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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시대 속빈 강정 AR·VR] 부실한 네트워크에 콘텐트도 태부족 

 

사용자들 “포켓몬고가 더 낫다”… 5G 서비스에 걸맞은 킬러 콘텐트 확보 급선무

“차라리 포켓몬고가 더 낫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후 미래 콘텐트로 주목 받고 있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의 현주소를 나타낸 말이다. 5G 네트워크의 서비스 품질과 콘텐트 다양성 등에서 기대치를 밑돌면서 외면당하고 있다. 다급해진 이동통신사가 직접 AR·VR 콘텐트를 내놓고 있지만, 기존 네트워크 환경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콘텐트가 상당수다. 이대로 실패한 3D TV 전철을 밟을 것인가. AR·VR 시장의 현황과 기존 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성장 가능성을 다각도로 짚어봤다.


▎사진:© gettyimagesbank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의 킬러 콘텐트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반 실감형 콘텐트 인기가 벌써 시들하다. 망 구축이 늦어 5G 시대에 걸맞은 통신 속도가 나오지 않는 가운데 AR·VR 실감형 콘텐트마저 태부족이어서다. 차가운 시장 반응에 한때 달아올랐던 게임 업계의 AR과 VR 활용 실감형 콘텐트 개발·투자 열기도 식었다. 특히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만든 TV·온라인용 광고에서는 AR·VR 콘텐트가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5G 이동통신을 홍보하는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용자·업계 모두 등 돌리나


지난 4월 5G 서비스가 상용화됐지만 AR·VR에 기반을 둔 실감형 콘텐트 시장은 커지지 않고 있다. 예컨대 구글 플레이에 따르면 미국 게임 개발사 나이앤틱이 포켓몬고에 이어 내놓은 AR 게임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은 지난 8월 기준 국내 모바일 게임 순위에서 600위권으로 밀려났다. 포켓몬고가 구글플레이에서 내려받기 1위, 매출 2위 게임에 올랐던 것과 대조적인 성적이다. SK텔레콤은 5G 상용화에 앞서 나이앤틱과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 독점 제휴를 체결해 초고속·초저지연의 5G 환경에서 ‘AR 게임 열풍’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AR·VR 콘텐트는 찬밥 신세에 가깝다. 두 콘텐트는 전송 속도가 4세대 이동통신(4G)보다 20배(20Gbps) 빠르면서도 지연속도(1㎳)는 10분 1에 불과한 5G 환경에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5G 가입자 1인당 월 데이터 사용량은 18.27기가바이트(GB)로 4G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의 월 데이터 사용량(20.7GB)보다 적었다. VR 콘텐트 1시간 이용에 20GB~35GB, AR 콘텐트 10GB~15GB의 데이터가 쓰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5G 가입자가 이들 콘텐트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5G 망이 온전치 않은 데다 고객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콘텐트가 부족하다는 점이 AR·VR 콘텐트 시장 성장의 걸림돌로 꼽힌다. 지난 6월 기준 전국 5G 기지국 수는 6만2641국으로 4G 기지국의 1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몰려있다. 서울·수도권 지역이라도 5G 속도가 제대로 나오는 곳이 드물고, AR·VR 콘텐트를 즐길 수 있는 건물 내부에선 정작 5G가 ‘먹통’인 곳이 많다. 실내에서 5G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인빌딩 중계기가 필요한데, 이동통신 3사는 최근에서야 구축을 시작했다.

5G 네트워크 품질이 5G 서비스를 제대로 즐기기에 적합하지 않은데 더해 콘텐트 경쟁력도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나이앤틱이 낸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이 대표적이다. 나이앤틱은 포켓몬고보다 진화한 AR 콘텐트로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을 소개했지만, 스마트폰 화면 속에 나타나는 가상의 발견물을 찾거나 획득한다는 점에서 새로울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종현 성결대 파이데이아학부 교수는 “5G 상용화 이후 더욱 관심을 모은 AR·VR 콘텐트가 과거 4G 때와 특별히 다를 게 없는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어 이용자 관심이 적다”면서 “일부 개선된 그래픽과 화면 움직임은 네트워크 성능이 아닌 기기 성능 개선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AR·VR에 관심을 보였던 게임 개발사는 구체적인 투자는 물론, 진행 중이던 게임 개발도 속속 접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VR 기기 제조 업체 오큘러스와 함께 제작 중이던 VR 게임 ‘블레이드 앤 소울 테이블 아레나’의 개발을 최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은 올해 SK텔레콤과 이 회사의 인기 게임 카트라이더, 크레이지아케이드, 버블파이터를 VR 게임으로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캐릭터 사용 권한을 줄 뿐, 직접 제작에 나서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넷마블은 AR이나 VR 게임의 개발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AR·VR 콘텐트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나빠 지금은 관련 콘텐트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곽태진 유니브이알 대표는 “AR·VR 콘텐트가 꽃피기 위해선 네트워크·디바이스·콘텐트·플랫폼으로 이어지는 네 가지 축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면서 “국내 5G 시장은 네트워크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AR·VR 콘텐트의 성장 가능성만 낙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포켓몬고 출시 이후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 등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에서 500위 안에 든 VR·AR 콘텐트는 단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5G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


▎SK텔레콤이 서울올림픽 공원에서 서비스 중인 AR 동물원. / 사진:연합뉴스
상황이 나빠지자 이동통신사가 직접 AR·VR 콘텐트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5G 시대 일반 고객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변화가 AR·VR 실감 콘텐트지만, 실감 콘텐트 시장 확장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5G 상용화가 이뤄지기 이전인 지난 4월 1일 서울 강남역 근처에 ‘일상로 5G길’을 열었다. SK텔레콤은 상용화 하루 만인 4월 4일부터 전국 주요 매장에서 ‘5GX 체험존’을 운영하고 있다. KT는 이보다 앞선 4월 2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 체험존을 열고 VR 실감형 스포츠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3사의 AR·VR 콘텐트가 5G 환경에 최적화되지 않았고, 콘텐트 다양성이 부족하며 VR 기기 보급 속도도 더뎌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이 ‘Jump AR’이라는 AR 콘텐트 전용 앱을 출시해 서울올림픽 공원에 조성한 AR동물원이 대표적이다. AR 동물원은 5G에서만 사용 가능한 서비스로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주말 AR동물원을 방문한 강민찬(31)씨는 “스마트폰에서 AR로 구현된 동물을 보는 재미는 있었지만, 4G도 가능한 이게 왜 5G 서비스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AR은 5G 서비스를 홍보하는 마케팅에 국한돼 도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AR 콘텐트를 만들 수 있는 랜더링 기술의 발전 덕에 기술이 아닌 아이디어 중심의 콘텐트로 손쉽게 5G를 마케팅할 수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AR 동물원을 열기 전 최초 논의된 것은 쥬라기공원이었다”면서 “AR 쥬라기 공원의 지적 재산권(IP)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탓에 급히 동물원으로 방향을 틀었고 고양이나 강아지 등을 내세운 AR 동물원으로 출시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현재의 AR 콘텐트는 5G에 특화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AR 전용 스마트폰 앱 ‘U+ AR’을 출시한 LG유플러스도 AR 콘텐트를 5G 가입자 위치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U+ AR’에는 TV 속 스타를 책상 위로 불러내 입체 퍼포먼스를 감상할 수 있고, 좋아하는 스타를 실제로 만난 것처럼 입체 스티커로 만들 수 있는 콘텐트가 담겼다. 다만 10~20대 중심의 아이돌 마니아에게만 흥미 있는 아이디어 기반 서비스일 뿐만 아니라 기술 확장성에서는 떨어진다. 이에 대해 이상민 LG유플러스 FC부문 전무는 “당장은 5G 맞춤 콘텐트라 할 수 없지만,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AR이 아이디어 마케팅으로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VR은 콘텐트 부재에 더한 기기 가격 문제로 시장 확장 자체가 사실상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디어 기반으로 기획 출시가 가능한 AR과 달리 가상의 세계를 창조해야 하는 VR 콘텐트는 제작 역량과 비용면에서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오큘러스와 대만 HTC가 꾸준히 VR 헤드셋 신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가격대가 40만~100만원대로 비싸다. 곽태진 대표는 “최근 VR 헤드셋 기술이 개선되고 가격도 떨어지는 추세이지만, 활용할 콘텐트가 부족하다는 게 시장 확대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2014년 스마트폰을 부착해 사용하는 VR 콘텐트용 헤드셋 ‘기어VR’을 내놨던 삼성전자는 2017년 이후 2년째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어VR의 출하량은 2016년 450만대로 정점을 찍은 후 2017년 370만대, 2018년 60만대로 급감했다. 5G 상용화로 기어VR 판매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내놓은 갤럭시노트10에 기어VR과 호환을 적용하지 않았다. 앞서 기어VR을 5G 가입 판촉 사은품으로 제공하거나 가상현실 콘텐트 체험행사용으로 활용했던 이동통신 3사 역시 관련 서비스를 갤럭시노트10 출시와 함께 중단했다.

그나마 KT가 4K UHD(초고화질) 개인형 VR기기 ‘슈퍼 VR’를 공개, VR 서비스 강화에 나섰지만, 고객 반응은 시큰둥한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VR은 KT가 중국의 VR 헤드셋 제조사 피코와 손잡고 내놓은 VR 콘텐트 서비스로 기기를 45만원에 구매해 월 8800원 요금을 내야 한다. 별도 스마트폰이나 PC 등 단말과의 연결 없이 무선으로 1만여 편의 실감형 콘텐트를 즐길 수 있지만 당장의 서비스는 5G 기반도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정용기 KT 미래사업개발단 팀장은 “빠르면 내년쯤 몰입감, 현실감, 생동감 있는 5G 기반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3D TV’의 실패 반복할 수도


일각에선 AR·VR이 약 10년 전 ‘3D TV’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D TV는 기술적인 진보에도 콘텐트 부재로 활성화에 실패하며 사라졌다. 이에 대해 박정우 서틴스플로어 대표는 “5G 기반 AR·VR 시장 정착을 위해선 4G에서도 구현 가능한 콘텐트를 5G 가입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5G 서비스에 가입해야 할 충분한 이유를 킬러 콘텐트를 개발로 보여주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정종현 교수는 “네트워크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다 해도 글로벌 5G 생태계를 선도하기 위해선 이용자들을 사로잡을 AR·VR 콘텐트가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기사] 콘텐트 투자·협업 강화 나선 이통사 - 미디어·기술 기업에 투자 늘려


▎LG유플러스가 서울 강남에 마련한 팝업스토어 ‘일상로 5G길’에 있는 지하철 테마 공간에서 고객들이 웹툰 ‘옥수역 귀신’을 VR로 체험하고 있다. / 사진:LG유플러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하반기 AR·VR 등 실감형 콘텐트 확대를 위한 투자·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5G 가입자가 단말기 지원금 등 판촉 효과에 따라 빠른 속도로 증가한 가운데 AR·VR 기반 킬러 콘텐트로 가입자를 붙잡아 두기 위해서다. AR·VR 콘텐트 이용에 비교적 많은 5G 데이터가 쓰인다는 점도 네트워크를 구축한 이동통신사에 호재다. SK텔레콤은 8월 21일 5G 가입자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4월 3일 5G가 상용화한 지 4개월여 만이다. 현재 KT 5G 가입자는 75만 명, LG유플러스는 70만 명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 세계 기준으로도 가장 빠르다.

이에 최근 들어 이동통신 3사는 글로벌 콘텐트 기업과 AR·VR 콘텐트 개발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개인형 초과화질 실감형 서비스, VR 클라우드 게임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몰입형 콘텐트 경험 확산에 나섰다. AR·VR 콘텐트는 데이터 소비량이 4G의 영상 스트리밍과 비교해 최소 10~30배 많아 수익 개선에 유리하다.

SK텔레콤은 5G 콘텐트를 자체 제작하고 미디어 기업과 협력해 AR·VR 기반 제휴 콘텐트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미디어 기업과 인수합병(M&A) 등으로 AR·VR 전용 영상 콘텐트를 제공 중인 자사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옥수수(oksusu) 5GX관’을 AR·VR 시청 플랫폼으로 키우고 있다. 올해 초 북미 VR 헤드셋 제조사 매직리프와 사업 협력을 진행한 데 이어 지분 투자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국내 게임 사업자인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와 손잡고 온·오프라인 VR 콘텐트 개발과 유통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슈퍼VR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영화 [기생충]을 제작한 바른손이앤에이의 관계사 바른손과의 협력으로 멀티엔딩 VR 콘텐트도 기획했다. 멀티엔딩 VR은 영화와 게임을 결합해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서비스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육성기업 민트팟과 협력한 VR 면접훈련 콘텐트(면접의 신), 청담어학원과 협력한 VR 영어교육 콘텐트도 준비 중이다.

LG유플러스는 AR·VR 콘텐트 확보에 1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VR 제작기술을 보유한 벤타VR사에 대한 투자가 대표적이다. 현재 1500여 편의 VR 웹툰이나 공연, 여행, 영화 등을 포함해 5G 전용 콘텐트를 연말까지 1만500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구글과의 공동 투자로 독점 VR 콘텐트도 제작해 제공한다. 5G 네트워크에서 단말에 게임을 설치하지 않고 곧바로 실행하는 클라우드 VR 게임도 연내 상용화할 예정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5G 스마트폰 출시와 함께 상용화한 5G는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게 곧 가입자 유치 전략이었다”면서 “이제 5G 통신 이용의 핵심이라고 홍보했던 AR·VR 콘텐트를 내세워 고객을 잡지 않으면 가입자 이탈을 막을 수 없는 상태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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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호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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