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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 수익률 추종의 함정수익률이 좋았던 1~2분기 후에 펀드에 넣었다가 수익률이 부진했던 1~2분기 뒤에 돈을 빼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수익률이 좋을 때 투자하고 수익률이 나쁠 때 환매했던 것이다. 수익률이 좋다는 것은 그 펀드가 매입한 주식의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반대로 수익률이 나쁘다는 것은 펀드 내 주식의 가격이 하락했다는 의미이다. 수익률이 좋을 때 가입하고 반대로 나쁠 때 환매하는 것은 주식을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것과 같다.마젤란펀드 투자자들의 실패에서 우리는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수익률 추종 행위이다. 투자상품은 일반적인 제품이나 서비스와 달리 효용이 즉각적이지 않다. 자동차를 사면, 그 자리에서 효용을 파악할 수 있다. 최신 TV를 구입해도 화질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상품은 구입 시점과 효용을 느끼는 시점 간에 시간차가 존재한다. 투자라는 행위가 미래의 수익을 추구하는 행위이고, 현재 시점에서 향후 수익률이 좋을지 나쁠지를 확언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야 자신의 투자가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판매하는 측이나 가입하는 측 모두 투자시점에서 수익률이 좋은 투자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투자상품의 자금 유입도 수익률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가입 시점에서 수익률이 좋은 상품으로 돈이 몰린다. 판매자나 가입자 모두 과거와 현재에 수익률이 좋았으니 미래에도 좋을 것이라고 믿어 버리는 것이다.하지만 대개 주식시장에서 수익률 추종과 같은 대부분의 추세 추종은 실패로 막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추세 추종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더 큰 바보(greater fool)를 찾아야 한다. 펀드 수익률이 좋다는 것은 펀드에서 예전에 사 놓은 유가증권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주식의 가격이 비싸진 상태이다. 누가 더 비싸게 사주지 않는 한 수익률이 좋은 펀드에 투자해서 돈을 벌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이유로 자산배분이론의 최고 권위자인 예일대 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 데이비스 스웬슨은 “추세 추종에는 부(富)를 파괴하는 효과가 있다”고 단언한다. 월가의 성인이라 불렸던 존 보글도 수익률 추종 행위를 두고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수익률을 보고 투자하는 것은 백미러를 보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시장은 또 평균회귀 속성이 있다. 어두운 곳에는 빛이 들고, 빚이 든 곳은 다시 어두워지는 이치이다. 예를 들어 가치주펀드 스타일의 수익률이 3~4년 정도 좋았다면 그 다음에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시장에서는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이런 모습이 자주 발견된다. 스웬센은 “펀드의 세계에서는 어제의 승자가 내일의 패자로 전략하는 경향이 있다”며 투자자들이 시장의 평균 회귀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그렇다면 개인투자자들은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 할까. 여기서 이런 상상을 해 보자. 만일 당신에게 지금 100억원의 현금이 있다. 이 돈을 어떻게 투자하겠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돈 전부를 어느 한 곳에 ‘몰빵’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너무 확신에 차서 100억원을 한 곳에 올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여러 곳에 나눠 투자하려 할 것이다. 100억원을 어디에 어떻게 나눠 투자하느냐의 문제는 다름 아닌 자본배분의 문제이다.투자뿐 아니라 기업 경영도 자본배분과 깊은 관련이 있다. 경영자는 자본을 가지고 신규 사업을 할지, 배당을 지급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할지, 아니면 M&A(기업 인수 및 합병)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만일 번 돈을 회사에 쌓아두기만 한다면 기업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고 주주들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압력을 가할 것이다. 결국 성과를 내는 길은 어떻게 자본배분 하느냐의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배분가의 마인드로 접근해야자본배분가의 마인드를 가지면 마켓 타이밍이나 시장 테마보다는 투자 대상의 질(Quality)을 더 중시하게 된다. 부동산을 매입한다면 입지를 더욱 따질 것이다. 부동산의 가치는 입지가 좌우한다. 그래서 흔히 부동산은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라고 한다. 부동산의 가치를 결정하는 근본 변수는 바로 ‘땅의 위치’에 있다.주식이라면 단순히 시세의 흐름보다는 이 기업이 정말 좋은 기업인가를 따질 것이다. 일류 투자가들은 주식을 매입할 때 전체 주식의 일부를 사들이지만 그 기업 전체를 산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통째로 기업을 인수한다면 내일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보다는 이 기업이 장기적으로 이익을 많이 낼 것인가를 따질 것이다. 자본배분가의 관점을 지닌 투자가들은 주가가 올라서 돈을 벌기보다는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서 돈을 번다고 여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워런 버핏은 투자가가 아니라 자본배분가라고 표현하는 게 옳다. 버크셔 헤서웨이가 소유한 여러 기업들은 벌어들인 돈을 버핏에게 보낸다. 버핏은 그 돈을 어떻게 자본배분에 집중한다. 그래서 그는 자주 기업을 통째로 사들인다. 만일 자신을 자본배분가라고 여기면 지금 수익률이 핫(hot)하다고 해서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자본배분가는 돈 잘 버는 시스템을 사들인다. 투자금액이 적더라도 자본배분가의 마인드로 투자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그래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리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