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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스토킹 갈등 극복] 주변에 도움 청하고 단호하게 대응 

 

초기에 과잉 방어까지 필요... 현행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가려 고발

▎사진:© gettyimagesbank
그녀는 어릴 적부터 뭇 남성들의 시선을 끌었다.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30년 인생에서 실보다는 득이 많았기에 나쁘지 않았다. 몇년 전 직장 때문에 자취를 시작한 어느 날 “안녕하세요!”라는 낯선 남자의 인사에 깜짝 놀랐지만, 인사성 좋은 청년이려니 했다. 이후 그는 그녀 앞에 자주 출몰했는데, 우연히 동선이 같아 그럴 거라고 여기며 괘념치 않았다.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어떻게 내 이름을 알았지?

출퇴근길에 그의 시선이 자주 느껴지던 어느 날이었다. 아파트 우편함에 배달된 우편물을 확인하다가 다른 집에는 관리비 명세서가 모두 꽂혀 있는데 그녀 것만 없음을 발견하게 됐다. 관리사무소의 실수라고 자신을 안심시켰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께름칙한 기분이 들었다. ‘안녕하세요’로 시작됐던 그의 인사가, 언젠가부터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인사로 바뀌게 되었다는 사실도 불현듯 떠올랐다. ‘어떻게 내 이름을 알았지? 내가 알려준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과 함께 기분 나쁜 느낌이 스쳤지만, 이 나쁜 느낌이 그저 기우이길 바랐다. 며칠 전부터는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도 온다. 누군지 확인하려 전화를 받으면 전화기 넘어 들려오는 건 침묵뿐이다. 계속 ‘여보세요, 누구세요?’를 외쳐도 상대방의 목소리는 결코 들을 수 없다.

께름칙한 감정이 두려움으로 구체화될 즈음, 그녀의 삶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잠을 잘 못 자는 것은 물론, 작은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고, 아파트 비밀번호를 누를 때에도, 걸을 때에도, 매 순간 낯선 시선을 느낀다. 가족에게 털어놓기엔 걱정만 끼칠 것 같고, 신고를 하려해도 심증뿐인 이 정황을 경찰이 믿어줄 것 같지도 않다. 그렇지만 너무 무섭다.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나 두렵다.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데 이렇게 원하는데… 바라만 보는데도 내가 그렇게 불편할까요, 내가 나쁜 걸까요?” 한 때 유행했던 ‘스토커’ 노래의 후렴구다. 스토킹은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행위다. 무심결에 한 행위라도 상대에게 상처가 된다. 어떤 사람이 반복해서 친절한 도움을 준다면 께름칙하다. 낯선 사람이 자주 따라오거나 집 앞을 서성인다면 섬뜩하다. 모르는 사람에게 계속 전화오거나 원치 않는 선물을 받는다면 소름 끼친다. 누군가 사이버 상에서 관심을 보이고 뒷조사를 한다면 무섭다.

스토킹이 만연하다.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흔하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1명꼴로 직접 경험이 있고, 10명 중 3명꼴로 주변에 있다고 한다. 여성 3명 중 2명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전국 여성 1인가구는 284만이다. 여성 절반이 야간 보행에 두려움을 느낀다. 피해자가 여성인 강력사건 3분의 1에서 스토킹이 확인된다. 스토킹 피해자는 비슷한 사람을 보거나 벨 소리만 들어도 놀란다. 혼자 있을 때나 외출할 때도 두렵다. 불면증·불안증·공포증과 더불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는다.

누가 스토커가 되는가? 수줍고 겁 많은 사람이다. 열등감이 많다. 상대를 이상화하고 인정을 받으려 한다. “진짜 나를 안다면 좋아하지 않을 거야.” 미성숙하고 의존적인 사람이다. 어른아이다.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는 아이와 같다. “내가 좋아하니까 그도 나를 좋아할 거야.” 집착이 강한 사람이다. 편집성 성격이다. 매사 왜곡과 투사가 심하다. “내가 매달리는 것은 모두 그녀 때문이야.” 거절에 민감한 사람이다. 작은 거절도 무시로 오인한다.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나를 버리면 지옥까지 쫓아갈 거야.”

어떤 스토킹이 위험한가? 이별 스토킹이다. 헤어진 연인·부부 사이에 일어난다. 주변 정보와 생활 동선을 낱낱이 알고 있다. 환승 이별에서 더 위험하다. 보복성 스토킹으로 강력 범죄로 이어지기 쉽다. 사이버 스토킹이다. SNS를 몰래 보다 상대 발자취를 쫓아 다닌다. 연애를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 아무것도 모른 채로 당한다. 범죄 스토킹이다. 계획적으로 저지르는 스토킹이다. 금품갈취와 성범죄가 목적이다. 살인의 전조일 수 있다. 사건 발생 후에는 너무 늦다. 망상증 스토킹이다. 색정망상이란 게 있다. 에로틱한 망상이다. 상대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는다. 거부 신호조차 사랑의 증거라고 이해한다.

이별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이별 통보를 부정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범죄다. 치정사건은 스토킹과 관련이 깊다. 가해자 90%가 남자다. 감히 여자가 남자에게 결별을 통보하다니. 자존감이 상한다. 투자한 게 화난다. 남자의 공격적 기질과 소유에 대한 집착이 작동한다. 가부장적인 성역할도 한몫한다. 한 때 좋아했던 남자가 한시적 정신병자나 잠재적 범죄자로 돌변한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스토킹을 정당화하는 속담이다. 여자는 소유물이 아니다. 거절하거나 통보할 수 있다. 스토킹은 상대에게 심각한 고통을 준다.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상대에게 행하지 말라.”

자, 그녀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약해지지 말자. 모르는 사람이 그녀를 스토킹하고 있다. 위험하다. 피하려 하지 말자. 상대가 더 집요하게 된다. 초기 대응해야 한다.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가족·동료·친구에게 도움을 청하자. 귀찮아하지 말자. 상대가 더 폭력적이 된다. 정면 돌파해야 한다. 혼자서 해결하지 말고, 이웃에 도움을 청하자. 무서워하지 말자. 상대가 더 얕잡아 본다. 과잉 방어해야 한다. 혼자서 대응하지 말고, 경찰서에 도움을 청하자. “강하고 담대 하라. 두려워하지 말고 놀라지 말라.”

둘째, 철저히 대처하자. 섣불리 대처하다 악화된다. 인생을 걸고 해결해야 한다. ①출퇴근 동선을 바꾸고, 필요하면 전화번호도 바꾼다. ②위험을 느낄 때 여성긴급전화나 귀가안심서비스를 활용한다. ③스토킹임을 알리고, 강한 거절 메시지를 전달한다. ④설득하거나 타이르지 말고, 간단히 대화한다. ⑤아버지·삼촌·남친 등 강한 남자가 전면에 나서게 한다. ⑥피해증거를 수집하고, 사건을 기록한다. ⑦약한 처벌이라도 경찰에 신고한다. ⑧형사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 ⑨정신병자인 경우 가족에게 책임을 묻는다.

선진국에서 스토킹은 중범죄

셋째, 강하게 응징하자. 스토킹은 범죄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중범죄로 징역형까지 받는다. 한국에서는 고작 10만원 미만의 범칙금만 내는 경범죄다. 구체적으로 현행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적용하여 고발하자. 욕설·폭언이 포함된 쪽지·문자·e메일을 보낸 경우, 공포심을 느낄 정도라면 단 한번이라도 단순협박죄에 적용된다. 공포심·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보내오면 정보통신망 법에도 저촉된다. 보낸 내용이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인 경우 성폭력 범죄에 해당한다. 집에 몰래 침입하는 경우 주거침입죄가 되고, 재물을 하나라도 절취하는 경우 절도죄가 된다.

※ 필자는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1499호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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