방식에 기반을 둔 3.3㎾·6.6㎾급(완속) 전기차 무선충전은 현재 국제표준 제정을 지나 상용화 단계에 왔다. 6.6㎾급 전력으로 현대자동차 전기차 아이오닉(28㎾)을 무선충전할 경우 약 4시간이 소요된다.

전기차는 그동안 충전의 어려움 탓에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문제는 배터리 용량이 늘면 차량 가격이 오르고 다시 배터리 충전의 어려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전기차는 높은 효율과 친환경성에도 소비자가 선뜻 지갑을 열지 않았다. 전기 에너지를 전자기파 형태로 변환해 전선 없이 에너지를 전달, 충전하는 전기차 무선충전이 상용화하면 수시로 충전할 수 있어 배터리 용량을 키우지 않아도 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무선충전 기술을 통해 전기차 충전 편의성이 증대하면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 배터리 용량을 늘릴 필요가 없고 그에 따라 차량 가격도 낮아져 판매가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무선충전을 전기차 판매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무선충전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상용화에선 독일 완성차 업체가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BMW는 지난해 7월 이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인 530e 모델에 무선충전 옵션을 적용해 전기차 배터리 무선충전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주차면에 무선충전 패드를 깔고 전기차가 무선충전 패드 범위 안에 들어오면 무선충전이 이뤄지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에 나섰다.

이에 맞서 도요타·닛산·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는 자기장 기반의 무선충전 기술을 개발하는 미국 업체 와이트리시티와 손잡고 전기차 무선충전 국제표준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도요타와 와이트리시티는 국제전기표준(IEC) TC69 WG7 61980로 등록된 전기차 무선충전 국제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국제표준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독일 완성차 업체가 퀄컴과 전기차 무선충전 상용화에 쓴 기술은 참고 자료로 등록된 데 그쳤다. 김제우 카이스트 와이파워 대표이사는 “현재 IEC 61980은 국제표준 초안 단계이며 2020년 국제표준 제정을 목표로 기술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일본 완성차 업체는 자사가 추진하는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세우고 표준 적용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 개발이 늦은 국내 완성차 업체 현대차는 지난해 4월 와이트리시티의 무선충전 기술을 공유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하고 무선충전 기술 효율성을 높이는 이른바 ‘저주파 안테나 기반 무선충전 위치정렬’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무선충전 이전 차량에 부착된 수신 측 충전패드와 무선충전 인프라에 설치된 송신 측 충전패드 간에 정확한 위치정렬을 이끌어 무선충전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렬이 정확히 이루어져야만 무선충전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데 착안, 무선충전 시설과 전기차 사이의 거리 및 틀어짐 정도를 판별해 무선충전 시설 위치에 정확히 주차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IEC 61980 국제표준 제정 과정에 함께 논의되고 있고 와이트리시티 기술이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인 만큼 현대차 기술과 상호보완 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다이내믹 무선충전’ 진화하는 전기차 무선충전

주행 중인 차량과 도로 사이에서 무선충전이 이뤄지는 ‘다이내믹 무선충전’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특히 차량과 충전 매개체 사이에 거리가 멀어져도 충전이 가능한 자기공명 방식의 무선충전 기술이 곧 개발돼 배터리 방전 걱정 없이 운전할 수 있는 기술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현재 상용화가 진행 중인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의 90%는 송신부 코일에서 자기장을 발생시켜 수신부 코일에 전기가 유도되는 원리를 이용해 전력을 전달하는 자기유도 방식이다. 자기공명은 송수신기가 동일한 공명 주파수를 이용해 무선으로 전력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자기유도에 비해 전송효율이 낮지만, 에너지 전송 거리가 길다는 장점이 있다. 자기공명에 기반해 다이내믹 무선충전 국제표준을 주도하고 있는 카이스트는 현재 다이내믹 무선충전 시범운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특히 전기차 무선충전은 전기차 시장 확대의 촉매 역할을 넘어 완전자율주행차로 가기 위한 필수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사람의 조작 없이 도로를 달리고 서며, 장애물을 피하는 자율주행 단계에서 완전자율주행은 스스로 충전하고 달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형준 경북테크노파크 무선전력전송기술센터 선임연구원은 “자율주행차는 스스로 달리기 전에 스스로 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이 당장은 전기차 충전 편의를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완전자율주행차를 위한 기술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482호 (20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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