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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완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 대표] 국내서 남아도는 쌀, 수출로 판로 열어 

 

3곳 영농조합 중지 모아 안정적 물량 확보... 납품 후 2~3달 지나면 회수해 품질 유지

▎사진:배동주 기자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의 임종완 대표는 쌀 수출길을 개척하고 있는 농사꾼이다. 1989년 충남 서산에 내려온 그는 30년 넘게 벼농사를 짓고 있다. 1989년은 국민 1명이 연간 121.4㎏의 쌀을 소비하던 때였다. 1990년대 그는 바다를 메워 만든 간척농지를 사서 농사 규모도 키웠다. 그러나 지난해 국민 1명당 쌀 소비량은 61㎏으로 당시의 반 토막이 됐다.

고생해서 농사를 지었는데 쌀이 남아돌자 임 대표는 2017년 9월 ‘백제미’라 이름 붙인 그의 쌀을 미국으로 보냈다. 민간에서 해외로 쌀을 보낸 국내 첫 사례였다. 임 대표와 같은 어려움을 겪던 충남 서산 내 영농조합이 중지를 모은 덕이었다. 임 대표는 서산간척지영농조합법인을 축으로 새들만영농조합회사·현대영농조합법인을 끌어들여 충남쌀조합을 만들었다. 그는 “품종·재배 단일화를 이뤘고, 생산부터 판매, 가공, 수출까지 모두 우리가 직접 한다”고 설명했다.

품질 앞세워 백제미 100t 수출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본 쌀 산업 구조의 변화’를 보면, 지난 30년간(1989~2018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연평균 2.3% 감소했다. 2000~2015년 국민 1인당 연평균 쌀 소비량 감소율은 2.6%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주변국 일본(-1.1%)·대만(-0.9%)보다 감소 속도가 빨랐다. 국민 1인당 하루 에너지 공급량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1965년 56%에서 2017년 23.1%로 감소했다.

반면 쌀 국내 총생산량은 지난 30년간 연평균 1.3% 감소했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하던 쌀농사를 최근에는 대부분 기계가 대체하면서 생산성이 높아졌다. 쌀농사에서 기계를 쓰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 98.4%에 이른다. 30년 전에는 49.2%였다. 단위면적 10아르(1000㎡)당 생산량은 1988년 470㎏이었지만 2018년은 524㎏으로 11.5% 늘었다. 쌀 소비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만 생산량 감소 속도는 그보다 느려 만성적인 쌀 과잉 공급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충남쌀조합은 현재까지 백제미 100t을 미국으로 수출했다. 2014년 이후 해외 원조, 지자체 이벤트 등이 대부분인 국내산 쌀 수출이 2000t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양이다. 3개 법인이 330만㎡ 규모 재배단지를 수출 전용으로 꾸려 꾸준한 물량을 갖춘 게 동력이 됐다. 미국 유통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요동치는 수출량 탓에 한국산 쌀을 곱게 보지 않았다. 국내 쌀 브랜드만 차용, 미국에서 생산한 쌀을 판매했던 배경이다. 충남쌀조합 이전 미국에서 팔린 한국쌀은 사실 한국산이 아니었다.

미국 시장 공략은 쉽지 않았다. 미국 서부에 있는 갤러리마트나 한남체인, H마트 등 6개 미국 현지 마트를 중심으로 홍보를 펼쳤지만, 백제미를 매대에 올려주지 않았다. 그동안의 쌀 수출이 남는 쌀에 대한 퍼내기식 수출이거나 지자체 주도로 이뤄지는 1회성 이벤트에 그쳐왔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미국 유통 업계에서 하나같이 사진은 어떻게 찍느냐만 묻더라”면서 “충남쌀조합 이전에는 안정적인 공급 형태를 갖춘 쌀 수출이 아예 없었다”고 설명했다.

충남쌀조합은 국내산 쌀의 품질 경쟁력을 앞세웠다. 임 대표는 “우리 쌀은 한국에서 직접 키우고 수확했기 때문에 한알 한알 윤기가 흐르고 향미가 좋다”면서 “미국산 쌀은 밭벼라 국산 쌀과 비교해 수분 함량이 낮고 찰기가 없다”고 평가했다. 충남쌀조합은 품질 유지를 위해 미국으로 납품 후 2~3달만 지나면 회수, 뻥튀기로 가공해 재판매했다. 그는 “재고 부담도 줄이고 신선한 쌀을 공급하기 위해서였다”면서 “한국에서 뻥튀기 기계까지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에 백제미는 15파운드(6.8㎏) 단위로 포장, 24.99달러에 팔렸다. 같은 단위 미국산 쌀이 15달러 내외에 팔렸지만, 현지 마트가 독점 판매를 요청할 정도 인기를 끌었다. 월마트와 코스트코는 2파운드(907g)짜리 백제미를 미국산의 2배 수준인 4.99달러에 팔기도 했다.

다만 지금은 수출을 중단한 상태다. 2018년산부터 적용했어야 할 쌀 목표가격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쌀 목표가격은 5년마다 새로 결정하는데, 80㎏ 한가마당 18만8000원이었던 기존 목표가격은 2013~2017년산까지만 적용됐다. 새로운 목표가격은 정상대로라면 지난해 결정됐어야 한다. 쌀 가격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쌀 목표가격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쌀 가격은 요동치고 있다. 임 대표는 “쌀값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쌀 목표가격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이를 아는 현지 유통사가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브랜드 인지도 유지를 위해 잠시 수출을 중단했지만 쌀 가격이 확정되는 대로 미국을 넘어 중국까지도 우리 쌀을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넘어 중국으로도 수출길 열 것”

충남쌀조합은 쌀 목표가격이 정해지는 대로 쌀 수출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당장의 큰 수익을 바라지는 않고 있다. 안정적인 공급과 고른 품질을 앞세워 쌀 수출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쌀 농가의 순수익은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5%씩 줄어들고 있다. 임 대표는 “지금 당장은 수익이 크게 나지 않지만, 농민이 직접 수출선을 쥐고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지금은 쌀값이 좋지만 크게 떨어질 경우 수출은 하나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충남쌀조합은 정부나 지자체 지원도 받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산 농산물 수출과 관련한 정부나 지자체 지원 사업 중 지속성을 갖춘 사업은 손에 꼽는다. 정부 지원이 중단되면 유통 업체에서 발을 빼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정부 정책이 바뀌고 담당자가 달라져도 계속 쌀 수출을 추진하기 위해 독립 유통을 택했다”면서 “아직도 기반을 닦아 가는 중이지만, 우리 쌀의 품질로 볼 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 서산=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08호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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