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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 성공한 모디 총리의 과제는?] 총선 승리에도 ‘분열된 인도’ 봉합 숙제 떠안아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재임 기간 동안 경제성장률 7%대 유지해 인기… 인구·종교에서 다수파 대변하는 정책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이 총선에서 압승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5월 23일(현지시간) 뭄바이 인도국민당 선거캠프 앞에서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인도는 승리할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 투표한 모든 사람, 나는 그분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5월 23일(현지시간) 밤, 인도 뉴델리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 앞에 나타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목소리는 힘이 넘쳤다. 모디는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함께 성장하고 번영한다” “인도가 다시 이긴다”는 내용도 올렸다.

5월 23일 개표가 이뤄진 2019년 인도 총선은 모디 총리의 대승으로 끝났다. 인도선거위원회(ECI) 사이트(www.eci.gov.in)에 따르면 모디 총리가 이끄는 힌두민족주의 정당 인도인민당(BJP)은 이번 총선에서 선출하는 연방하원(로크 사브하) 543석 가운데 303석을 차지했다. 과반수가 272석 이상이므로 BJP는 단독 과반수를 차지했다. BJP가 이끄는 보수정당연합인 국민민주동맹(NDA)은 모두 349석을 확보했다. 이번 총선으로 구성되는 제 17대 국회에서 안정적인 정국 운영이 가능한 숫자다. 지난 2014년 치러졌던 16대 연방의회 총선에서 BJP는 282석을 차지했으며 NDA는 336석을 확보했다. 지난 30년 내 인도에서 단일 정당이 차지한 최다 의석이었다. 올해 선거로 BJP와 NDA는 이 기록을 경신했다. 역사적인 승리다.

인도국민회의 53석 확보에 그쳐

중도좌파 세속주의를 표방하는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는 이번 선거에서 52석 확보에 그쳤다. 그나마 지난 2014년 총선의 44석보다 8석 늘린 데 만족해야 할 처지다. INC가 주도하는 통합진보동맹(UPA)은 82석 확보에 그쳤다. INC는 식민지 시대인 1885년 설립돼 스와라지(자치요구)·스와데시(국산품 장려) 운동을 벌이며 독립투쟁을 이끌었다. 마하트마 간디도 1920년대에 대표를 지냈다. 독립 이후 16차례 치러진 총선에서 6차례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4차례 연정을 구성해 모두 49년간 집권했다. 1947년 독립한 인도의 역사에서 INC를 빼고 정치사를 생각할 수 없다.

그런 INC의 역사는 독립 이후 곧 네루-간디 가문의 역사나 마찬가지다. 이 가문은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1889~1964년)와 그 외동딸인 인디라 간디(1917~84년), 그리고 그 외손자인 라지브 간디(1944~91년)의 3대에 걸쳐 총리를 배출했다. 네루의 딸인 인디라가 페로제 간디와 결혼하면서 성이 간디로 바뀌었는데, 독립 영웅 마하트마 간디와는 무관하다. 페로제 간디 가문은 7세기 페르시아에서 이주한 조로아스터교 신자의 후예다. 인도에선 페르시아라는 뜻의 파르시라고 부르는 소수종교 집단이다. 영국 록그룹 ‘퀸’의 리더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가 파르시에 속한다. 인디라의 자식들은 힌두교 신자로 성장했다.

건국 총리인 네루는 1947~64년 총리를 지냈다. 인디라 간디는 1966~77년 총리를 지내다 총선에서 정권을 잃고 야당 생활을 하다 권좌에 복귀해 1980~84년 총리를 지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직후 자리를 이어 받은 라지브는 1984~89년 총리를 지냈다. 인도 최대 정당인 인도국민회의를 이끌고 있는 이 가문의 수장이 인도의 실질적인 최고 지도자인 총리로서 나라를 다스린 기간이 36년이나 된다.

네루와 인디라 간디, 라지브 간디 모두가 현직 총리로 재직 중 사망해 국장을 치렀다. 이 가운데 인디라와 라지브는 암살을 당했다. 인디라는 인도 최고 종파인 힌두교도와 갈등을 빚고 있던 시크족 경호원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라지브는 선거운동 중 타밀 민족주의자들의 폭탄 테러로 숨졌다. 이런 네루·간디 가문을 이어받은 라훌 간디가 2014년 총선에서 대패해 44석의 소수정당으로 축소됐는데 이번에도 재기하지 못했다. INC와 라훌 간디는 두 차례 연속 집권에 실패하면서 앞날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로크 사브하에는 545개의 의석이 있는데, 543석은 29개 주와 7개 연방 직할지의 지역구에서 다당제와 보통·비밀·직접 투표를 바탕으로 하는 의회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2석은 대통령이 영국계 인도인 대표를 지명한다. 제1당이 연정 등으로 과반(272석 이상) 확보 시 집권한다. 인도는 18세 이상 모든 국민이 투표권을 갖는다. BBC에 따르면 2019년 인도 총선에서 총 등록 유권자가 9억 명에 이른다. 세계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8300만 명이 2014년 이후 투표권을 새로 얻은 젊은이이며 이 중 1500만 명은 18~19세의 10대 유권자다. 인도 총선은 세계 최대 민주주의 선거일 뿐 아니라, 세계 최대의 청년 선거라고 할 수 있다.

모디, 집권 후 인도 전역에 10개 신도시 건설


▎지난 3월 1일 파키스탄 전투기와 공중전을 벌이다 격추돼 생포됐던 인도 공군 조종사 아비난단 바르타만 중령이 파키스탄 라호르와 인도 암리차르 사이 국경검문소를 통해 인도로 송환된 모습. / 사진:연합뉴스
ECI는 이번 총선을 위해 전국정당 6개와 지역정당 47개, 군소정당 1563개가 등록했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3개 주에서 국회 의석의 2%(11석) 이상을 차지하거나, 국회의원과 주의원을 뽑는 총선에서 4개 이상의 주에서 6% 이상을 득표하거나 4석 이상의 국회 의석을 확보하면 전국 정당으로 인정받는다. 선거 뒤 일정 수준의 로크 사브하나 지방의회 의석이나 지지율을 확보하지 못한 정당은 해산된다.

모디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역사적인 대승을 거두고 재임에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의 빠른 성장과 활력은 전 세계가 인도를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2014년 5월 26일 제 14대 인도 총리에 올랐던 모디의 경제 성적표는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모디가 총리에 재임하는 동안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경이로울 정도다. 2014~15년 7.2%, 2015~16년 7.6%, 2016~17년 7.1%로 7%대의 성장률을 이뤘다. 2017~18년 6.7%로 잠시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다시 활기를 되찾아 2018~19년 추정치는 7.5%, 2019~2020년 전망치는 7.5%에 이른다. 지난 2014년 7.3%를 기록한 뒤 2015년 6.9%, 2016년 6.7%, 2017년 6.9%, 2018년 예측치 6.5%, 2019년 전망치가 6.2%로 6%의 성장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국보다 우위다. 경제성장률 경쟁에서 모디의 인도는 시진핑(習近平)과 리커창(李克强)의 중국을 숫자로 눌러왔다.

인도의 명목금액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7위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인도의 GDP는 2조7167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20조4940억 달러)·중국(13조 4073억 달러)·일본(4조9719억 달러)·독일(4조3억 달러)·영국(2조8286억 달러)·프랑스(2조7752억 달러) 다음이다. 이탈리아(2조722억 달러)·브라질(1조8681억 달러)·캐나다(1조7113억 달러)·러시아(1조6306억 달러)·한국(1조6194억 달러)·스페인(1조4258억 달러)·호주(1조4182억 달러)가 그 뒤를 잇는다. 물가 등을 고려한 구매력(PPP) 기준 인도 GDP는 10조5052억 달러로 중국(25조2700억 달러)·미국(20조4940억 달러)에 이어 세계 3위다. 일본(5조5944억 달러)·독일(4조3563억 달러)·러시아(4조3563억 달러)보다 많다.

인도는 인구 대국이다. 실시간 세계 통계 정보를 제공하는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019년 5월 기준 인도 인구는 13억6700만 명을 넘는다. 13억8600만 명을 초과하는 중국 다음으로 많아 세계 2위다. GDP를 인구로 나눈 1인당 GDP는 여전히 낮은 이유다. IMF 통계상 인도의 명목금액 기준 1인당 GDP는 2036달러로 세계 142위다. 케냐(1857달러), 방글라데시(1745달러), 짐바브웨(1712달러), 파키스탄(1555달러)보다 많고 이집트(2573달러), 베트남(2551달러), 콩고공화국(2511달러), 가나(2206달러), 나이지리아(2049달러)보다는 작다.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는 7874달러로 119위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이야기다.

2018년 1인당 GDP가 명목금액 기준 9608달러로 세계 67위, PPP 기준으로 1만8110달러로 73위인 중국보다는 좀 처진다.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인도가 여전히 경제성장에 목말라할 수밖에 없다. 인도는 2017년 자국과 부탄, 그리고 중국의 국경이 만나는 도클람(인도명 도카라, 중국명 둥량(洞郞))에서 도로를 건설하려는 중국과 국경 분쟁을 겪었다. 인도 민족주의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사건이다.

모디는 2014년 집권 뒤 인도 전역에 10개에 이르는 신도시를 건설하고 일부 유통 부문을 제외한 경제 전 분야를 외국 기업에 개방하겠다는 공약을 실천해왔다. 건설과 유통 붐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기업과 부자, 외국자본에 적대적인 정책을 펴면서 빈민층에 대한 복지정책에 주력해온 옛 집권당 INC와 차별화하는 부분이다.

과거 2004~2014년 INC 집권 기간 인도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자와 기업은 과도한 규제와 투자 장벽을 체험했다. 당시 인도 경제 성장률은 연 5%에 그쳤다. 매년 1200만이 늘어나는 노동인구에게 공급한 새 일자리는 200만 개에 불과했다. INC 정권은 일자리 공급 대신 복지 정책에 주력했다. 하지만 BJP가 집권했던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고속성장을 경험했던 인도 유권자들은 마음을 돌렸다. 중산층은 기회, 청년은 일자리를 각각 요구했다. 그것이 모디가 총리를 처음 맡은 2014년 정권 교체의 요체였다. 모디는 경제성장이 집권의 원동력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인도 실업률 3.53%에 불과


모디는 인도 경제 구조개선에 주력했다. 인도와 중국의 산업 구조를 보면 인도 경제가 나아갈 방향이 보인다. 2016년 생산액 기준으로 농수산광업 17.32%, 제조업 29.0%, 서비스업 53.66%로 구성돼 있다. 고용은 1차 산업이 47%, 제조업이 22%, 서비스업이 31%를 차지한다. 1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제조업 비율은 낮은 편이다. 중국은 2017년 생산액 기준으로 농수산광업 7.9%, 제조업 40.5%, 서비스업 51.6%다. 고용은 1차 산업이 27.7%, 제조업이 28.8%, 서비스업이 43.5%를 차지한다. 산업 구조를 보면 인도는 제조업 강화를 통한 성장 정책 추구가 필요하다. 가난한 농촌 인력을 산업인력이나 서비스업 인력으로 전환해야 가난에서 더 빨리 벗어날 수 있다.

모디 정권이 ‘메이드 인 인디아’라는 제조업 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민의 인기를 얻은 이유다. 인도의 실업률은 2018년 기준 3.53%에 불과하다. 하루 1.9달러인 빈곤선 이하로 살아가는 주민의 비율도 2016년 전체 인구의 12.4%에서 2018년 12월 기준으로 3.7%로 줄인 것도 모디의 업적이다. 모디의 인도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경제 성장, 특히 제조업 성장을 견인함으로써 빈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인도는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로 불리는 신흥경제발전 국가 중에서 중국 다음 가는 높은 위상을 유지한다. 모디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인도 유권자가 많은 이유다.

모디 총리가 승리한 또 다른 원인으로 힌두민족주의를 꼽을 수 있다. 모디의 BJP는 힌두민족주의 정당으로 인도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힌두교도와 57.1%를 차지하는 힌디어 사용자, 또는 78.1%를 차지하는 인도아리안계 언어군 사용자를 대변한다. 힌두교의 종교적·문화적 가치를 지키고 경제적·사회적 이익을 보호한다. 정치적으로 보수주의와 국가안보를 중시한다. 이에 따라 인도의 중산층과 기업인, 상인의 지지를 받는다. 당원이 1억1000만 명을 넘는다.

경제성장에서 발군의 성적을 보인 모디는 이런 지지층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려왔다. 더구나 지난 2월 이웃 파키스탄과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잠무카슈미르에서 경찰관 40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테러리스트를 분쇄한다며 공군기를 동원해 파키스탄이 관할하는 지역의 무장세력 기지를 폭격했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인도가 같은 사실상 핵보유국인 파키스탄에 군사적 조치를 취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인도 공군기가 파키스탄 전투기에 격추되기도 했지만 낙하산으로 탈출한 조종사를 파키스탄으로부터 곧바로 송환받았다. 조종사는 국민적 영웅이 됐으며 단호한 모습을 보인 모디 총리는 정치적인 승리자가 됐다.

파키스탄 관할 무장세력 폭격

이 사건으로 모디 총리는 안보를 중시하는 인도 보수층과 무슬림 국가인 파키스탄을 적대시하는 힌두민족주의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라팔 전투기 수입과 관련해 정권이 부패 의혹을 받으면서 지지율이 떨어졌던 모디 총리와 BJP는 이 사건으로 지지를 회복했다.

문제는 인도의 분열이다. 이번 선거에서 모디의 BJP는 인도의 인구 밀집 지역이자 힌디어를 중심으로 하는 인도아리안계 언어 사용자가 몰린 북부 지역에서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드라비다어 사용자와 무슬림이 비교적 많은 남동부에선 비교적 약세를 보였다. 인도의 지역구별 지지 정당을 색깔로 나타내면 남북이 뚜렷하게 갈라진다. 힌두교도가 압도적인 지역과 무슬림 지역도 나뉜다. 힌디어 사용 지역과 다른 언어 사용 지역도 마찬가지다. BJP는 인구와 종교에서 다수파를 대변하는 정책으로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인도 분열의 봉합이라는 숙제도 함께 안게 됐다.

1486호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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