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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스마트폰 시장] 중국 약진에 삼성전자 입지 좁아져 

 

애플 제친 화웨이, 인도 1위 오른 샤오미… 삼성의 5G 스마트폰 출시 효과 제한적

▎삼성전자가 5세대(5G) 이동통신 단말기로 내놓은 갤럭시S10의 신호가 잡히지 않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올해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줄어들 전망인 가운데 중국 업체의 약진(躍進)이 뚜렷하다. 2011년 애플을 넘어 시장점유율 1위를 꿰찼던 삼성전자는 이제 중국의 화웨이에 바짝 쫓기고 있다. 샤오미·오포·비보 등 중국 업체들은 삼성전자의 중·저가폰 텃밭이었던 인도 등 신흥시장에까지 침투하며 삼성전자의 설자리를 빼앗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2억9130만대를 출하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3억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3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었다. 지난해 4분기 세계 시장점유율은 18.4%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누르고 처음 1위에 올랐던 2011년 점유율(23.8%)과 비교하면 5%포인트 넘게 빠졌다.

중국·인도 시장 모두 중국 업체가 1위


삼성전자의 위기는 중국의 스마트폰 후발주자가 매섭게 치고 올라온 것과 관련이 깊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조 기술력을 갖춘 화웨이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승부하는 샤오미와 오포·비보 등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자국 시장을 집어삼키며 급성장했다. 지난 2분기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오포·비보·샤오미 등 중국 기업 4개의 점유율은 85%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5%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0%대로 급감했다.

중국 기업들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나눠 갖는 ‘파이’도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가 사상 최대치인 시장 점유율 42%를 기록하며 선전했다고 밝혔다. 바룬 미스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은 적극적인 마케팅과 다양한 제품 라인업, 저렴한 가격 등을 내세워 중국 밖의 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화웨이는 지난 2분기 5670만대를 출하하며 시장점유율(15.8%) 2위를 기록했다. 화웨이의 지난해 출하량은 2억530만대로 2017년과 비교해 무려 34% 나 늘었다. 특히 삼성전자(2억9180만대)·애플(2억630만대)을 턱밑까지 추격한지 6개월 만에 애플을 넘어섰다. 애플은 380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화웨이에 이어 점유율 10.1%를 기록했다.

지난해 샤오미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 중 사실상 유일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인도에서 삼성전자를 넘어 1위에 올랐다. 인도가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으로 성장한 2018년을 기점으로 샤오미와 삼성전자의 자리가 바뀌었다. 2017년 삼성전자는 3080만대, 샤오미는 2580만대의 스마트폰을 인도에 팔았다. 2018년엔 샤오미가 4100만대를 팔며 삼성전자(3130만대)를 앞섰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세계 1·2위 시장인 중국과 인도를 이미 중국 업체가 장악했다”면서 “미국과 유럽 등지는 성장 정체에 빠져 있어 위기감이 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 업체의 약진은 삼성전자에 직접적인 타격이다. 삼성전자 판매를 이끄는 중·저가폰의 실질적 경쟁 상대가 중국 업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부문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그룹 전자 관련 관계사 실적을 이끌고 있어 애플처럼 일정 규모의 판매량을 유지하며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중·저가폰 판매 전략을 강화하며 박리다매를 통한 점유율 방어에 나선 것도 같은 이유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갤럭시A와 갤럭시M 시리즈 제품군을 재편, 점유율 방어를 본격화했다. 중국의 중·저가폰에 맞선 조치다. 갤럭시를 구매하면 기존 스마트폰을 매입하는 보상판매제도도 시행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5분기 만에 스마트폰 판매량 반등에 성공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763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7150만대보다 약 500만대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은 21.3%로 20%대를 회복했다.

그러나 비용이 커지면서 수익이 급감했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모바일(IM)부문 매출액(25조8600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7.7% 늘었지만 영업이익(1조5600억원)은 51.6% 급감했다. 이종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는 “중저가 신제품 판매 호조로 스마트폰 판매량은 증가했지만 신모델 효과 감소와 프리미엄 수요 저조로 플래그십 판매가 줄었다”며 “중·저가폰 경쟁 심화 대응과 구모델 소진 비용 증가로 수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성장이 정체되는 것도 위기 요인이다. 실제로 그동안 성장가도를 이어왔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데 이어 올해 역시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IT) 자문기관 가트너는 올해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15억대 수준의 스마트폰이 판매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2.5% 줄어든 수치다.

특히 삼성전자의 주요 시장으로 꼽히는 일본·서유럽·북미 등지에서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로버타코자 가트너 책임 연구원은 “유럽과 북미처럼 성숙시장에서 고가 스마트폰의 과잉 공급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의 경우) 제품 평균 판매 가격이 높고 사용자들의 업그레이드를 유도할 새로운 기능이나 경험이 약하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시작된 스마트폰 교체 주기 장기화 현상이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가트너는 2023년에 이르면 고가 휴대전화의 수명이 2.6년에서 2.9년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중국의 중·저가폰에 대응하고 시장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략 모델인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 갤럭시S10을 내놨다. 그러나 이 모델 판매도 기대만큼 많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20일 공개한 갤럭시S10 모델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유럽과 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 전체적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갤럭시S10 효과가 극대화되지 못했다.

갤럭시노트10·갤럭시 폴드로 분위기 전환 시도

당초 5G는 축소되는 시장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시장에선 5G 스마트폰 판매 확대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초 이동통신사들은 미국·한국·스위스·핀란드·영국 등 일부 지역에서 5G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5G 보급을 확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서다. 가트너는 올해 세계 5G 이동통신 스마트폰 판매량이 2200만 대로 전체 시장 규모의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제프 필드핵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2020년은 돼야 5G 스마트폰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10과 갤럭시 폴드를 잇따라 출시, 수익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판매량은 갤럭시A 등 중·저가폰이 이끌고 있지만, 수익성 위기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현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하반기 갤럭시노트10과 갤럭시 폴드 등 신제품 2종을 출시해 소비자 선택권 넓히는 만큼 전년 대비 판매량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497호 (20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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