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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제로도 집값 못 잡으면?] 거래신고·허가제로 ‘주택거래’ 직접 규제할 수도 

 

상한제 보완할 채권입찰제 등도 가능… 전방위 압박보단 맞춤형 규제 유력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키로 한 건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반등한 데 따른 선제 조치다. 지난해 내놓은 9·13 대책 이후 1년여 만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4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1456건으로 쪼그라들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월 2276건(이하 계약일 기준), 4월 3034건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5월에는 4383건으로 늘었고 6월에는 6382건으로 급증했다. 7월에는 8월 23일 현재 3561건에 이른다.

매매 거래는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에만 신고하면 되므로 이 같은 추세라면 7월 거래량도 6000건을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값은 바닥을 찍고 올라가고 있다. 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아파트값은 4월 셋째 주(19일 기준) 상승세로 돌아선 후 18주 연속 상승했다. 주택시장이 꿈틀거리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곧바로 ‘상한제 카드’를 언급했다. 김 장관은 6월 26일 서울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택지 분양가 관리 시스템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상한제 확대를 시사했다.

공권력이 시장 가격 통제

그리고 8월 12일, 국토부는 민간택지로 상한제를 확대 적용키로 한다고 밝혔다. 상한제는 공권력이 시장 가격을 통제하는 것으로, 부동산 규제로는 사실상 ‘최후의 수단’으로 꼽힌다. 분양시장을 직접 타격해 즉각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한제는 1963년 공공주택에 첫 등장한 후 집값이 폭등할 때 ‘마지막 카드’로 쓰였다. 문재인 정부가 이 같은 상한제 카드마저 꺼내 든 것이다. 상한제 시행에 따른 직접적인 시장 안정 효과도 있겠지만, 정부는 8·12 대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주택시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던졌다. 집값이 불안 기미를 보이면 언제든지 선제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대 정부가 마지막에 내놓았던 카드까지 쓴 마당에 문재인 정부가 내놓을 남은 카드가 또 있을까. 결론적으로는 부동산시장을 옥죌 대책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게 기획재정부가 온라인 찬반 투표를 진행하다가 삭제해 논란을 빚었던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폐지’다. 조정 대상지역에서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실거주 요건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앞서 2년 보유만 해도 가능했던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2년 거주로 강화한 바 있다. 또 양도소득세율을 노무현 정부 시절과 같은 2주택자 50%, 3주택자 60% 단일과세로 중과해 세 부담을 늘리는 방안 등도 나올 수 있다. 공시가격 카드도 있다. 정부는 과세 기준인 아파트 공시가격을 시세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밝혔으나, 올해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은 70%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가 집값 불안의 진원지로 꼽는 ‘서울 강남’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대책도 아직 있다. 재건축 연한 강화 등이다. 최근 재건축 선결 조건인 ‘안전진단’을 강화해 재건축 추진을 어렵게 하긴 했지만, 재건축 연한 자체를 30년에서 35~40년으로 늘리면 재건축 기대감이 작아져 투기 유입이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해 초 재건축 연한을 맞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호가가 상승했을 때 이 방안이 관심을 받았지만, 정부는 안전진단 강화 조치만 시행했다. 재건축 때 예전처럼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짓게 하는 방안도 있다. 지금은 재개발에서만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짓도록 하고 있다. 재건축에도 임대주택을 짓게 하면 그만큼 분양 물량이 줄어 조합원 부담이 커지게 된다.

상한제 확대 적용으로 이른바 ‘로또 분양’이 늘어나면 채권 입찰제로 보완할 수 있다. 채권입찰제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에게 분양가와 별도로 채권을 매입하도록 해 시세차익을 환수하는 제도다. 가장 최근 적용 사례는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던 토지시장을 규제하거나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을 확대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 가장 강력한 카드도 남아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검토한 적이 있는 ‘주택거래허가제’다. 말 그대로 정부가 국민의 주택 거래를 일일이 들여다보고, 거래 여부를 ‘허가’해주는 제도다. 노무현 정부는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2003년 10·29 부동산 대책 당시 주택거래허가제 법률초안까지 만들기도 했다.

당시 법률 초안에 따르면 주택 거래는 원칙적으로 무주택자에게만 허가하고, 1주택자가 다른 집을 살 때는 6개월 이내 기존 주택을 매각해야 한다. 기존 주택을 매각하지 않으면 이행 강제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시행도 하기 전에 위헌 문제가 불거져 결국 폐기됐다. 대신 정부는 ‘주택거래신고제’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위헌 논란 등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아니라고 말한다. 대신 주택거래신고제를 다시 꺼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는 주택을 매매하면 자금조달계획과 입주계획을 시·군·구청에 신고하도록 한 제도다. 주택 구입 비용을 입증해야 하고 입주 계획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는 당시 유예기간을 거쳐 2006년 1월부터 시행했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부동산시장이 침체하자 2012년 5월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를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재건축 연한 강화도 유력

전문가들은 만약 상한제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꿈틀댄다면 정부는 우선적으로 앞서 내놓은 규제책을 더 조이는 식으로 규제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대출 조건을 더 강화하거나, 공시가격을 계속 올려 보유세(재산·종합부동산세)를 늘리는 식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카드를 하나씩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 상한제처럼 서울 강남권을 정밀 타격하는 등 맞춤형 규제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추가 대책이 나온다면 전방위 압박보다는 지역별로 세분화된 맞춤형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1499호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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