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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 “앞으로 10년이 인류의 삶 바꿀 신기술 혁명기” 

 

정규직 사라지고 ‘긱 이코노미’ 보편화…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파괴적 변화 예상

▎지난 12월 3일 서울 삼성동 지비시코리아에서 만난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앞으로의 10년에 대해 “인류의 삶을 바꿀 신기술의 혁명기”라고 평가했다. / 사진:전민규 기자
미래학은 과거로부터 이어진 통계의 변화에 따라 앞으로 발생할 일을 예측하는 학문이다. 통계학과 예지 사이 어딘가 자리한 듯하지만, 인간의 심리와 정치·경제·사회 변화 등을 입체적으로 통찰해 설득력 있는 결론을 내놓는다. 미래학과 통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기술이다. 정보통신기술(ICT)·사물인터넷·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신기술이 우리의 생활방식은 물론 생각과 사회구조·교육까지 바꿔놓고 있어서다. 인류의 기술 의존도는 나날이 커지고 있고 변화 속도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지난 12월 3일 지비시코리아 주최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그는 기술 변화가 만들 미래를 통찰력 있게 분석하는 미래학자로 꼽힌다. 2030년이 되면 자동화로 세계적으로 20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포춘 500대 기업을 비롯해 전통적 대학 중 절반이 문을 닫을 거란 충격적 전망을 하기도 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바꿀 산업 환경과 사회상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그는 평소 “미래는 과거·현재처럼 눈으로 볼 수 있다”며 “과거와 현재를 바꿀 수 없듯 미래는 정해져 있고 바꿀 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의 수순을 보면 이런 미래상은 이미 정해져 있어 저항하거나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토머스 맬서스가 『인구론』에서 ‘인구 증가가 사회를 파탄에 낼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 틀렸듯, 통계에 기반을 뒀다고 예측대로 꼭 들어맞진 않는다. 다만 경험과 현재의 기술이 어떤 사회상을 그릴지 방향과 얼개는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프레이는 앞으로 10년을 “인류의 삶을 바꿀 신기술의 혁명기”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일자리 문제에서 변화를 가장 먼저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보는 일자리의 미래는 암울하다. 노동자가 한 회사에서 수십 년간 정규직으로 일하는 근로 형태는 대부분 사라지고 ‘긱 이코노미’가 보편화할 것으로 봤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노동으로 돈을 벌기 위해 여러 직업을 파트타임으로 수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그나마 프로그래밍·그래픽·글쓰기 등의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이 접목돼 노동자의 시간을 아껴주고, 일의 숙련도를 보완해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술 발전으로 과거 불가능했던 사업과 방법이 가능하게 됐다”며 “현재 초과 고용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 생길 것이며, 여러 도구의 발달이 일자리의 전환 시대로 몰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가 지원 시스템이 곧 국가경쟁력


그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일자리가 구글·아마존 같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 안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센서·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IoT)·3D 프린팅·AI 드론 등 여러 신기술은 총체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이를 융합할 수 있는 플랫폼에서 기술·비즈니스 개발이 이뤄질 거란 예측이다. 이런 플랫폼 기업은 모든 전자 기술을 통합하는 e테크놀로지스 회사로 진화하든가, 새로운 유형의 플랫폼 기업이 등장할 것으로 봤다. 그는 “여러 분야에서 마이크로 산업의 문이 열리고 있고 수많은 스타트업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있다”며 “앞으로 20년간 10만개 이상의 새로운 산업이 생길 것이며, 이들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레이는 앞으로 가장 파괴적 변화가 일어날 분야로 자동차 산업을 지목했다. 과거 배의 등장이 인간의 활동 반경을 넓히고 상거래를 촉진했듯, 자율주행자동차가 인간을 원하는 목적지까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이동시켜 궁극적으로 소득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자율주행차에서 햄버거를 주문하면 실시간으로 드론이 배송해주는 등의 변화가 일상이 될 것이고, 과거보다 다양한 ‘이동성(mobility)’이 중요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이동성은 대형 기업이 소유하고, 소비자들은 이용만 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봤다.

그는 이동성과 관련해 무선충전 기술이 앞으로 더욱 보편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폰이나 전기차 등을 집 주변에서 충전하기 위한 단거리 무선충전 시스템 사용이 확대될 수 있다. 실제 이스케이프 다이내믹스(Escape Dynamics)라는 회사는 고출력 전자파를 발사해 드론·로켓·비행기 등의 동력장치에 에 전력을 공급하는 아이디어를 시험 중이다. 일본도 마이크로웨이브 형태로 지구로 전력을 방출할 우주 기반 발전소 건축을 구상 중이다. 프레이는 “장거리 무선 전력 송출이 인간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문제를 해결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동력 전달 시대를 맞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그리드 등에 필요한 블록체인의 실생활 도입에 대해선 “성숙한 디지털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지지부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리적 인프라가 건물·도로·수도·전력 등을 결합해 맞물려 돌아가도록 구축하듯 디지털 인프라도 데이터·클라우드서버·블록체인 등이 맞물려 돌아야 하는데, 이를 아우르는 완벽한 구조물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직 블록체인의 필요성도 크게 못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프레이는 “시간이 흐르면 우리가 전 세계에 신뢰를 주는 금융 시스템을 만들 것이며, 이를 위해 양자 수준의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 시점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의구심이 들고 해답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려면 기업가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미래에는 국경을 초월한 거대 플랫폼이 여러 산업을 장악할 전망이라서다. 프레이는 기업 지원, 교육, 자금 조달, 엑셀러레이터, 협업, 인재 관리를 포함한 파괴적 혁신을 끌어낼 수 있는 모든 메커니즘을 시스템으로 지칭했다. 이를 가로막는 규제와 기존 체제의 반발에 대해선 “기득권을 대체할 독창적 방법을 제시하는 신생 기업에 사람들은 주목한다”며 “의료·금융·교육 등 분야는 이제 태동기인데 10년 후에는 예전 산업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혁신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플랫폼 기업과 신기술이 개인 정보 유출이나 사생활 침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통제할 세계 공통의 규칙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미국·중국 간 패권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100년 후 가장 경쟁력 있는 나라는 어디일지 물었다. 프레이는 “어려운 질문”이라면서 인도를 꼽았다. 아직 시스템은 미비하지만 경제 성장 속도가 빠르고 실력 있는 인재가 많아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봤다.

AI에 양자컴퓨터 더하면 예지력 가질 수도

앞으로 AI가 예지력을 갖거나 미래학자를 대체할 수도 있을까. 그의 대답은 “그렇다(Yes)”였다. AI에 양자컴퓨터를 적용하면 계산 속도와 정보 처리량이 100만배 이상으로 늘어 비즈니스 의사결정과 실패 예측, 주식시장 동향, 범죄 예측까지도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미래 예측이 모두 긍정적이지는 않으며 우리 인생의 가장 큰 동기는 미래를 모른다는 것”이라며 “인생의 신비를 소중히 여기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축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스원·테슬라 등 기업의 화성식민지 개척 계획에 대해선 “흥미롭지만 무척 어려운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일론 머스크는 화성에 인간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핵폭발을 일으켜 인공 대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2032년 화성으로 첫 비행을 개시할 계획이다. 프레이는 “10년 안에 인류가 다른 행성에 발을 디디게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매우 도전적 환경이며 지구에서 화성까지 7개월이 걸린다. 이주에 작은 실수라도 생기면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또 인류가 우주 먼 곳의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에 도달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혹여 그곳에 가더라도 인간과 비슷한 생명체를 발견할 확률은 0에 가깝다고 봤다. 지구와 중력장·대기·온도가 모두 달라 비슷한 형체의 생명체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스기사] 신기술은 언제 보현화 되나 -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비즈니스는 실패할 것”

인공지능(AI)·블록체인·드론·3D프린트…. 여러 최첨단 신기술이 대중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한 지도 10년이 다 돼 간다. 이들 기술은 우리의 일상을 바꿀 거란 기대를 받았지만, 아직 어느 것 하나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지 못했다. 그러나 토마스 프레이를 비롯한 여러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10년 안에 이들 기술이 우리 생활 곳곳에 침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인프라가 확산하는 한편 사회 시스템이 신기술을 뒷받침할 수준으로 발전해 대중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널리 쓰이게 될 거란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로 유압 실린더나 그래픽 물리엔진이 생산·개발 과정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지만, 그 결과물인 기계·소프트웨어를 통해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신기술이 더 이상 분석의 대상이 되지 않고 익숙해지기 시작할 때 비로소 실생활에서 쓰이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특히 AI·블록체인은 사용자 경험에는 보이지 않지만 디지털 인프라에 스며들어 작동하게 될 전망이다. 스마트정부와 스마트시티, 사물인터넷(IoT) 의류, 미래형 빌딩, 스마트 지갑 등 실생활의 많은 소프트웨어 구동과 통신·인증 등에 AI와 블록체인이 광범위 하게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도시의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AI가 지역별·시간대별 전력 소모량을 조절하고, 블록체인이 각 전자기기와 발전원의 인증을 하고 전력 전송을 승인하는 식이다. 프레이는 “AI가 사람을 자동차·TV·조명·음악으로 안내해주는 등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측면에 관여할 것”이라며 “유비쿼터스로 성장해 점점 더 보이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기술들은 어디까지나 인간 생활을 보완하는 수단일 뿐, 오랜 기간 인간의 지능과 창의성을 완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AI는 문맥을 이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며, 인간의 동기와 의도를 이해하는 등 능력에서 인간의 지능을 앞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AI가 인간의 일자리와 영역을 잠식할 거란 공포심이 만연하다. 그러나 실제로 AI가 도입되면 시스템·프로세서·비즈니스 운영 등 모든 분야에서 인간이 필요한 업무와 진가가 드러날 거란 분석도 나온다. 프레이는 “AI·블록체인 알고리즘은 매우 정교하지만 어디까지나 오류가 있는 기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술에 대한 맹목적 믿음은 우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고 세상에 완벽한 기술은 없다”며 “되레 신기술의 복잡성이 숨겨진 결함의 진짜 위험성을 감출 수 있고,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비즈니스는 실패하게 된다”고 말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514호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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