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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북한 비핵화 VS 인권 보호 어느 것이 우선인가 - 교육학] ‘순진한 실재론자’에서 벗어나야 

 

진보·보수 모두 자신의 가치만 고집… 진정성 인정 받을 노력 병행해야

학생 인권 강조에서 보듯이 인권은 진보가 중시하는 핵심 가치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주시민교육의 바탕을 이루는 것도 인권이다. 그러함에도 학생 인권을 강조하는 진보교육감 중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이슈로 삼는 사람은 없다. 왜 그럴까? 현 정부가 북 인권 보호는 뒤로 하고 북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타당한가? 왜 보수는 국내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애써 침묵하면서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그렇게 열을 올리는 것일까? 한반도에 평화 번영의 시대를 열기 위해 둘 다 중요한데 왜 우리 정치권은 이 두 가지 이슈가 상충한다고 생각할까? 한반도의 미래를 만들어갈 학생들에게는 두 가지 이슈의 관계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보수세력이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인권 보호가 아니라 북한 체제 붕괴라고 진보세력은 믿고 있다. 이런 의심이 사실이 아님을 보수가 보여주어야만 인권 이슈는 이념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보수가 국내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사회적 약자들의 자유권과 사회권 보장·확대에 앞장선다면 보수의 보편적 인권론 주장은 진정성을 인정받게 될 것이다. 인권의 바탕인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주민들이 인간으로서의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도적 지원에도 보수가 적극 앞장서야 한다. 인도적 지원 중단이라는 인권 파괴적 방법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호하자고 주장하면 그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보수가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북한 주민의 기본 인권이 개선되고, 대한민국 내에서 보수의 입지도 넓어질 것이다.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지 않고서는 인권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지, 실현 가능성은 큰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지난 3월 실시한 북한 인권에 대한 국민인식 변화 실태 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북한 난민 대규모 발생 시 우리 정부가 취해야 할 대응책’에 대해 모두 받아야 한다는 응답이 35.6%로 2017년 49.6%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과도한 해석 같지만 북한 체제 붕괴를 염두에 둔 시나리오가 국민들의 정서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대해 여행 제한 조치를 포함한 표적 제재를 이행해야 한다는 권고사항마저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통과되지 않았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압박할 무기로 인권문제를 이용했지만, 싱가포르 회담 이후 인권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이런 강대국의 역학 관계와 태도를 볼 때 북한 체제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의도한 결과보다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 비핵화 시도에 부정적인 영향만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진보는 자신들이 지키고자 하는 핵심 가치인 인권과 관련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이유를 일방적으로 설명하거나 보수세력의 시도를 비판만 해서는 안 된다. 보수가 진정성을 가지고 인권 보호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이런 진정성을 보여야 진보의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북 인권 보호는 북한 주민들의 자유권과 사회권 나아가 삶의 질 향상을 돕기 위한 진정성에 바탕을 두고 북 비핵화 노력과 함께 병행해야 한다. 타인은 이데올로기와 사리사욕에 사로잡혀 있다고 믿으면서도 자신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믿는 사람을 ‘순진한 실재론자’라고 한다. 정치권이 순진한 실재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도록 국민이 깨어날 때 한반도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다. 교육의 역할은 깨어 있는 국민을 길러내는 것이다.

-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 박남기 교수는… 전국교대총장협의회 회장, 한국교원교육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대한교육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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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4호 (20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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