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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반등 이끈 ‘팰리세이드’ 뭐가 달랐나] 공간·편의성·디자인·가성비 조화 

 

7분기 만에 분기 영업이익 1조원 재돌파… 원화 약세에 수익성 개선 효과 큰 SUV 덕 봐

▎사진 : 현대자동차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으로 고전했던 현대자동차가 올 들어 반등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7월 2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마련한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2% 증가한 1조237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7년 3분기 이후 7분기 만에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재돌파한 수치다. 순이익도 9993억원으로 23.3% 늘었으며 매출은 26조9664억원으로 9.1% 증가했다. 올 1분기 실적도 전년 동기보다 영업이익(6813억원→8249억원), 순이익(7316억원→9538억원), 매출(22조4366억원→23조9871억원) 모두 개선된 바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 기록한 2조4222억원의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7.1% 급감한 수치로,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 이후 최소치였다.

반등 비결이 뭘까. 일단 환율 흐름(원화 약세)이 수출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3월 말 1135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장기화 등의 여파로 급등하면서 5월 한때 1195원을 넘어섰다. 6월 말까지 1150원대 중반 수준으로 다시 내려갔지만 1분기보다는 여전히 높아, 현대차로서는 수익성 개선에 보탬이 될 수 있었다. 실제 현대차가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은 총 11만4916대로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7.3% 감소했다. 그러나 글로벌 무역 분쟁과 경기 둔화로 힘든 여건이었음을 고려하면 신차 효과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의 인기가 심상찮다.

예약 대기 물량만 4만대


팰리세이드는 지난해 말 약 2주간 진행된 사전계약 때부터 2만506대의 성과를 내면서 주목받았다. 하루 평균 2563대로, 현대차의 스테디셀러 ‘싼타페’가 사전계약 때 기록했던 일평균 1494대(이 회사 SUV 부문 최고 기록)를 크게 넘어선 것이다. 당시 이광국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이 “초기 반응이 워낙 좋아서 애초 계획한 숫자보다 목표 판매량을 다시 봐야할 것 같다”고 했을 정도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팰리세이드는 국내 판매량이 2만6681대로 국산 SUV 중 3위에 올랐다. 싼타페(4만4088대)와 기아자동차 ‘카니발(3만2184대)’에는 밀렸지만 기아차 ‘쏘렌토(2만4094대)’,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2만1486대)’엔 각각 앞섰다. 세단이나 경차 같은 전체 차종을 통틀어서도 판매량이 6위였다. 기아차 ‘모닝(2만2673대)’ ‘K3(2만1621대)’보다 많이 팔렸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 가운데 현재 팰리세이드의 대기 물량은 4만대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고 있다. 특히 전략적 수출 거점인 미국에서 반응이 좋아 연말까지 약 3만대의 팰리세이드가 판매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초기 시장 반응을 고려하면 연간 7만~8만대의 미국 내 신규 수요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판매량도 판매량이지만, 최근 세단보다 수익성 개선 효과가 큰 SUV 부문에서 신차 효과가 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현재 SUV는 꾸준히 글로벌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는 종목이다.

예컨대 미국에선 세단보다 SUV가 잘 팔린다. 지난해 미국 내 자동차 판매량 전체 1위(픽업트럭 제외)는 도요타 SUV ‘RAV4’였다. 또한 닛산 ‘로그’, 혼다 ‘CR-V’, 쉐보레 ‘이쿼녹스’, 포드 ‘이스케이프’, 지프 ‘체로키’ 같은 SUV가 대거 상위권에 포진했다.

SUV는 기술 발전으로 과거 단점이었던 연비와 승차감이 개선된 데다, 디자인이 세단 못잖게 세련되게 나오면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어필되고 있다. 아울러 레저와 캠핑을 즐기는 인구가 증가한 것도 세단보다 실내 공간이 넉넉한 SUV의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트렌드는 기업들의 다양한 SUV 개발과 그에 따른 인기 지속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다. 한 예로 2000년대까지만 해도 디젤 연료 위주였던 SUV는 2010년대 들어 가솔린·전기·하이브리드·액화천연가스(LPG) 등 다양한 동력을 갖게 됐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SUV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애는 줄을 잇고 있다. 아울러 대형화에는 여러 한계가 따르는 세단과 달리, SUV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다 다양한 세그먼트(차급)를 만들어낼 수 있어 수익성 개선 효과가 크다. 라인업이 세분화할수록 소비자로서는 ‘차를 바꾸고 싶다’는 구매욕을 갖게 될 개연성이 그만큼 커진다.

팰리세이드도 일반적인 SUV보다 대형화한 SUV로 개발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넓은 공간을 확실한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어서다. 팰리세이드는 현대차의 7인승 SUV ‘맥스크루즈’ 신형보다도 더 길고(전장 4980㎜) 넓다(전폭 1975㎜). 3열 좌석에서도 맥스크루즈보다 넓은 헤드룸과 레그룸을 제공해 쾌적한 느낌을 준다. 물론 7인승까지 가능하다. 다음으로 편의성이다. 비슷한 급의 해외 대형 SUV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편의설비와 첨단 안전 시스템을 갖추면서 국산차 특유의 강점을 극대화했다. 대형 송풍구 4개가 천장에 설치돼 냉기와 온기를 2~3열 좌석까지 고루 전달한다. 공기 순환을 돕는 송풍구도 따로 설치됐다. 3열 탑승자까지 운전자와 자유로이 대화할 수 있게 하는 운전석 내장 마이크, 2~3열 탑승자의 쾌적한 수면을 보장하는 후석 취침 모드도 갖췄다. 여기에 소음을 능동 제거하는 액티브노이즈컨트롤(ANC) 기능까지 추가됐다. 차내 소음이 발생하면 반대 위상의 음원을 내보내 소음을 상쇄해주는 기능이다. 1~3열 도합 6개의 USB 포트와 12개의 컵홀더가 있고 운전자를 위한 차로유지보조(LFA) 및 후방교차충돌방지보조(RCCA) 기능을 수행한다.

브라이언 스미스 현대차 미국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현지 소비자들에게 “팰리세이드는 실용성과 편의성을 바탕으로 궁극적인 패밀리카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디자인 면에서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지난 3월 수송 디자인 부문 본상(winner)을 수상했다. 마지막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기본 판매가격이 3622만~4030만원(개별소비세 3.5% 반영)으로, 풀 옵션 구매해도 4000만원대 후반이다. 경쟁사 비슷한 급 SUV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분석이다.

노조의 증산 합의로 판매량 증가 전망

현대차는 SUV 라인업 강화로 국내외에서 지금의 좋은 흐름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올 하반기 인도 시장에서는 소형 SUV ‘베뉴’ 판매로 승부한다. 국내에서는 오는 11월 출시를 목표로 플래그십 SUV ‘GV80’ 시험 생산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선보이는 첫 SUV로 각종 신기술이 탑재된다. GV80 출시를 계기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SUV 라인업을 세분화, 급증한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로 했다. \공급 부족 현상에 시달렸던 팰리세이드는 최근 노조가 증산에 합의해 3분기부터 국내외에서 판매량이 한층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긴장도 해야 한다. 하반기 중 국내외 경쟁사들의 대형 SUV 출시 ‘맞불’이 잇따라 예정된 데다, 증산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정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 노조와의 임단협 진행에 따라 파업 이슈가 발생해 신차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1495호 (20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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