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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사랑을 믿는 여자, 경제적 이해를 따지는 여자드라마 이야기를 멈추고 현실로 돌아가 보자. 경제학자들은 여자를 어떻게 분류할까? 순수한 사랑을 믿고 결혼하는 여자와 경제적 이해를 따지는 여자로 단순화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세 가지 유형의 커플이 나올 것 같다. 비경제적 유인과 경제적 유인 간의 결합, 비경제적 유인과 비경제적 유인과의 결합, 경제적 유인과 경제적 유인과의 결합. 물론 늘 그렇듯이 경제학자들은 삶을 너무 단순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해하자. 이 복잡한 세상을 모든 유형으로 범주화해서 설명한다는 것은 너무 어렵지 않나.여기 소문에 밥 잘 사주는 여자와 결혼한 유명한 남자가 있다. 그는 다름 아닌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사실일까?“그의 여성 편력은 대단합니다. 그는 평생 네 명의 아내를 두었고 그보다 더 많은 연인과 사귀었습니다. 그의 아내들은 부자였습니다. 그가 작품에 매진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안락한 생활을 보장해주었습니다. 혹자는 그가 성공적인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이혼과 결혼을 반복하고 다른 대륙으로 이사했다고 합니다.”하긴 그건 그의 삶에 나타나는 주기적인 특징이긴 했다. 지금은 옛 이야기로 들리지만, 의사나 판검사 남자와 결혼하려면 열쇠 3개(집, 차, 사무실 혹은 헬스클럽)를 주고 결혼하려는 여성도 있었다. 그들과 결혼해서 여자는 사회적 신분 상승을 유지하고 남자는 경제적 편익을 유지하는 목적이 있었다. 헤밍웨이도 그런 사랑의 유형에 속했을까? 그에게도 아주 순수한 시절이 있었다. 물론 그가 밥 잘 사주는 누나를 좋아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의 삶을 추억해 보면 첫사랑은 귀여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의 고교시절 첫사랑의 항로를 찾아 헤밍웨이가 태어나 자란 시카고 교외도시 오크파크를 방문해 보자. 그곳의 공립도서관에서는 헤밍웨이의 고교시절 과제물 뭉치가 나왔다. 그 속에 첫사랑의 폭우같은 열정적인 시가 섞여 있었다.“그의 편지는 100년 전 쓰였습니다. 시대를 초월한 간절함이 불타오르고 있어요. 몇 문장은 황급히 삭제됐고, 일부 문장 위에는 가위표가 쳐졌으나 첫줄 만큼은 명료했습니다. 헤밍웨이의 ‘첫사랑의 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비할 데 없는 너의 우아함과 오감을 만족시키는 사랑스러움, 아름다움이 나를 바보로 만들었어.’ 오그라드는 멘트를 날리는 그의 이야기가 호기심을 자극하네요. 첫사랑은 정말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가 봅니다. 그건 시를 써보라는 작문 숙제의 초안이 아니라 실제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당시 고교 4학년이었는데 3학년인 아네트라는 소녀에게 편지를 썼어요. ‘너와 함께라면 지옥에라도 기꺼이 갈 수 있고, 목숨도 내놓을 수 있다’고 서술한 대목도 있네요.”실제 그들은 얼마나 사랑했을까. 아네트의 아들 존은 “어머니가 헤밍웨이와 잠시 연애했고, 둘이 영화를 보러 가곤 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1918년 11월. 헤밍웨이는 누나 마셀린에게 편지를 쓴다. 당시 그는 자원입대해 적십자 부대 앰뷸런스 운전기사로 이탈리아 전선에 투입된다. 그해 7월 불행히도 심한 부상을 당해 밀라노 육군병원에 입원한다. 그곳에서 17살 연상인 간호사 아그네스 폰 쿠로프스키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이쯤에서 쿠로프스키를 헤밍웨이의 실질적인 첫사랑으로 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1954년 헤밍웨이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작품 [무기여 잘 있거라]에 나오는 간호사 캐서린 바클리의 실제 모델이 바로 쿠로포스키입니다. 헤밍웨이는 1919년 1월 고향 오크파크로 돌아오면서 결혼 약속을 받아내지만 두 달여 만에 이별 통보를 받습니다.”
헤밍웨이의 첫 부인도 8살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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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재벌가 사이 결혼의 진실금전적 이해관계에 끌려 결혼을 하는 유형은 사업에서 파트너와 비슷할 것 같다. 사업이 번창하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식기 쉽고 이익이 커져도 서로의 이해가 충돌한다면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어느 기사에서 최근 재벌끼리 결혼이 늘어난 것으로 평가한다. 물론 그들 간에도 사랑이 어찌 없겠는가? 일단 ‘국내 100대 그룹 자녀세대 절반 이상, 재벌가끼리 결혼’ 기사의 내용을 살펴보자.“우리나라 재벌은 재벌끼리 사돈을 맺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과거 부모 세대 재벌은 정·관계 집안과 혼맥을 형성하는 비율이 높았으나 자녀세대에 들어서서는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일반인 가정과의 혼사는 상대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아무리 사랑으로 결혼을 해도 결국 집안 배경의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그래서 결국 재벌가에서는 ‘끼리끼리 결혼’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리고 평범한 여성과 남성이 재벌가와 결혼해 힘든 결혼 생활 끝에 이혼한 이야기도 숱하게 나오는데요. 특히 재벌가의 2세, 3세끼리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결혼은 재계 판도를 좌우하기도 하죠.”재벌과 평사원의 혼인은 양가 부모의 반대로 쉽지 않다. 얼마 전 남성판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픔으로 끝났다.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연인이 양가 부모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단식까지 했다는 소문도 있는 걸 보면 연애와 결혼은 확실히 달라 보인다.“재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이혼 사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죠. 그러나 성격 차이와 함께 성장 환경이 너무 달랐던 것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많이 합니다. 결혼이나 연애를 이어간다는 의미는 일종의 암묵적 계약을 유지하는 것일 수 있어요. 사랑이 있는지 없는지 보이지 않으니 말 못하겠는데요.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고 끌림과 유지라는 강력한 인간의 심리가 존재하는 한 사랑의 강력한 힘을 믿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확실히 결혼에 대해, 헤어짐에 대해 말하는 경제학자의 이야기에 대해 하나쯤은 동의하는 게 있어요. 헤어지거나 결혼을 하는 시기는 ‘함께 하는 만족이 혼자 살 때 얻는 만족보다 클 때’라는 이야기 말이에요. 계산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 헤어지죠. 평범한 사람이 재벌의 아들이나 딸과 결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전보다 생활은 윤택하고 풍요롭겠지만 그런 삶을 누리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엄청납니다. 더구나 사랑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이들 부부 간에 너무나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겠죠.”
행복해지는 모습 대동소이, 불행해지는 모습 제각각연애하고 결혼하려는 커플의 유형은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들이 행복해지는 모습은 엇비슷하나 불행해지는 모습은 제각기 다르다. ‘밥 잘 사주는 누나’라고 예외는 없다. 드라마처럼 그녀와 연애하고 결혼한다고 해피엔딩이 될 수만은 없다. 중요한 것은 이해하고 노력하는 태도다. 요즘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결혼 자체를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건 각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사랑은 다르지 않을까? 결혼은 선택일지 모르나 사랑은 진실로 선택일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랑을 믿는다면, 무엇이 그리 서글픔이리. 어찌 그것이 설움이 되리. 크리스마스 선물의 주인공 ‘짐과 델라’인들 어떠하리. 그래도 사랑은 거짓은 아니지 않다.※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이다. 대한민국OECD 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